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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터뷰: 맥도웰 하버드 박사] “북한 핵탄두 탑재 ICBM 배치, 5년 이상 걸릴 것”


지난 2015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탄두가 뾰족한 형태에서 둥근 형태고 개량된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됐다.
지난 2015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탄두가 뾰족한 형태에서 둥근 형태고 개량된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됐다.

북한이 핵탄두가 장착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보유하려면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가 전망했습니다. 사거리를 늘리기 위한 대형 상단 로켓과 고체연료 엔진,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맥도웰 박사는 위성 발사 로켓 대신 무수단과 잠수함 발사 미사일이 ICBM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3년 뒤쯤 모형 핵탄두를 탑재해 시험발사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17년 새해를 맞아 `VOA’가 준비한 인터뷰 시리즈,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북한 로켓 전문가인 조너선 맥도웰 박사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현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춰가고 있습니까?

맥도웰) 북한이 ICBM 개발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그럴 능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당분간은 무수단을 북한의 최대 사정거리 미사일로 봐야 합니다. 그나마 괌까지 닿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던 무수단이 최근 분석에 따르면 일본 오키나와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수준입니다. 위성 발사체인 광명성이 있긴 하지만 ICBM과는 설계가 다릅니다.

기자) 어떤 점이 다릅니까?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조너선 맥도웰 박사 (사진출처=맥도웰 박사 홈페이지)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조너선 맥도웰 박사 (사진출처=맥도웰 박사 홈페이지)

맥도웰) 발사 형태가 다릅니다. 북한은 광명성 로켓을 미사일 발사 방식으로 시험한 적이 없습니다. ICBM은 훨씬 높고 멀리 날아가야 하지만, 위성 추진체는 매우 빨리 상승한 뒤 수평으로 날아가며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만큼만 움직입니다. 이 ‘은하-광명성 프로그램’에 대해 우려가 많지만, 지금까지 나온 증거로는 미국에 닿을 수 있는 ICBM 개발과는 구분 지어야 할 겁니다.

기자) 북한의 위성발사체가 곧 ICBM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인가요?

맥도웰) 그렇습니다. 북한이 은하 위성발사체를 통해 대규모 로켓에 대한 경험을 쌓겠지만, 이게 ICBM의 기반이 되진 않을 겁니다. 그 보다는 ‘화성-10’(무수단)과 ‘북극성’(SL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 다음 세대에 보다 장거리 미사일로 진화할 실제 무기 시스템 입니다.

기자) 북한의 ICBM 개발에 어떤 걸림돌이 남아있죠?

맥도웰) 사거리가 훨씬 짧은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도 지난해 단 한 차례를 빼고 모두 실패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대형 미사일의 기본적 발사 기술을 완성해야 합니다. 특히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대형 상단 로켓 기술을 익혀야 하고요. 지상에서 실험한 대형 고체연료 엔진을 실제 발사에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도 남았습니다. 앞으로 2년 동안 북한이 액체와 고체 연료 미사일 개발에 모두 진전을 이룰 걸로 보입니다. 또 전세계에 공군과 함대를 파견한 미국과 달리 북한은 발사 미사일을 추적 관찰할 수 있는 외부 기지가 없는 것도 한계입니다. 여기에 대기권 재진입 역량도 갖춰야 하는데, 북한은 핵탄두가 고층 대기에서 녹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술을 시험한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 6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해 6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사진을 공개했다.

기자) 그런 기술들을 완성하기 위해선 또다시 장거리 로켓 실험이 필요한가요?

맥도웰) 위성 발사 형태일 필요는 없습니다. 지난해 진행했던 무수단 미사일 실험으로도 가능하니까요. 가령 전체 사거리를 시험하는 대신, 미사일을 보다 수직으로 쏴서 아주 높이 올린 뒤 매우 빠르게 떨어지게 만들면 대기권 재진입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이 이런 식의 실험을 하는 걸 또 보게 될 겁니다.

기자) 굳이 장거리 로켓을 시험발사하지 않아도 중요한 ICBM 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얘기군요.

맥도웰) 대부분 그렇습니다. 다만 미국 등을 겨냥할 경우 지구의 중력장이 미사일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해 정확한 유도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건 별개의 절차입니다. 하지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은 보다 짧은 사거리 미사일로도 실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도 1950년대 중거리 미사일인 ‘주피터-C’를 쏘아 올려 상단 로켓을 초고속으로 떨어뜨림으로써 초기 재진입체(reentry vehicle)를 시험했습니다. 북한도 이런 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시도한 적이 없는 걸로 압니다.

기자)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는 왜 자꾸 실패하는 걸까요?

맥도웰) 실패한 걸로 알려진 몇몇 발사는 실패가 아닌 고의 폭발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미국도 미사일 개발을 시작하던 단계에 그렇게 했습니다. 엔진 개발 초기엔 발사 후 20초 가량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는지 점검한 뒤 제어가 가능할 때 폭발시키기도 합니다. 100km 고도까지 도달했다 폭발한 (지난해 6월) 실험은 계획된 파괴였을 겁니다. 물론 북한의 일부 무수단 실험은 굴욕적인 실패였습니다. 무수단 미사일 대대를 배치하려면 엔진 결함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아직 그런 신호가 안 보입니다.

기자) 그럼 북한 미사일의 엔진과 유도제어장치 수준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온 걸로 판단하시죠?

맥도웰) 북한은 여전히 옛 소련에서 사용한 엔진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액체연료 엔진은 심지어 수 십 년 전 소련제 엔진 성능에도 못 미친다는 관측이 있고, 그나마 고체연료 기술은 개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유도제어장치는 중단거리 미사일로 일정 수준의 실험을 했습니다. 장거리 유도제어는 한쪽 농구대에서 상대편 골대를 향해 공을 집어넣는 것처럼 어렵습니다. 북한도 그런 실험을 할 필요가 있지만 정치적으론 크게 개의치 않을 겁니다.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 미사일 격납고, 테러 집단 훈련소 등을 정확히 겨냥하는 것과 달리 북한은 그저 광대한 미국 본토 어딘가를 타격할 수 있는 역량만 주장하면 되니까요. 따라서 매우 정교한 제어기술을 갖출 필요는 없지만, 발사 초기 대기권 밖 로켓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북한이 현재 그런 작업을 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이 얼마나 더 그런 과정을 거쳐야 ICBM 역량을 제대로 갖출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맥도웰) 아직도 5년은 더 필요할 걸로 봅니다. 북한이 올해 위성 발사 로켓에 비견될 만한 대형 군사용 로켓을 실험할 가능성도 있지만 첫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2~3년 뒤면 ICBM을 보유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보다 훨씬 많은 재원을 투입하지 않는 한 시험발사용이 아닌 무기화를 하는 데는 5년 이상 걸릴 것이란 거죠.

기자) 북한이 ICBM을 2020년쯤 갖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그럼 시기를 너무 앞당겨 잡은 건가요?

맥도웰) 어떤 수준의 ICBM을 말하는 것인지에 달렸습니다. 저는 북한이 2020년에 핵탄두가 장착된 믿을 만한 ICBM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엔 회의적입니다. 대신 그 때쯤이면 모형 핵탄두를 탑재해 시험발사할 역량에 도달할 것으로 봅니다. 실제 ICBM을 배치하는 시기는 그 이후 시간이 더 지나야 될 것이고요.

기자) 북한 위성의 움직임을 계속 관찰해 오셨는데요. 지난해 2월 쏘아 올린 ‘광명성 4호 위성’은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지난해 2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광명성 4호 발사 장면.
지난해 2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광명성 4호 발사 장면.

맥도웰) 광명성 4호와 2012년 12월 두 번째로 발사된 광명성3호 모두 지구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위성 모두 작동 여부를 확신할 수 있는 증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앞서 광명성 4호가 안정적 각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했고, 최근 자료를 봐도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이게 위성이 “죽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안정화됐기 때문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현재까지 북한 위성이 찍은 어떤 사진도 본 적이 없고, 무선신호도 전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광명성 4호는 지난해 2월 발사된 뒤 시간이 지나면서 궤도 높이가 8km 가량 떨어졌습니다.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앞으로도 수 년 간 궤도에 머물 겁니다.

기자) 북한은 광명성 4호를 성공으로 주장하고 있는데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나요?

맥도웰) 물론 광명성 4호가 북한 상공을 지날 때만 무선신호를 보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습니다. 정보 기관들은 관련 정보를 갖고 있겠지만, 외부에선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소 회의적입니다. 북한이 위성으로 찍은 사진을 공개한다면 성공을 과시하는 선전적 효과가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북한이 위성사진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로부터 북한의 미사일 역량과 개발 현황에 대한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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