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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연초부터 중국 '푸대접'…“대북 제재 동참 불만 표시”


지난해 7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나란히 앉아 있다.
지난해 7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나란히 앉아 있다.

북한이 연초부터 혈맹관계인 중국을 푸대접하고 러시아를 우대하는 차별적인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새 대북 제재 결의에 적극 동참하려는 중국 측 움직임에 대한 불만을 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라디오 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신년사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외국 정상의 신년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보도한 겁니다.

푸틴 대통령의 신년사는 지난 3일자 `노동신문' 6면에도 실렸습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년사는 이보다 하루 뒤인 4일 `조선중앙방송'에서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과 틴 초 미얀마 대통령,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다른 나라 정상들과 함께 보도됐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이 소개한 신년사 분량도 푸틴 대통령은 485자였지만 시 주석은 178자로 절반도 안됐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지난달 31일 기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연하장을 보낸 각국 지도자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러시아를 중국보다 먼저 호명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새해에 즈음해 여러 나라 국가수반들과 정당 지도자들, 각계 인사들이 연하장을 보내왔다며 러시아연방 대통령,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라오스인민민주주의공화국 주석 등의 순으로 이름없이 직책만 언급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오래된 혈맹관계를 감안할 대 북한 당국의 중국 최고 지도자에 대한 이런 푸대접은 이례적입니다.

북한이 연초부터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5차 핵실험에 반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한 데 호응해 중국 당국이 지난달 북한산 석탄 수입의 일시 중단 조치를 내린 데 따른 불만이라는 관측입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최근에 중국이 미국 등과 함께 제재 결의에 동참하고 또 민생과 관련한 부분까지 추가 제재에 동의하는 그런 움직임들에 대해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봐야겠죠.”

혈맹관계를 과시했던 북-중 관계는 김정은 정권 들어선 이후 꾸준히 나빠졌습니다. 지난 2013년 12월 김 위원장의 고모부이자 친중파였던 장성택의 처형, 그리고 김 위원장의 연이은 핵실험 감행이 이유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차 노동당 대회 개회사에서 당과 인민이 제국주의 연합세력과 단독으로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제국주의 연합세력이라는 표현은 유엔의 북 핵 개발 저지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었습니다.

반면 중국과 관계가 멀어진 대신 러시아와의 교류를 늘리면서 의도적으로 러시아를 우대함으로써 중국을 자극하는 외교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입니다.

[녹취: 남광규 소장 / 매봉통일연구소]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러시아를 활용한 일종의 중국 견제로 볼 수 있고 이는 과거 북한의 러시아 중국 사이에서 자주 보여온 외교 양태로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제 군사적 대중 의존도를 감안할 때 중국과의 관계를 극단적으로 나쁜 수준으로까지 몰고 갈 가능성은 적게 보고 있습니다.

향후 북-중 관계에 영향을 줄 변수로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꼽았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박사입니다.

[녹취: 박병광 박사 /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중국에 대해서 압박정책을 펼치고 또 미국 차기 행정부가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쪽으로 가게 되면 북한의 필요성 보다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될 테니까 중국은 어쨌든 북한을 좀 더 끌어안으려고 할 겁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낸다면 북한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태도가 바뀐다면 중국도 북한에 유화적인 자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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