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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서울] 민정기 화가 초대전...분단의 아픔 담아


민중화가 민정기 작가의 전시회가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임진강에 닿을 수 없도록 굳게 닫힌 철문과 군사구조물을 그린 ‘임진리 나루터’, 지금은 사라진 관광 숙소를 되살린 ‘임진리 도솔원’, 가로 폭이 4.8m에 달하는 ‘임진리 나루터 정경’이 임진나루 주변의 어제와 오늘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민중화가 민정기 작가의 전시회가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임진강에 닿을 수 없도록 굳게 닫힌 철문과 군사구조물을 그린 ‘임진리 나루터’, 지금은 사라진 관광 숙소를 되살린 ‘임진리 도솔원’, 가로 폭이 4.8m에 달하는 ‘임진리 나루터 정경’이 임진나루 주변의 어제와 오늘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역사와 사람, 풍경을 그리는 민중화가 민정기씨의 전시회가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데요, 현재 한국인들이 갈 수 있는 최북단인 임진나루부터 시작해 서울까지 향하면서 그린 분단의 현실을 담은 작품들을 전시했습니다. 한반도 통일과 북한, 탈북민들과 관련한 한국 내 움직임을 살펴보는 ‘헬로 서울,’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입니다.

[헬로서울 오디오] 민정기 화가 초대전...분단의 아픔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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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현장음]

서울 금호미술관에서는 도시의 풍경, 인간의 삶, 사회상을 그려온 작가 민정기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민정기 작가가 지금의 개성인 개성에서부터 서울인 남경으로 이어지는 물길 위를 수없이 걷고 살피며 발견한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임진나루부터 시작된 작가의 여정은 홍지문을 지나 번화한 홍제동과 경복궁 어귀에 이르러, 작가가 인식한 현실의 모습과 분단의 역사, 개발의 흔적, 자연과 전통에 대한 그리움을 보여주고 있고요. 1980~90년대의 주요 판화작품에서는 작가의 사회비판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담당하고 있는 장혜정 씹니다.

[녹취: 장혜정, 큐레이터] “민정기 작가님은 40년 동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회화작가고, 80년대 초반에는 민중미술의 대표적인 작가였고, 80년대 후반부터는 사회의 모습을 풍경화라는 소재를 가지고 풀어내고 있는데요, 올해는 여덟 번 째 되는 민정기 선생님의 대규모 개인전이고, 햇수로는 약 10년만에 이뤄지는 전시라서 그 가치와 의미가 있습니다. 총 27점의 회화작품과 55점의 판화작품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회화작품에서는 임진나루에서부터 서울로까지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서 답사하면서 관찰하고 공부한 인문학적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는 풍경화를 보여주고 있고, 판화작품에서는 당시 많은 사회적 모순과 규제가 있었던 정치적인 상황을 포착하면서 담아낸 사회상들이 같이 있어서, 사회를 바라보는 민정기 선생님의 변화된 시각을 같이 볼 수 있는 전시로 구성돼 있습니다.”

민중화가 민정기 작가의 전시회 풍경. 지하 1층은 분단의 현실을 상기시키는 작품으로 구성됐다.
민중화가 민정기 작가의 전시회 풍경. 지하 1층은 분단의 현실을 상기시키는 작품으로 구성됐다.

전시관 지하1층에서는 분단의 현실을 다룬 작품들이 나와있는데요, <임진강 나루터 정경>과 <임진리 도설원>, 그리고 임진강에 닿을 수 없도록 굳게 닫힌 철문과 군사구조물을 그린 <임진강 나루터>가 그것입니다.

[녹취: 장혜정, 큐레이터] “민정기 선생님은 고려시대 때 개경이라고 불렀던 지금의 개성에서부터 남경, 지금의 서울로 자리잡고 있는 이 도시까지 흐르는 물길을 따라서 답사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분단이라는 현실 때문에 물리적으로 우리가 갈 수 있는 최북단이 임진리였기 때문에, 임진리 나루터에서부터 답사를 시작했고, 이번 작품도 첫 번째로 볼 수 있는 작품이 군사구조물, 1사단의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는, 갈 수 없는 이북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또 도설원, 지금의 숙박업소라고 볼 수 있는데요, 임진리 나루터가 있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이동을 하고, 또 여행을 하고, 혹은 상인들이 이동을 하는 상황에서 하루나 이틀 동안 머물면서 여러가지 교역이 이뤄졌던 숙박업소인 도솔원을 상상으로 복원해서 다시 그려낸 작품이, <임진리 도설원>이라는 작품이고요.”

1949년생인 작가가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적 사실들은 문학작품을 통해 그의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또한 8,90년대의 작품들은 당시 사회의 혼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녹취: 장혜정, 큐레이터] “<한씨연대기>라고 해서, 황석영 소설가의 작품을 다시 삽화처럼, 문학적인 텍스트를 기반으로 해서 이미지화 시킨 작품이고, 이 작품은 6.25전쟁 이후에 이남을 한 한씨라는 의사가 한국에서 겪는 정착에 대한 어려움이나, 정치적으로 탄압받고 규제 받는 그런 어려운 상황들을 묘사해 낸 작품입니다. ‘역사의 초상’에서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에 일어났던 그런 역사적인 사건들, 미군이 6.25전쟁때 우리나라에 왔었다거나, 혹은 일제시대에 있었던 그런 사건들을 신문기사나 혹은 글들을 통해서 배우고, 공부하고, 파악해서, 다시 한번 재 해석해서 표현한 작품입니다.”

1층과 2층에는 임진나루에서 물길을 따라 서울로 걸어오며 만나는 풍경들과 현대가 혼재하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녹취: 장혜정, 큐레이터]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그리고, 그 위에 다시 한번 현대적인 모습의 홍제천 주변의 모습을 오버랩 시키면서, 사람들이 물이 흐르는 주변에서 늘 살기 좋다고 상상했던 그런 모습들, 현대적으로 사람들이 살기 좋다고 만들어내는 모습들을 겹쳐내면서, 전통의 모습, 그리고 상상하는 이상적인 모습, 그리고 지금의 모습까지도 한 폭에 담아내는 그런 작품입니다.”

민정기의 풍경화에는 현실의 모습과 아픈 분단의 현실, 개발의 흔적과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는데요, 관람객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사는 환경과 역사의 이야기, 그리고 닿을 수 없는 곳의 풍경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습니다.

[녹취: 김지연(가명), 관람객] “2016년 신작도 좋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8,90년대의 판화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에요. 왜냐하면 저도 80년대 생인데, 어떻게 보면 작가님도 분단의 역사를 문학작품으로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처럼, 저도 80년대의 사회상을 그렸던 작품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녹취: 도한열(가명), 관람객] “시대상을 표현한 그런 게 재미가 있고, 그 시대에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인 것 같아서 굉장히 좋았습니다.”

[녹취: 현장음]

이번 전시는 오는 11월13일까지 이어지고, 11월 5일에는 전시 연계 행사로, 민정기 작가와 도시학자 최종현씨의 동행답사가 예정돼 있습니다. 전시 담당자 장혜정 씨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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