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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연초부터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압박


지난해 6월 북한 평양김일성광장에서 한국전 발발 66주년을 맞아 대규모 반미 군중대회가 열렸다.

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의회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요구하는 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08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이후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면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테러지원국 재지정’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요, 테러지원국 지정은 어떻게 이뤄지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박형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12일 미국 하원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이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의 테드 포 의원은 “북한의 약속에 따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지만, 그 약속이 깨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포 의원] “There was a time when we kept North Korea on the State Sponsors of Terrorism List. They came off the list because…”

비핵화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는데,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다시 지정 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테러.비확산.무역 소위원회의 테드 포 위원장.
미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테러.비확산.무역 소위원회의 테드 포 위원장.

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북한이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 행위를 행정부가 조사한 뒤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거나, 지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법적 근거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지난해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통과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테러지원국 명단을 작성한 것은 1978년부터입니다.

테러활동에 연루되거나 테러단체를 지원한 나라들을 지정해 각종 제재를 가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테러확산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국무부는 테러지원국 지정 요건으로 테러조직에 대한 기획·훈련·수송·물질 지원, 직· 간접적인 금융 지원 등을 요건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원 활동의 형태나 수위 등이 명시돼 있지 않아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여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무역, 투자, 원조 면에서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됩니다.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구에서 지원이나 차관을 받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처음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른 국가는 리비아, 이라크, 남예멘, 시리아 였습니다. 이후 시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미국과 타협을 거쳐 명단에서 삭제됐습니다.

이후 1982년 쿠바가 명단에 올랐지만 2015년 미국과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해제됐습니다.

[녹취: Jeff Rathe 국무부 대변인] “State Department spokesperson Jeff Rathk that Secretary of State John Kerry has officially removed Cuba from a list of state sponsors of terrorism, adding that It is effective today, May 29, 2015”

국무부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2015 국가별 테러보고서’에서 테러지원국으로 남아 있는 국가는 시리아를 포함해 84년에 지정된 이란, 93년에 지정된 수단 입니다.

북한은 1988년 1월 처음으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습니다.

1987년 11월, 북한 공작원 김현희가 연루돼 115명의 희생자를 낳은 대한항공 폭파사건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하지만 그 이후에는 주목할만한 테러지원 행위를 한 적이 없었다며 끊임 없이 해제를 요구해 왔습니다.

특히 93년 이스라엘 폭탄 테러사건, 또 98년 케냐 주재 미국대사관 폭탄 테러 사건 당시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테러 규탄 성명을 발표하며 테러지원국이 아님을 강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북한의 바람대로 테러지원국 삭제 움직임이 본격화 된 것은 2007년부터였습니다.

2007년 북핵 6자회담에서 2.13합의가 체결된 이후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핵 프로그램 신고와 연계시키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겁니다.

당시 일본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테러지원국 해제를 논의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했습니다.

이듬해 6월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 약속을 이행하자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를 착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녹취: 부시 대통령] “I am notifying Congress of my intent to rescind North Korea's designation as a state sponsor of terror in 45 days. The next 45 days will be an important period for North Korea to show its seriousness of its cooperation”

부시 대통령은 “북한 정부가 6개월간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 일체의 국제 테러지원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란 보증을 제공했다”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이처럼 특정 국가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해당 국가가 6개월 동안 테러활동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증명서를 의회에 전달해야 합니다.

이후 의회는 45일 동안 이를 검토하고 반대를 표시하지 않을 경우 공식적으로 해제됩니다.

북한도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지정 20년 만인 그 해 11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됐습니다.

이후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2010년 천안함, 연평도 사건 등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이 같은 주장은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2014년 미국의 소니 영화사 해킹 사건 등을 계기로 더욱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소니 해킹과 관련해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응징’을 언급하면서 ‘테러지원국 재지정’가능성도 높게 점쳐졌습니다.

[녹취: 오바마 대통령] “We will respond. We will respond proportionately and we'll respond in a place and time and manner that we choose”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익명의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 하지 않았고, 대신 해킹의 주범으로 알려진 북한 정찰총국 등을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습니다.

소니 해킹 사건은 미국 정부가 테러 행위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고 있는‘물리적 폭력’과 ‘인명에 대한 위해’와 거리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이 이미 국제사회의 다양한 제재에 놓여 있고, 북미간 교역이 미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테러지원국 지정에 따른 압박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정부가 추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해부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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