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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일부, 탈북민 인권 침해 기록 법무부 첫 이관


지난해 9월 북한인권기록센터 개소식에서 홍용표 한국 통일부 장관(왼쪽)과 유호열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현판 제막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북한인권기록센터 개소식에서 홍용표 한국 통일부 장관(왼쪽)과 유호열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현판 제막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해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탈북민들이 북한에서나 탈북 과정에서 당한 인권 침해 기록들을 처음으로 법무부로 이관합니다. 법무부는 추후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근거 자료로 삼을 방침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지난해 9월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탈북민들이 북한과 탈북 과정에서 겪은 인권 침해 사례들을 담은 각종 기록을 20일 처음으로 법무부로 이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이관하는 기록들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 일명 하나원에 입소한 253명의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인권 실태를 조사한 결과입니다.

253명 중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진술한 사람은 여성 73명, 남성 32명 등 모두 105명이었습니다.

이번에 법무부로 이관되는 자료는 이들로부터 수집한 1천300여 쪽 분량의 기록으로, 본인이 직접 경험한 사례가 69%로 가장 많고 목격한 사례는 22%, 다른 사람에게 들어서 알게 된 사례는 9%입니다.

특히 기록 이외에도 피해 탈북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만든 가해자의 얼굴 그림도 함께 법무부로 넘겨집니다.

한국 통일부 이유진 부대변인입니다.

[녹취: 이유진 부대변인 / 한국 통일부] “이관하는 기록의 종류는 조사 대상 북한이탈주민들로부터 받은 인권 실태 조사동의서, 법정 문답서, 자필진술서와 진술 녹음파일 등이 있으며 경찰청의 협조를 받아 작성한 주요 가해자의 몽타주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관되는 기록에는 강제북송 과정과 북송 이후 조사기관에서의 인권 침해, 그리고 구금 시설에서 당한 가혹 행위, 재산몰수, 강제낙태 등의 사례들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인권기록센터가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탈북민 A씨는 강제북송 뒤 보위부 구류장과 구금소에서 보위원에게 구타를 당해 척추와 머리를 다쳤고 강제노동과 집체교육 중에도 발길질 등 지속적인 구타를 당했습니다.

여성 탈북민 B씨는 북송된 뒤 담당보안원과 인민반장의 협박으로 임신 8개월 때 강제낙태를 당했습니다.

C씨는 간첩혐의자로 몰린 뒤 보위부 조사 과정에서 수 차례 폭행을 당하고 재산도 전액 몰수당했다가 무혐의 처리가 됐는데도 재산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지난해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같은 해 9월 출범했고 3개월마다 탈북민들의 인권 침해 사례와 증거를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이관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한편 분석 시스템도 갖춘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인권 침해 사례를 법무부가 넘겨받음으로써 가능한 상황이 되면 가해자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한 사전 조치 성격도 있다는 게 한국 정부의 설명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한동호 박사는 북한 내 인권범죄에 대해 통일 이전이라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줌으로써 북한 당국이 자행하는 인권 침해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한동호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단순히 통일부에 조사를 마무리하기보다도 법무부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이관된 자료를 갖고 책임성을 규명할 수 있는 그런 처벌 관련된 조치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을 가지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수집한 자료들은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정책 수립과 국제사회의 책임 규명 작업 등에도 활용될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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