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이 주한미군을 상대로 북한에서의 생활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북한 내 실상을 파악하고 미군의 한국 주둔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평가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합니다.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26일 수원 공군기지에서 탈북자 4명이 주한미군을 상대로 강연한 내용을 전했습니다.
이달 초 열린 강연회에서 미 공군 소속 52방공연대 제6대대 병사들은 탈북자 켄 엄 씨의 북한 군 복무 이야기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성조지’는 미군 병사들이 ‘말도 안돼’를 외치며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집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탈북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매튜 맥거원 중위 주선으로 성사됐습니다.
맥거원 중위는 탈북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다른 미군 병사들에게 탈북자들의 삶을 나누는 행사를 열게 된 것입니다.
맥거원 중위는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미군이 왜 한국에 주둔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더 분명히 알 수 있게 된다”고 ‘성조지’에 말했습니다.
이날 탈북자 켄 엄 씨는 자신이 20대 대부분을 군에서 보낸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군 제대 후 돌아간 고향집에서 어머니와 형이 자신에게 말하지 않고 한국으로 간 것을 알게 됐고, 자신은 그 이후 노동당 입당도 하지 못하고 직장도 갖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엄 씨는 중국, 라오스, 캐나다를 거쳐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엄 씨는 “한반도가 통일되면 미군들을 고향으로 데려가 나의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게 하고 싶다”며 “적군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났으면 한다”고 말해 청중으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습니다.
탈북자 양소현 씨는 한국이 아닌 미국 뉴저지 주에 정착한 경험을 나눴습니다.
북한에서는 눈사람을 만든 뒤 미군이라고 부르며 뜨거운 물을 붓던 소녀가 세월이 흐른 뒤 미국에서 살게 된 것입니다.
양소현 씨는 북한에서 금지된 외국 영화와 텔레비전을 즐겨보곤 했다며, 아버지가 반당 혐의로 체포된 뒤 북한을 탈출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양 씨는 기록영화에서 본 대로 태국 방콕주재 미국대사관으로 가 망명을 신청했고, 2013년 미국 시민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양 씨는 자신이 미국 땅에서 미국인과도 한국인과도 어울리지 못했고, 경제적으로 힘들었으며 말도 안 통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국에서 매일매일 자유를 누리고 있다며, 자신이 인생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성조지’는 이날 행사가 북한에서의 삶을 미군 병사들이 직접 들을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