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뉴스 깊이 보기] “중국, 한국의 사드 배치 진전 따라 단계별 보복 수위 높일 것”


지난 6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한반도 배치를 위한 발사대와 장비들이 평택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미군 C-17 수송기에서 사드 발사대 2기와 장비들을 하역하고 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앞으로 한국의 사드 배치 진전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보복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미국과 한국이 사드 배치의 본격적인 이행에 착수함에 따라 한국을 겨냥한 중국의 보복이 한층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미-한 양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7개월 간 한국을 겨냥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는 모두 43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로 사회, 문화(23건)와 경제(15건) 조치로, ‘한류’ 확산을 금지하는 이른바 ‘한한령’을 비롯해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전기차 배터리 인증기준 강화, 한국 화장품 통관절차 강화 등이 대표적입니다.

세종연구소 정재흥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정재흥 연구위원] “중국은 현재 한국에 대해 전면적인 경제 보복이 아닌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국 내 갈등을 고조시키는 방식으로 전략적인 보복을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한국 내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분열이 최대한 확대돼 사드 배치를 철회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자국 기업들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전면적인 경제 보복은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3일 인천공항의 입국심사대가 텅 비어 있다. 중국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 여행사를 통해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 관광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3일 인천공항의 입국심사대가 텅 비어 있다. 중국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 여행사를 통해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 관광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을 겨냥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는 지난달 말 한국 롯데그룹의 사드 배치 부지 제공 계약 이후 더욱 노골화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한국의 사드 배치 진전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재흥 연구위원은 향후 중국이 북-중 관계 강화와 북 핵 문제 방치, 이어도와 방공식별구역 무력화, 서해 불법어업 활동 묵인과 같은 외교안보적 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정재흥 연구위원] “사드가 실제 배치될 경우 중국은 경제적인 측면보다 정치, 외교적 측면에서의 보복을 취할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 실익을 중시하는 중국으로선 자국 기업에게 피해가 가는 전면적인 경제 보복보다는 북한과의 관계 강화, 대북 제재 반대와 같은 정치외교적, 군사적인 수단을 통해 한국을 힘들게 하는 방식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됩니다.”

2015년 박근혜 한국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통해 최상의 관계를 과시한 한-중 관계가 지난해 급속히 냉각된 것도 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경상대 박종철 교수는 중국의 경우 사드의 한국 배치 자체를 자국 국익에 대한 현실적인 이익 침해를 넘어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체면을 손상시킨 사건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이에 따라 올해 사드 배치가 완료될 경우 수교 25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사드의 한국 배치가 자신들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직접적으로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사드가 ‘북한 억지용’이라는 한국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한국이 사실상 편입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입니다.

[녹취: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중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에 따른 전략적 손실뿐만 아니라 한국 내 사드 배치가 사실상 미국이 동북아에서 주도하는 MD시스템에 대한 본격적인 참여의 출발점이라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사드 배치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미-중 간 전략적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간 역내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양국 간 긴장의 파고가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취임 후 첫 순방지로 한국과 일본을 찾아 사드 연내 배치를 추진하고 미-한-일 안보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일본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사드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 북 핵 위협에 대한 대응 강화 차원에서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까지 체결한 상태입니다.

중국 정부 역시 올해 처음 발간한 ‘아태안보협력정책’ 백서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정재흥 연구위원은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체제 무력화가 목표인 중국으로선 한국을 한-미-일 동맹의 가장 약한 고리로 판단해 압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한국이 사드 배치를 포기할 경우 한미 동맹이 약화되고 대중 방어선에서 한국의 군사적 역할이 축소되면서 미국의 역내 군사안보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중국이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정 연구위원은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한-중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동북아전략연구실장입니다.

[녹취: 박병광 동북아전략연구실장] “한국 정부는 우선 사드 문제와 관련해 당당하고 원칙 있는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양국 간의 전략적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한편, 한-중 관계를 보다 중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에서 바라봐야지 사드 문제가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훼손되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사드 배치의 또 다른 당사국인 미국도 나서 한-중, 미-중 간 전략적 협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