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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따라잡기] '가짜 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달 11일 뉴욕에서 개최한 기자회견 장면.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 당국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모두 '가짜뉴스'라며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달 11일 뉴욕에서 개최한 기자회견 장면.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 당국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모두 '가짜뉴스'라며 비판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금 전세계는 이른바 가짜 뉴스 논쟁으로 뜨겁습니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의 당락을 좌우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것도 이 가짜 뉴스라는 분석이 많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언론들과 연일 가짜 뉴스 논쟁을 벌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이 가짜 뉴스는 무엇이고 오늘날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가짜 뉴스란 무엇인가?”

뉴스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소식을 뜻하는 말로, 사실과 진실에 기반을 두고 정확하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전달해야 함을 원칙으로 합니다. 하지만 이른바 '가짜 뉴스'란 이 정의에 모순되는 두 단어의 조합인데요. 쉽게 말해 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뉴스가 아닌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이후로 인터넷이 발달하고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언론사가 아닌 개인들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진짜 뉴스처럼 퍼뜨리는 사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공신력을 얻기 위해 언론사를 사칭하거나 언론 기사로 위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겁니다.

“가짜 뉴스의 확산 - 2016 미국 대통령 선거와 페이스북”

과거에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출처가 불분명한 뉴스들은 분명 일부의 사람들에 의해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이 가짜 뉴스가 크게 퍼졌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데요.

한 언론사는 지난 대선 기간 중 얼마나 많은 가짜 뉴스들이 퍼져나갔는지 분석했는데, 이 분석에 따르면 2016년 초까지만 해도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주류 언론사의 기사가 주로 언급됐고, 가짜 뉴스들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선거 직전까지 이 추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는데요. 이 기간 주류 기성 언론 기사를 공유하거나 반응을 보인 건 7천300만 건이었는데, 가짜 뉴스는 8천700만 건으로 집계된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만들어진 가짜 뉴스의 대부분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에게 유리하고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는 불리한 내용들이었는다고 분석인데요. 대선 기간 중에 트럼프 후보의 지지자들이 공유한 기사의 40% 이상이 가짜 뉴스였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 가짜 뉴스의 대부분은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하나인 페이스북을 통해서 이루어졌는데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처음에 “페이스북의 뉴스는 대부분 진짜 뉴스이고, 가짜 뉴스는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라거나, “페이스북은 그저 전달 매개체일 뿐”라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 저커버그 CEO]

하지만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면서 페이스북에 대한 비난도 커졌는데요. '얼굴'을 나타내는 'Facebook'이 아니라 '가짜'를 의미하는 'Fakebook'으로 전락했다는 겁니다. 그러자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을 통해 가짜 뉴스를 판별하고 걸러내는 기술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왜 가짜 뉴스에 끌리는가”

가짜 뉴스의 범람은 인터넷의 발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아예 가짜 뉴스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손전화 앱과 웹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는데요. 이미 만들어진 틀에 제목과 본문, 언론사명을 쓰고 저장 단추만 누르면 감쪽같이 인터넷 언론 기사로 탈바꿈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짜 뉴스도 진짜 뉴스와 똑같은 영향력을 갖는다는 사실인데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연구팀이 연구한 결과, 기사의 내용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여부는 게시물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기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사람들이 왜 이처럼 가짜 뉴스에 주목하는지 연구한 미국 듀크대학 연구팀은 긍적적인 이야기에는 뇌가 크게 반응하지 않지만, 자극적이며 부정적인 내용에는 뇌가 크게 반응하고 더 중요하게 기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즉, 가짜 뉴스의 경우 대부분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짜 뉴스에 끌린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가짜 뉴스를 제작한 경우인데요. ‘엔딩 더 페드(Ending the Fed)’라는 한 사이트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가짜 뉴스를 통해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돕고, 당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지지를 드러내지 못했던 숨은 트럼프 후보 지지자들의 분노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목적이 많았는데요. 신문이나 방송처럼 사람들이 많이 보고 관심을 갖게 되면, 광고나 홍보의 효과도 자연히 커지고, 그러면 기업들로부터 광고비나 홍보비 명목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짜 뉴스의 영향 아래 있는 세계”

가짜 뉴스는 이번 미국의 대선뿐 아니라 앞서 수년간 세계 곳곳의 선거 등 정치,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쳐 왔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는데요.

그 예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측이 마약상에 의한 피해자라며 어린 소녀의 시신 사진을 공개하고 마약과의 전쟁을 옹호하는 데 활용했던 일을 들 수 있습니다. 나중에 이 사진의 출처가 필리핀이 아닌 브라질로 밝혀졌지만, 여전히 이 사진은 필리핀에서 마약과의 전쟁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 가짜 뉴스가 인터넷에서만 사람들에게 정신적 만족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도 있었는데요.

[녹취: ‘피자게이트’ 뉴스 보도]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 DC의 한 피자가게에서 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워싱턴의 한 피자 가게에 아동들을 숨겨놓고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는 가짜 뉴스를 믿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벌인 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은 가짜 뉴스를 실제 사람들이 어떻게 믿고 받아들이는지, 현실에서 어떤 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가짜 뉴스의 시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렇게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이용한 가짜 뉴스의 폐해가 커지면서 각국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뉴스 내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여부를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이른바 ‘사실 확인(fact-chekcing)’을 통해 가짜 뉴스 문제를 해결한다는 복안인데요.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정책을 정기적으로 검증해서 사실에 부합하는지, 아니면 허위 주장인지를 공개하겠다는 것입니다.

언론뿐 아니라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 업체들도 사용자들이 올리는 뉴스에 사실 확인 작업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데요. 이용자들이 가짜 뉴스로 의심되는 기사를 신고하면, 전문 기관이 이를 판별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기사들이 거짓으로 판명되면 ‘방해되는 기사’라는 표시가 붙게 되고 해당 뉴스를 보낸 언론사나 공유한 개인은 광고를 실을 수 없게 되는데요. 사실상 광고를 통한 금전적 이익이 가짜 뉴스 범람의 동력이라는 점에서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가짜 뉴스’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상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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