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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트럼프 행정부, 북한 우선순위 올리나…전망 엇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22일 백악관에서 열린 고위 참모들의 선서식에 참석했다. 오른쪽은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새로 출범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가 외교안보 현안으로 얼마나 비중 있게 다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을 중대 위협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이지만, 전직 관리들 사이에선 위협이 곧 우선순위가 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 보는 심층취재,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국가안보 사안은 무엇인가?

지난 10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평화연구소(USIP) 세미나에서 마사 라다츠‘ABC 방송' 기자가 던진 이 질문은 ‘우선순위’와 ‘위협’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녹취: 마사 라다츠] “We talk about three national security priorities. We’re not talking about necessarily threats and you view those quite differently.”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령관, 톰 카튼 공화당 상원의원 등 전현직 고위 당국자 가운데 북한을 우선순위로 거론한 참석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녹취: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The presence of non-state actors has added an awful lot of challenges especially since our national security tool box is set up to deal with states and not with non-state actors.”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비국가 단체, 강대국 간 경쟁으로 인한 도전, 비효율적 정부 소통 시스템 등 주요 “절차상”의 문제를 들었고,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사이버 공격, 강대국 간의 힘의 정치,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 등의 폭력적 극단주의를 ‘우선순위’로 꼽았습니다.

북한은 ‘위협’이지 ‘우선순위’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10일 미국평화연구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미국 차기 정부의 국가안보 우선순위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프레데릭 켐프 애틀랜틱 카운슬 CEO, 탐 카튼 공화당 상원의원,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총사령관.
지난 10일 미국평화연구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미국 차기 정부의 국가안보 우선순위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프레데릭 켐프 애틀랜틱 카운슬 CEO, 탐 카튼 공화당 상원의원,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총사령관.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 물망에도 올랐던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북한 문제 등이 왜 우선순위와는 구별돼야 하는지 설명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 사령관]“We worry about North Korea but we have options, we are kind of prepared…”

북한 등이 제기하는 위협엔 대처 방안이 수립돼 있지만, 사이버 위협은 심각성과 준비태세의 간극이 너무 커 국가안보 우선순위에 오를만하다는 논리입니다.

미 당국자들 사이에서 러시아, 중국, 테러리스트와 함께 4대 당면 위협으로 꼽히는 북한. 하지만 “중대한 위협”이자 “도전 과제”가 곧바로 미국 안보의 “우선순위”가 되는 건 아니라는 시각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미 정권 교체기를 거치며 북한이 확실히 정책 우선순위로 자리잡았다는 관측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녹취: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 “Clearly it’s a high priority now. I think President Obama, in his meetings with President-elect Trump, has emphasized that North Korea has to be given a very high priority so I think it’s universally recognized now that the North Korea threat has to be dealt with-you know, it’s up there near the top.”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1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북한을 매우 높은 순위로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고, 북한 문제는 거의 최우선 순위로 상승했다고 말했습니다.

​적어도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분야 핵임 인사들의 잇단 북한 관련 발언은 그런 진단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녹취: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 청문회]“Sure, it’s a serious threat and I believe that we’ve got to do something about it.”

트럼프 내각 각료 중 처음으로 상원에서 인준된 제임스 매티스 신임 국방장관은 대북 선제타격론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는 북한을 “적”이자 “중대한 위협”으로,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북한을 테러집단에 준하는 위협세력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 청문회]“Adversaries like Iran and North Korea pose great threats to the world because of their refusal to conform to international norms.”

북한을 동북아시아 동맹국들을 고려한 ‘변방의 위협’이 아닌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자 우선순위로 올리려는 움직임은 오바마 행정부 말기에 더욱 활발해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제임스 매티스 신임 미국 국방장관(오른쪽)이 21일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에 출근하며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신임 미국 국방장관(오른쪽)이 21일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에 출근하며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입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차관보] “Well, I think it’s changing. If you take a look at what the Joint Chief of Staff has said all the major threats to the United States, they put North Korea ahead of ISIS.”

코브 전 차관보는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의 발언을 보면 미국이 처한 중대 위협과 관련해 북한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IS 보다 우위에 놓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셉 던포드 미 합참의장은 지난 2015년 취임 이래 미국에 대한 최대 위협을 러시아,중국, 이란, 북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순으로 꼽아왔습니다.

[녹취: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 ““The US is now confronted with simultaneous challenges in Russia, China, Iran, North Korea and, of course, violent extremism.”

코브 전 차관보는 여기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미 본토 타격 가능성이 크게 작용했다며,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을 불사하면서 한반도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은 북한이 우선순위임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차관보] “I think it is a priority. That is why they are putting THAAD in there. Because they knew the Chinese would not be happy about this. But they are going ahead because they have made it a priority. And they are willing to risk, you know, tensions with China over it. I mean, so I do think that shows it is a priority.”

하지만 북한 문제를 직접 다뤘던 전직 고위 관리들은 북한 위협이 우선순위로 격상될지 여부에 여전히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장] “I don’t think you can make that prediction.”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적어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ISIL 격퇴와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 집중할 것이라며 북한이 우선순위로 오를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장] “I mean I think at least in the first instance it appears as though, you know, the focus on defeating Islamic State in Syria and Iraq is going to be a very dominant position. And obviously the U.S. relations with China, the U.S. relations with Russia will be critical elements. So I don’t know whether North Korea will be very high on the list of priorities.”

전문가들은 한국과 달리 미국이 느끼는 북한발 위협에 대한 체감수위는 일상적이고 즉각적이 아니라는 데서 그 이유를 찾습니다.

윤 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입니다.

[녹취: 윤 선 연구원] “The level of threat for South Korea or the United States are certainly very, very different. North Korean threat is real; it’s a daily matter of reality for South Koreans but it is not for the Americans.”

세이모어 조정관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둘지 여부는 김정은의 행동에 달렸다며, 잇단 핵과 미사일 시험 혹은 한국에 대한 재래식 무기 위협이 제기돼야 비로서 중요 사안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관] “I think it depends on part of what Kim Jong Un does. If Kim Jong Un carries out a series of nuclear and missile tests or some kind of conventional threat against the South, then obviously North Korea would become a much more prominent issue on the agenda.”

미국 정부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직후에만 강경 대응 방침을 강조하고, 그나마 북한의 “자제”를 촉구하는 선에서 수위 조절을 하는 등 현상유지에 더 무게를 둔다는 지적과 맥을 같이합니다.

실제로 오바마 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한 건 8년 임기 중 2010년, 2011년, 2013년 세 차례뿐입니다.

[녹취: 오바마 대통령 2013년 국정연설] “The regime in North Korea must know they will only achieve security and prosperity by meeting their international obligations….”

‘무시전략’ 이라는 해석도 있었지만, 지난해 1월 북한 핵실험 1주일 만에 국정연설을 하면서도 북한을 언급하지 않아 공화당 의원의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바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3년 2월 국정연설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언급했다.
바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3년 2월 국정연설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언급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등한시하는 게 아니라 “오랜 복합적 위협”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North Korea is a long standing multi-spectrum threat to the United States and its allies.”

북한 문제는 핵과 미사일 뿐아니라 재래식 무기, 사이버, 돈세탁, 마약 거래, 인권 유린 둥 광범위한 “나쁜 행동”의 전형으로, 미국 정부가 24시간 안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급한 사안에 포함된다기 보다 정보 측면의 우선순위이자 군사적 위협이라는 지적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의 한 관리는 ‘VOA’에 북한 문제는 국무부 내 전담 관리들이 끊임없이 다루고 있는 우선순위라며,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등 눈에 띄는 움직임이나 진전이 없어 최우선 순위에서 뒤처져 보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 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에 성공할 경우 이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순위로 떠오를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오바마 행정부의 “동결” 제안을 그대로 계승하거나 기존 대북 접근법을 완전히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윤 선 연구원] “If that happens, it will greatly alter the U.S. threat perception and maybe it will make North Korea more a priority but until that happens, for the Trump administration to proactively change its policy or seek a new policy on North Korea--it’s just difficult.”

존 케리 국무장관은 퇴임을 2주 앞 둔 지난 5일 남긴 ‘고별 메모’에서 북한 핵 프로그램을 오늘날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일본과 달리 한국주재 미국대사는 아직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고, 행정부 주요 부처 한국담당 라인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그저 ‘위협’이 아니라 시급한 ‘우선순위’로 취급할지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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