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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유엔 북한인권보고서 3주년] 3. 성분과 성별, 장애에 따른 차별


한국 서울에서 열린 북한 정치범수용소 인권탄압 실태조사 '잔인함의 집결' 발표 기자회견에서 탈북자 출신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강철환(오른쪽) 공동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 서울에서 열린 북한 정치범수용소 인권탄압 실태조사 '잔인함의 집결' 발표 기자회견에서 탈북자 출신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강철환(오른쪽) 공동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는 17일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가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 지 3년이 되는 날입니다. COI는 이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자행됐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는 COI보고서 발표 3주년을 맞아 보고서에 나타난 북한의 중대한 인권 침해를 소개해 드리는 다섯 차례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북한의 성분과 성별, 장애에 따른 차별 실태를 전해 드립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차별이 뿌리깊게 자리잡은, 심각하게 계층화된 사회라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당국이 주민들을 3개의 계급과 약 51개의 세부 계층으로 분류하고 있고, 이런 성분이 거주 장소와 주거 형태, 직업과 교육, 식량배급량, 배우자 선택 등 생활의 거의 모든 면을 결정한다는 겁니다.

탈북자 권영희 씨는 COI 보고서 작성을 위해 서울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부모가 모두 남한 출신이란 이유로 직면했던 차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권영희] “자기 가고 싶은 대학도 못 가고, 가고 싶은 군대도 못 갔고, 좋은 혼인 자리도 못 갔고. 이것이 다 차별이다 보니까 저희 형제들은 그것 때문에 많은 눈물을 흘렸었어요. 그 차별 하나 때문에.”

보고서는 또 세대 간 책임과 집단처벌이 성분제도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습니다.가족 배경이 좋아도 그 사람, 또는 그의 친척이 범죄를 저지르면 성분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였던 강철환 씨는 서울 공청회에서, 출생 당시 가장 상위계층에 속했었지만 할아버지가 민족 반역죄로 끌려간 뒤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증언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강철환] “전 재산을 몰수 당하고 1977년 8월4일에 저희 가족은 함경남도 요덕군에 위치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게 됐습니다. 제 나이는 9살이었고……”

보고서는 또 성분이 범죄에 대한 처벌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탈북자들 증언에 따르면,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성분이 좋은 사람이 더 나쁜 사람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최근 북한 내 시장경제가 점차 확산되고 외화를 포함한 화폐의 영향으로 주민들이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를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됨에 따라 성분에 따른 전통적 차별이 복잡하게 변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전문가는 한때 북한 주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성분의 역할이 재산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기초 공공서비스가 붕괴되거나 돈을 지불해야만 누릴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재산이 없고 유리한 성분이 아닌 주민 상당수는 점점 소외되고 추가적인 차별을 겪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직도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사회 전역에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만연해 있지만, 피해 여성들은 정부로부터 어떤 보호나 법적 구제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시장 활동 등을 통한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됐지만, 이에 걸맞는 사회정치적 발전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여성에 대한 차별은 다양한 인권 침해 상황과 맞물려 여성들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고 밝혔습니다. 식량권과 이동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여성들이 인신매매에 노출되고 성매매와 매춘에 내몰린다는 겁니다.

이밖에 보고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도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주민들이 장애와 결함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않으며,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이 폭넓게 퍼져 있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열차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탈북자 지성호 씨는 서울 공청회에서, 북한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지성호]“가족이란 울타리 속에서 부모나 보호자가 포기할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굶어서 죽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에 지체장애나 중복장애를 가진 아동들을 포괄하는 학교나 교육체계가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장애가 있는 유아의 가정은 평양에서 추방돼 농촌 지역에 강제로 재배치되는 장애인에 대한 조직적 차별이 존재한다는 목격자 증언이 있으며, 장애인의 평양 거주가 허용되고 있다는 최근 보고가 있지만, 이런 정책이 어느 정도로 실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많은 탈북민들이 장애를 가진 영아들이 살해 또는 유기됐다고 밝혔고, 함경남도의 한 섬에서는 생화학무기의 의학적 효과에 대한 실험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최근 장애인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취약계층의 인권 문제 해결에 긍정적 조치로 보이지만, 이런 계층에 대한 신빙성 있는 정보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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