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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따라잡기] ‘북미자유무역협정’


지난 1993년 9월 14일 빌 클린턴(앉은 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제럴드 포드(왼쪽), 지미 카터(가운데), 조지 H.W. 부시(가운데 오른쪽) 등 전직 대통령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최종 서명하고 있다.
지난 1993년 9월 14일 빌 클린턴(앉은 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제럴드 포드(왼쪽), 지미 카터(가운데), 조지 H.W. 부시(가운데 오른쪽) 등 전직 대통령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최종 서명하고 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재협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운동 기간에 NAFTA에 대해서 ‘재앙적인 무역협정’이라며 비판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북미자유무역협정, 나프타(NAFTA)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란 무엇인가”

나프타(NAFT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의 영어 약자를 딴 말인데요, 미국의 자본과 기술, 캐나다의 자본과 자원, 멕시코의 노동력과 자원이 결합한 경제 연합체를 말합니다.

이 협정은 세 나라 교역장벽을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공정한 경쟁조건의 확립, 투자기회의 증대, 지적재산권의 보호 등을 통해 북미 3국을 자유 무역권으로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됐는데요.

[녹취: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비준안 서명 연설]

1993년 말,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NAFTA 비준안 서명 연설을 통해, 북미자유무역협정은 곧 양질의 일자리가 미국에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결코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기대 속에 시작된 NAFTA는 3개국 간의 관세를 없애서 물품과 용역의 이동이 자유롭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 첫 단계로 미국과 캐나다가 1989년 1월 1일부로 먼저 시행했고, 1992년 말에 멕시코까지 포함된 무역협정에 합의가 이뤄지면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사실상 단일경제권으로 묶이게 됐습니다.

당시 유럽이 경제공동체를 이뤄 몸집을 키우고, 또 일본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 경제가 기지개를 켜자 위기감이 커졌고요. 이에 따라서 지역, 경제 공동체를 출범시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는데요, 이것이 NAFTA를 탄생시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찬반격론을 불러일으킨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의 출범을 두고 찬성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았는데요. 미국의 경제 이론가인 이언 플레처는 NAFTA 찬반논란을 두고 “20세기 미국의 역사에서 가장 치열한 자유무역 논쟁”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협정이 타결되자마자 각 국, 각계각층의 셈법에 따른 득실에 따라 찬반양론이 극렬하게 갈린 것인데요.

미국의 경우 노동계와 환경 운동가, 일부 경제학자들이 반대론에 앞장섰습니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은 “NAFTA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고요, 미국 기업인 출신으로 1990년대에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었던 로스 페로는 “멕시코가 미국의 일자리를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린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멕시코로 기업들이 대거 이전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거세게 반발했고, 환경운동 쪽에서는 NAFTA가 각종 환경 규제를 없애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걱정했는데요. 실제로 워싱턴 협약과 몬트리올 의정서, 바젤 협약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환경규제가 미국과 멕시코에서 철폐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는 NAFTA가 경제, 문화적으로 강국인 미국에 대한 종속을 더욱 심화시키고 공업과 농업 부문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는데요.

캐나다는 미국과의 재협상을 통해 문화, 경제적 방어막을 어느 정도 구축하는 데 성공한 반면, 멕시코에서는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협정 반대를 기치로 내건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 무장봉기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기적도, 재앙도 없었던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발효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NAFTA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요? 수치로 나타난 결과를 살펴보면 멕시코의 사파티스타나 미국의 NAFTA 반대론자들이 우려했던 것만큼 참담한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동안 3국의 국내총생산, GDP는 평균 60% 이상 성장했고, 수출 역시 미국과 캐나다는 약 3배, 멕시코는 7배의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NAFTA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도 있습니다. NAFTA가 재화와 용역의 이동만을 허락하고, 노동력이나 화폐의 이동을 제약하면서 경제력이 월등한 미국과 캐나다가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고, 멕시코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예를 들어 멕시코는 물건을 싸게 많이 만들거나 고가품을 제조할 여력이 안되고 도로 사정이 열악해 운송도 어렵기 때문에 애초에 경쟁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히려 미국내 중남미계 불법 이민자들의 수를 늘리는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하는데요.

반면 미국이나 캐나다 입장에서도 이 협정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제조업 기반이 인건비가 훨씬 저렴한 멕시코로 대거 빠져나가 버렸고,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세계 다른 기업들도 공장은 멕시코에 짓고 거기서 나온 물건은 미국과 캐나다에 팔고 있다는 불만인 것입니다.

“2016년 대선과 NAFTA”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NAFTA는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미국 중부의 이른바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 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NAFTA 등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불만이 크게 터져 나왔고 이것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를 했다는 분석인데요, 이 쇠락한 공업지대의 표심을 뒤흔든 핵심 정책이 바로 NAFTA의 전면 폐기 또는 재협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 트럼프 대통령 후보 캠페인]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NAFTA를 ‘재앙적인 무역협정’으로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NAFTA를 재협상해서 미국민의 일자리와 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되돌리고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NAFTA가 ‘재앙적인 무역협정’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미 경제정책연구소는 1997년부터 2013년 사이 약 80만개의 일자리가 멕시코로 빠져나갔다고 추산했는데요. 하지만 2015년 미 의회는 NAFTA가 실직을 초래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는데요, 그런가 하면, NAFTA가 아니라, 기계화와 자동화가 일자리 감소의 원인이라는 연구 자료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 지금까지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멕시코로 이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미국 내 일자리 가운데 600만개 정도가 멕시코와의 무역으로 유지된다는 미 상공회의소의 발표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NAFTA가 폐기되면 일자리가 미국으로 돌아올까요?

일부 전문가들은 한 국가에서 생산비용이나 거래비용이 증가하면 더 저렴한 다른 국가로 옮겨 생산 비용을 낮추는 것이 이윤추구의 원리이므로,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이 기업들이 멕시코가 아닌 아시아나 중남미 국가들로 다시 빠져나가거나 멕시코에 남더라도 더 이상 관세 혜택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결국 그만큼 오른 물건 가격은 고스란히 미국 소비자들의 몫이 될 것이라는 분석인데요.

반면, 벌써부터 미국 국적의 기업들이나 해외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공장이나 기업 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이 검토되는 등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반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상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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