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평양은 지금] 북한 ‘세금 없는 국가’ 주장 터무니없어


북한 황해남도의 한 협동농장에서 주민들이 일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황해남도의 한 협동농장에서 주민들이 일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4월1일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세금을 폐지한 날입니다. 북한 당국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금이 없는 나라라고 선전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국가에 내야 하는 다양한 명목의 부담금 때문에 허리가 휜다고 탈북자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4월1일은 북한에서 세금이 공식적으로 없어진 지 43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1974년 ‘세금제도를 완전히 없앨 데 대하여’라는 이름의 법령을 공포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세금이 인민에 대한 ‘착취’라며 이를 폐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자신들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금이 없는 나라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외용 선전매체인 ‘조선의 소리’ 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의 소리] "오늘 조선의 인민들은 세금을 전혀 모르고 사는 것은 물론 국가로부터 여러 혜택을 받으며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금이 없다는 북한 당국의 주장이 선전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 "세금을 없앴다고 하지만 그럼 국가재정을 어디서 걷겠어요, 원천적으로 떼는 거지, 공장서부터 떼니까, 국가를 운영하려면 재정이 필요한데, 그 재정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데, 그게 곧 세금 아닙니까.”

탈북자들은 공식적인 세금은 없을지 몰라도 북한 주민들은 사실상의 세금과 각종 공출로 허리가 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농민들은 농사를 지은 뒤 토지이용료, 국가설비 이용료, 비료 대금, 전기세, 물세 등의 명목으로 수확량의 30% 이상을 국가에 바쳐야 합니다.

북한은 또 2012년부터 농민이 수확물 일부를 자유롭게 처분하는 ‘분조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가가 떼가는 몫이 너무 많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북한 농업과학원에 근무하다 1990년대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이민복 씨입니다.

[녹취:이민복] "농민하다 금방 온 여자 말을 들어봤는데, 자유처분 이런 말을 하지만 결국에는 국가가 다 가져간데요. 자유세계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내 것이 늘어나지만 그쪽에서는 열심히 일할수록 자기 것이 줄고 국가가 더 많이 가져가기 때문에, 70대 30이다, 이런 기준에 북한에서는 80대 20, 90대10 이런 식으로 올라가요.”

북한 당국은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절 장마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기자 시장 상인들에게 자릿세를 받았습니다. `국수 장수는 하루에 10원, 두부 장수는 3원,' 이런 식이었습니다.

이같은 자릿세는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계기로 더욱 체계화됐습니다. 판매되는 물품의 종류와 매대별 매출에 따라 자릿세가 매겨졌고, 이와는 별도로 판매되는 물품에도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북한 전역의 400여개 종합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장세 즉, 매대 사용료는 하루 17-22만 달러로, 연간 규모로는 6천만 달러가 넘습니다. 이밖에 자전거 보관료와 화물 보관료 등의 명목으로도 상당한 돈을 걷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김영희 한국 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은 북한의 재정이 갈수록 장마당을 비롯한 시장경제에 의존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희] “국가경제가 작동을 못하니 사경제가 이렇게 늘어나는 거죠. 여기에 국가경제도 사경제에 편입해 들어오고 있고 서로 의존하고 있고 거기서 국가재정을 확보하고 이렇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고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어요. 시장경제가 시작됐다고 말해도 과오는 아니죠.”

평양 등 도시에 사는 주민들은 전기세를 냅니다. 각 시, 군에서는 배전부 부원들이 분기별로 돌아다니며 전등 개수와 전기용품 숫자에 따라 전기세를 걷습니다. 탈북자들은 90년대 20원 정도였던 전기세가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 조치 이후 크게 올랐다고 말합니다.

일반 주민들은 예비식량과 조직생활비도 지불해야 합니다. 북한 당국은 1급에서 9급까지 총 9단계로 나눠 식량을 배급하는데, 각 급수마다 최대 100 그램까지 예비식량 비축 명목으로 사전에 뗍니다. 여기에 당, 조직 생활 명목으로 임금에서 2% 정도를 공제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주민들은 `충성자금'과 김 씨 일가 우상화를 위한 사적지 건설과 공장, 기업소 건설 현장에 필요한 물자를 강요 당하고 있습니다. 고철은 기본이고 파지, 폐비닐, 폐유리, 구리, 알루미늄, 토끼가죽, 그리고 신발 밑창에 이르기까지 수 십 가지 물자를 바쳐야 합니다.

함흥에 살다가 2003년 한국으로 망명한 김영순 씨는 비료용으로 인분을 바쳐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순]“한 세대 당 한 톤이에요, 겨울철 내내. 그렇기 때문에 내가 동사무소에서 이런 말도 했어요, 한 톤을 먹어야 한 톤을 싸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강인덕 전 장관은 북한 당국이 세금과 관련해 진퇴양난의 상황에 있다고 말합니다. 국가재정을 튼튼히 하고 경제를 살리려면 세금을 거둬야 하지만 한번 폐지한 세금제도를 되살리기 힘들다는 겁니다.

[녹취: 강인덕] "자기들은 사회주의국가라고 해놨으니까 아직도 그 명분으로 국민들을 통제하고 있으니까,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거죠, 상당히 오래 갈 겁니다. 이런 상황이.”

세금은 국가의 살림을 위한 돈으로 미국, 한국, 유럽 등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은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거둬 국방, 경제, 교육, 의료 등 국가에 필요한 분야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