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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잇따른 ICBM 위협 “트럼프 행정부에 보내는 메시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사진을 지난해 6월 공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사진을 지난해 6월 공개했다.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잇따른 ICBM 위협은 트럼프 행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최근 포착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북 감시를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한국 군은 ICBM을 탑재한 것으로 보이는 이동식 발사차량, TEL이 발사장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은 아직 포착되지 않았으며 북한의 관련 동향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20일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ICBM을 당장이라도 발사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의 20일 기자설명회 내용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내일이다, 모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언제 발사한다’ 라고 하는 특이한 동향은 없습니다. 없지만, 북한 최고지도자의 결심만 있으면 하시라도 모든 준비는 다 돼 있다고 우리가 보고 있습니다.”

지난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 관철을 다짐하는 군중대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 관철을 다짐하는 군중대회가 열리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시작으로 관영매체들을 동원해 잇달아 ICBM 완성을 주장하며 군사적 위협을 지속해 왔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에도 논평을 통해 미국의 핵전쟁 위협에 대처해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를 진행하는 것은 자위적 조치라며 누가 뭐래도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ICBM 시험발사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며 위협 수준을 높였습니다.

미-한 군 당국이 북한의 ICBM 발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북한의 잇따른 ICBM 위협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트럼프 신 행정부와의 타협과 협상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군비통제단장을 지낸 이상철 성신여대 교수는 전략적 인내와 더불어 북한의 변화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오바마 정부 당시 북한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며, 이제 출범하는 트럼프 신 행정부에 대해서는 무언가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 즉, 실제 ICBM이 현존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을 대화와 협상의 자리로 유도하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입니다.

[녹취: 이상철 교수 / 성신여대] “강하게 압박을 하든 대화를 하든 간에 변화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라고 기대를 하면서 트럼프한테 직접적으로 위협을 함으로써 유도하려는 그런 의도가 강한 게 아닌가 생각 들어요. (미국이) 받아들이면 다행인데 만약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직접적으로 한번 강한 모습을 아마 보여주겠죠, 이래도 대화 안 할거냐?”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북한에게 애초 핵무기 소형화와 ICBM 시험발사 성공은 미국을 상대로 한 억지력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재천 교수 / 서강대] “너희들의 선제공격이 만약 있다면 그것을 억제할 수 있는 우리가 충분한 억제력을 확보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것은 뭐 타이밍의 문제였지, ICBM을 북한이 계속 개발해서 테스트할 거라는 것은 늘 예상해왔던 부분이죠. 지금 타이밍이 트럼프 행정부가 발족되니까 때를 맞춰서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달라 하는 메시지가 같이 들어가는 것이겠죠.”

김재천 교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ICBM 시험발사 성공은 ‘바늘과 실’과 같다며 소형화된 핵무기를 탑재해 미국 본토까지 운반하는 ICBM 시스템의 구축은 북한의 오랜 염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실제 ICBM 도발을 감행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목소리가 많습니다.

유명환 전 한국 외교부 장관은 과거 미국의 행정부 교체기 당시 수 차례 도발해온 북한의 과거 전례를 볼 때 이번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직후에도 도발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도발을 했다가는 곤란에 처할 수 있다며 북한이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유 전 장관은 전망했습니다.

[녹취: 유명환 전 장관 / 한국 외교부] “(미국 신 행정부에) 상당히 강성 사람들이 많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초임부터 선제타격론까지 나오고 있고 또 미국 분위기가 과거와는 달라요. 과거에는 하나의 가상적인 위협으로 인식했는데 이제는 북한 핵 문제가 현존하고 실제적인 위협, ‘리얼 엔 프레젠트’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북한이 또 그런 과거의 습관대로 도발을 했다가는 아마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될 것 같아요.”

이상철 교수 역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직후 ICBM 도발을 한다면 트럼프 신 행정부에 침 뱉는 격이 돼 오히려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실제 감행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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