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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터뷰: 하이노넨 전 IAEA 차장] "북한 핵실험, 제3의 비밀 시설 가능성 주시해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난해 9월 9일, 한국 서울 기상청 관계자가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의 진앙지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부근을 가리키고 있다.

북한이 앞으로 제3의 장소에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밝혔습니다. 북한은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과 영변 핵 시설에 모든 자산을 집중시키는 대신 복수의 비밀 단지를 조성하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은밀히 이뤄지는 우라늄 농축이 북한 핵 역량의 핵심이라며, 5차례 핵실험을 통해 이미 중요한 “이정표”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2017년 새해를 맞아 `VOA’가 준비한 인터뷰 시리즈,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1, 2차 북 핵 위기 당시 영변 핵 시설 사찰을 주도했던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어떤 기술 수준에 도달해야 “핵 개발 완성”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겁니까?

하이노넨) 핵 프로그램은 워낙 독립적으로 운영돼 외교관들이 정확한 실체를 알기 어렵습니다. (“2017년 북한 핵 개발 완성”을 언급한) 태영호 전 공사는 기술적인 부분 보다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정치적 측면을 말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럴 경우 북한은 1년 뒤 추가 핵실험을 한 뒤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충분한 실험을 다 마쳤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겁니다. 핵실험은 기술적 진전을 목적으로 하지만 많은 경우 외부에 핵 역량과 억지력을 과시하려고도 실시하니까요. 다섯 차례라는 횟수는 상당히 많은 핵실험을 뜻합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중요한 이정표에 다가섰거나 이미 도달했을 겁니다. 5차 핵실험은 20~30kt으로 추정되고 이는 상당한 위력입니다.

기자) 정치적 측면을 제외하고, 핵 과학자나 국제원자력기구가 보는 기술적 “핵 개발 완성”은 그럼 어느 지점인가요?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 관점에선 북한은 이미 그 선을 넘었습니다. 이미 충분한 핵 물질과 핵 개발 기반시설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핵무기는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대신 비행기로 운반할 수도 있습니다. 1998년 핵실험에 성공한 파키스탄이 바로 그런 방식을 계획했죠. 만약 북한이 비행기에 핵무기를 실어 한국을 공격한다면 한국은 이를 일일이 막아내지 못할 겁니다. 따라서 “핵 개발 완성”은 그렇게 단순히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기자) 북한은 그 과정의 어느 수준까지 왔다고 보십니까?

하이노넨) 북한 과학자들은 우수합니다. 재능이 많고 헌신적이죠.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기자재는 제가 보기에도 상당히 현대적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핵 개발에 필요한 기술, 지식, 자원을 두루 갖고 있습니다. 또 핵 개발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북한은 1950년대 초 소련이나 1960년대 중국 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입니다. 북한이 판단하는 핵무기의 질과 성공이 우리의 기준과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북한의 핵무기가 설령 최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해도 수많은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 시점에서 북한의 핵 역량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기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세 차례 핵실험을 감행했고 그 중 두 차례는 지난해에 이뤄졌습니다. 늘어난 핵실험 횟수를 핵 개발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까?

하이노넨) 그럴 수도 있지만, 각 실험의 정확한 목적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같은 핵무기를 연속으로 시험한 건지, 아니면 한 번은 플루토늄, 다른 한 번은 우라늄을 이용해 폭발시킨 건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5차례 핵실험의 성격 역시 북한 밖에 알지 못합니다. 그 중 1차례 폭발력은 미미해 실패로 간주되지만, 실제로는 작은 핵무기를 성공적으로 시험한 것일 수 있죠. 파키스탄, 인도,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은 5차례 핵실험을 한 뒤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북한이 바로 그 중요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현재 혹은 미래의 북한 핵무기 숫자가 자주 제시됩니다. 객관적 수치를 산출하는 게 과연 가능합니까?

하이노넨) 저는 좀 다른 각도에서 봅니다. 현재 추정 수치는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핵 물질 양을 근거로 하는데, 국제원자력기구가 제시한 플루토늄 8kg 보다 훨씬 적은 2~4kg만으로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고농축 우라늄도 고성능 핵무기의 경우 국제원자력기구 기준 25kg이 아니라 10~15kg정도 소요되고요. 그럼 북한 핵무기 추정치는 2배로 확대되죠. 하지만 핵 물질 외에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전기, 고성능 폭약 등이 충분한지도 변수고, 북한의 핵 시설 운용 방식도 고려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북한 시설에선 더 많은 핵 물질 손실이 발생하니까요. 이 모든 걸 고려하면 북한의 실제 핵무기 보유량과 최대 추정치는 알려진 것 보다 놀랄 만큼 적을 겁니다.

기자)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영향을 미치겠죠?

하이노넨) 영변 원자로에서 추출된 플루토늄 양은 상당히 적기 때문에, 중요한 건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 입니다. 가장 불확실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우라늄 농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제한된 역량을 가진 영변 우라늄 시설에선 그런 활동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어디선가 다른 한 개 혹은 복수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가동 중일 것이고, 이게 북한 핵 역량의 핵심입니다. 여기에 전기 공급과 원심분리기 제작에 사용되는 마레이징강이나 탄소섬유와 같은 원자재가 변수입니다. 북한이 자체 제작하려고 시도 중이고 그들이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난해 9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5차 핵실험을 축하하는 평양시군민경축대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9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5차 핵실험을 축하하는 평양시군민경축대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기자) 북한에 핵 활동 등의 “동결”을 대화 재개 조건으로 제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하이노넨) 처음부터 “동결”을 넘어선 조치가 필요합니다. 우선 모든 핵 프로그램과 관련 장소, 개발 이력에 대한 완전한 신고가 첫 단계가 돼야 합니다. 북한이 일부 내용을 조작하려고 시도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미 갖고 있는 정보로 사실 여부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북한이 핵 활동을 단지 중단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북한이 2003년 플루토늄 생산을 즉시 재개해 3년 뒤 첫 실험을 할 수 있었던 전례를 되풀이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당시 북한은 모든 설비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을 뿐아니라 신고하지 않은 부분까지 있었기 때문에 신속히 핵 물질을 재생산했던 겁니다.

기자) 현재 북한의 핵 개발과 역량 중 가장 우려되는 측면은 무엇인가요?

하이노넨)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가장 우려됩니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실태와 고농축 우라늄 보유량, 핵무기 개발 수준과 역량 등이 거기 포함됩니다. 사실 북한은 더 이상 핵실험이 필요 없습니다. 북한이 얼마만큼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와 핵무기 공격의 표적이 어디인가에 달린 문제입니다.

기자) 북한으로선 가령 핵무기 소형화와 수소탄 개발을 위해서라도 추가 핵실험이 필요한 거 아닌가요?

하이노넨)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하려면 소형화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하지만 무수단 미사일의 경우 핵탄두가 그렇게 작을 필요도 없습니다. 훨씬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수소탄 개발은 북한에 당장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북한보다 훨씬 많은 재원을 갖춘 다른 나라들도 오랜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수소탄 개발이 (수소폭탄 이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을 가리키는 건지, 혹은 일종의 핵분열 반응을 시작했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트리튬(삼중수소)을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인데, 여기에 필요한 북한의 원자로 역량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기자) 북한의 핵 개발 동향을 위성사진으로 판독하는 게 얼마나 신빙성이 있습니까?

하이노넨) 저는 그런 시도에 다소 비판적입니다. 위성사진에서 너무 많은 걸 읽으려는 경향 때문이죠. 가령 북한 핵 시설 옆에 노란색 물질이 쌓여 있다고 해서 (우라늄 농축 원료인) ‘옐로케이크’로 결론짓는 식이어선 안됩니다. 올해부터 적외선 영상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핵 시설 가동 여부를 굳이 증기 분출로 확인하지 않아도 됩니다. 국제원자력기구에선 위성사진 외에 핵 설비 조달 정보, 과학 보고서, 인적 정보 등 복수의 자료를 토대로 종합적으로 분석하는데,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를 제외한 민간연구소 등은 너무 위성사진에만 의존한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최근 핵실험 행태를 통해 그들이 주안점을 두는 측면이나 달라진 부분을 유추해볼 순 없습니까?

하이노넨) 북한이 핵실험을 한 뒤 관련 정보를 감추는데 매우 능숙해졌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띕니다. 뚜렷한 사전 조짐 없이 신속히 핵실험을 감행하고, 핵 물질을 공기 중에 누출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우라늄 혹은 플루토늄 사용 여부나 위력 등을 감춰 실제보다 핵 능력을 과장할 목적이거나, 반대로 이미 상당한 역량을 갖췄다는 걸 숨기려는 목적일 수 있죠. 정보기관이나 연구소가 정황적 증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 국방부가 제공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 사진. 지난 5차례의 핵실험 지점과, 지하갱도 입구 위치가 표시돼있다. 한국 군은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핵실험 준비를 마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한국 국방부가 제공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 사진. 지난 5차례의 핵실험 지점과, 지하갱도 입구 위치가 표시돼있다. 한국 군은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핵실험 준비를 마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기자) 북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포착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설명으로도 들리는데요.

하이노넨) 수많은 산과 터널을 갖고 있는 북한은 언젠가 다른 장소에서 핵실험을 할 겁니다. 현재 사용 중인 (풍계리) 실험장은 한계에 다다를 테니까요. 따라서 한 곳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됩니다. 그게 북한이 원하는 바입니다. 핵 활동과 관련해서도 북한은 외부에서 영변 원심분리기 시설이나 원자로에만 신경쓰길 바랄 거고요. 핵 개발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북한은 이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든 것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을 겁니다. 핵 개발 시설을 영변에 정렬시켜 타격 대상으로 만드는 대신, 이를 보호하고 은닉하기 위해 지하에 설치할 것이란 얘깁니다. 옛 소련과 이란 모두 그렇게 했고 여기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기자) 컴퓨터 바이러스로 북한 핵 시설을 파괴하려다 실패한 사례가 보도됐었는데, 이런 공격이 결국 성공할 수 있을까요?

하이노넨) 그렇게 봅니다.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공격하는데 사이버 무기 ‘스턱스넷’을 활용한 뒤 북한도 위험을 자각하고 방어 능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이란이 외부에서 사들이는 (핵 시설) 공정제어 장치를 “오염”시키는 방식이었는데, 비슷한 장비를 사용하는 북한이 이미 대책을 마련한 걸로 보입니다. 이게 실패의 원인이었던 것 같은데, 북한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존재하고 시도된 것으로 확신합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으로부터 북한의 핵 개발 현황과 역량에 대한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내일은 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와 함께 북한의 미사일 역량에 대해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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