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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세계서 국제전화료 가장 비싼 곳...통신 규제 풀어야"


북한 평양공항의 '고려링크' 부스에서 외국인들이 휴대전화를 대여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평양공항의 '고려링크' 부스에서 외국인들이 휴대전화를 대여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전세계에서 국제전화료가 가장 비싼 곳 중 하나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당국이 외부와의 통화중개료를 매우 비싸게 책정하고 인터넷 등 모든 통신망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인터넷을 통해 음성뿐 아니라 영상 통화도 무료로 하고 있는 국제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세계 8억명이 가입해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전화업체 바이버(Viber)가 최근 선불 국제전화 상품가격을 새롭게 조정했습니다.

4달러 99센트, 9달러 99센터, 24달러 99센트 등 세 가지 선불 상품을 광고하고 있는 데, 북한에 전화하려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비쌌습니다.

7분 통화에 4달러 99센터, 14분에 9달러 99센터, 36분 통화에 24달러 99센트를 부과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 가운데 한 곳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미국이나 한국과 비교하면 무려 37배나 비쌌습니다.

두 나라는 모두 4달러 99센트를 내면263분, 9달러 99센트에 526분, 24달러 99센트에 1천 315분 통화가 가능했습니다.

중국은 4달러 99센트에 384분을 통화할 수 있어 미국이나 한국보다 더 저렴했고, 북한과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는 나라는 쿠바 등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업체들 역시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미 최대 무선 통신업체인 버라이존은 한 달에 연결비 5달러를 낼 경우, 북한은 일반전화와 휴대폰(손전화기) 모두 1분 통화에 2달러 49센트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통화는 1분에 일반 전화 0.07센트, 휴대폰은 0.11센트에 불과했습니다.

경쟁업체인 AT&T 역시 북한 통화료가 1분에 3달러 45센트인 반면 한국은 5달러의 이용료를 낼 경우 1분에 0.09센트에서 0.15센트로 매우 저렴했습니다.

다른 개발국에 대한 통화료도 북한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낮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새삼스러운 게 아닙니다.

스웨덴의 통신업체인 ‘레브텔’은 5년 전 ‘세계에서 국제통화료가 가장 비싼 10대 나라’ 목록을 발표하면서 북한을 1위에 올렸습니다.

목록을 보면 북한은 1분 통화에 2달러 49센트로 가장 비쌌고 그 뒤를 2달러 38센트인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3위는 코모로스 2달러 7센트, 4위 차드 1달러 99센트 등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전세계 서민들이 즐겨 사용하는 선불 전화카드(calling cards) 역시 북한 통화료는 가장 비싼 편이었습니다.

주요 전화카드 판매업체인 Callingcards.com를 보면 미국에서 북한에 전화할 경우 가장 저렴한 카드는 1분에 37.3센트에서 56센트였습니다. 반면 한국은 1분에 0.68센트, 중국은 0.7센트에 불과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국제전화비가 터무니 없이 비싼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관계자는 24일 ‘VOA’ 에 “북한의 국영통신업체(체신성)가 통화중개료를 비싸게 책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수신국 업체가 요구하는 이용료를 발신국 업체가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게 일반적인 국제 관례”라며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최근에는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로 지구촌 주민들은 일반전화가 아닌 컴퓨터와 휴대폰을 통해 무료 혹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국제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음성뿐 아니라 서로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영상 통화도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형태의 국제전화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크게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정부가 인터넷 등 모든 통신을 철저히 통제하고 차단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바깥 세계와 연결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스웨덴 업체인 ‘레브텔’은 북한에서 외국인과 주민들이 서로 다른 통신망을 사용하고 상호 연결도 불가능하다며 북한의 통신 시장은 매우 특이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통화료가 극도로 비싼 이유로 북한 당국이 책정한 비싼 중개료와 국제 제재 등을 꼽았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런 높은 통화료가 결국 북한 주민들과 외부 사회의 연결을 차단하려는 북한 정권의 철저한 통제정책 때문이라며 북한 정부에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북한의 통제와 단절 실태를 담은 보고서(허락되지 않는 접속-통제된 사회, 단절된 삶)를 발표하면서 북한처럼 외부와 차단된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아놀드 팡 AI 조사관]

북한 내 휴대전화 보급이 3백만 대를 넘었지만 주민들은 외국에 나가 있는 가족이나 지인과 통화조차 할 수 없고, 몰래 통화하려면 거액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겁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정보를 나라 안팎에서 자유롭게 주고 받는 것은 국제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높은 국제통화료와 열악한 통신 체계는 소통을 중시하는 외부 사업가들의 대북 투자를 막아 북한의 경제발전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북한인들이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검열 없이 접속하도록 촉구하는 캠페인과 국제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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