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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 보기] "중국, 고강도 제재엔 반대…대화 적극 강조할 것"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9.19 공동성명 10주년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에 형식적으로 동참하면서 6자회담을 통한 대화와 협상을 적극 강조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최대 관심은 비군사적 제재로는 ‘역대 최강’이라고 평가 받는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보다 강력한 제재에 중국이 동참하느냐 여부입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중국이 이전보다 강화된 안보리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의 잇단 도발은 중국의 국가안보 이익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정성윤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정성윤 연구위원]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정부도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4차례 핵실험에서 중국이 참여한 제재의 내용과 강도를 보면 우리의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갈수록 제재의 수준을 높여왔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기존 2270호보다 제재 수준을 명시적으로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포괄적 제재로 적극적으로 전환하느냐, 민생 목적의 북-중 교역까지 건드리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에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시 자동으로 추가적인 중대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 ‘트리거(trigger)’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 정부가 미국과 한국이 원하는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의 강력한 제재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동북아시아 지역을 둘러싼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구도에서 북한을 관리하고 활용할 필요가 여전히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인식은 더욱 강화됐을것이란 분석입니다.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입니다.

[녹취: 김한권 교수] “중국은 한-미가 원하는 수준인 김정은 체제를 흔들거나 북한 내 혼란을 야기하는 제재에는 여전히 반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북아에서 나타나는 미-중의 전략적 경쟁 구도 때문에 북한의 완충적인 전략적 가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강한 제재로 김정은 체제가 흔들릴 경우 자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손실이 올 것으로 중국은 생각하기 때문에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한국 외교가에선 이에 따라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두고 미-한과 중국 간 신경전이 또 다시 재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중국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에도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와 안정,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한반도 정책 3대 원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이나 민생 목적의 광물 거래를 제한하는 고강도 제재에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입니다.

[녹취: 남성욱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중국은 기본적으로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제재 결의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예외로 규정했던 민생 부문의 포함 여부와 관련해 미국과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중국은 북 핵 문제에 대해 평화적 해결이라는 기존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의 이 같은 입장은 시진핑 정부의 국내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한국 외교가의 관측입니다. 내년 시진핑 체제 2기 출범을 앞두고 경제 문제 등 내부적으로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의 안정적인 정세 유지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가 고강도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데는 대북 제재의 목적을 둘러싼 입장 차도 작용한 것이란 관측입니다. 고강도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겠다는 미-한과 달리 중국은 대북 제재를 북한과의 협상을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병행 추진을 주장해왔습니다.

중국은 이에 따라 앞으로도 북 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을 통한 대화와 협상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상진 광운대 교수입니다.

[녹취: 신상진 교수] “중국의 입장은 북한도 문제가 많지만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데는 미국에게도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이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언급하고, 선제타격 논의가 나오는 국면에서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은 북 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발신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대북 제재가 자국 기업에 피해가 미치는 것도 고강도 제재에 중국이 미온적인 배경으로 꼽힙니다.

북한과 국경을 접한 중국 동북 3성 지역의 경우 수 년째 경기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동북 3성의 경제성장률은 전국 평균인 6.7%보다 낮은 실적을 보였습니다. 전체 31개 성 가운데 랴오닝성이 최하위인 31위를 차지했고 지린성, 헤이룽장성은 각각 26위와 29위였습니다.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북한에 투자한 중국 기업 가운데 약 60%가 지린성과 랴오닝성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이종규 연구위원은 그동안 제재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시간이 갈수록 제재를 가하는 국가 입장에서도 정치, 경제, 사회적 비용이 상승함으로써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라며 대북 제재의 실효성은 결국 중국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5차 핵실험을 비롯한 추가 도발을 이어가는 것도 중국의 이 같은 입장에 따라 추가 제재가 이뤄져도 숨쉴 틈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국 정부 당국자는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국제사회 대 북한’의 구도를 만들기 위해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도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신상진 광운대 교수입니다.

[녹취: 신상진 교수] “한국과 미국이 북한체제의 붕괴를 도모하는 정책을 취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중국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붕괴를 상정한 제재에 따른 부담은 대부분 자신들이 지게 될 것으로 중국은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 제재 동참을 끌어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 교수는 미국과 한국 정부가 사드 문제에 대해 중국의 요구사항을 일정 부분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중국이 움직일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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