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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따라잡기] 중국의 호적제도


지난 1958년 중국의 근대 호적체계가 자리잡은 이후 주민 생활 분야에서 가장 큰 혁신 작업으로 평가되는 호적제도 개편을 주도한 왕안순 베이징 시장.
지난 1958년 중국의 근대 호적체계가 자리잡은 이후 주민 생활 분야에서 가장 큰 혁신 작업으로 평가되는 호적제도 개편을 주도한 왕안순 베이징 시장.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 시 당국이 호적 제도를 대폭 개편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호적 제도는 그 동안 시골 출신과 도시 출신을 차별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중국 16개 성 출신 타지인도 베이징 호적을 가질 수 있도록 개편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중국 호적 제도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중국식 호적 제도의 시작”

중국에서는 후커우라고 불리는 호적은 보통 한 가구에 속한 사람의 인적 사항을 기록한 것으로 국가가 세금을 거둬들이기 수월하도록 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쓰이는 문서입니다.

이 때문에 각 나라마다 조금씩 형식과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호적 제도는 시대나 상황에 따라서 이어져왔는데요, 중국의 호적제도는 지금까지 크게 3단계로 발전해왔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1949년 중국 공산당의 집권 이후부터 1957년까지로 엄격한 호적 관리가 이루어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거주 이전이 자유로웠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1958년부터 1978년까지인데요, 중국 공산당이 중공업 우선 정책을 채택하고 노동자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 농산물 가격을 낮추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농민들이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너도나도 도시로 몰려들자 농촌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 때부터 엄격한 도시, 농촌 호적 제도를 실시하게 됩니다.

농촌 호적 소지자가 나중에 도시로 이주한다고 하더라도 한 번 받은 호적은 바꿀 수가 없기 때문에 해당 도시에서 부여하는 교육, 주택, 의료, 복지 등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게 되는데요. 이는 사실상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개혁, 개방이 실시된 1978년부터로 이 때부터 자유로운 이동과 거주 이전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호적은 하나의 신분제로 자리잡아서 각종 차별과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고성장의 필요악 - 호적 제도와 농민공”

이처럼 여러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아왔음에도 지금까지 호적 제도가 유지되어 온 데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는 지적입니다.

값싼 노동력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라는 건데요,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농민공입니다.

농민공은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하급 이주 노동자를 일컫는 말로, 이들은 도시에 거주하지만 도시 호적을 가질 수 없고 각종 혜택도 받을 수도 없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이 농민공의 수는 2억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민공은 급여도 도시 호적자에 비해 3분의 1 정도 적게 받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의 처지에서는 저렴한 임금으로 노동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인데요.

특히 새로 발전하는 도시는 이런 농민공의 값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근 일부 도시는 원래 거주자보다 농민공 숫자가 더 많은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또 농민공을 도시 호적으로 수용할 경우 지방 정부의 재정부담이 늘고 도시 공공서비스의 수용 한계를 넘어선다는 점도 호적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데 일조했다는 분석입니다.

“현대판 신분제도가 된 중국의 호적 제도”

그렇다면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농민공 출신일 경우는 어떨까요? 중국의 호적 제도는 도시 호적을 부여하지 않고 부모의 호적을 따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차별이 대물림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인데요. 예를 들어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는 등 중국 공산당이 인정하는 큰 공로를 세운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자녀의 호적은 그대로 부모의 것을 따라야 했습니다.

이렇게 호적 제도는 신분 차별을 완전히 고착화 시켜버렸는데요.

[녹취 : 영화 ‘북경자전거’]

지난 2001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왕샤오슈아이 감독의 영화 북경자전거에 나오는 장면 들어보셨는데요.

주인공인 17세 청년 구웨이는 농민공으로, 베이징에서 자전거 배달 일을 합니다. 하지만 베이징 호적이 없다는 이유로 일당의 20%만 받고 나머지는 회사에서 가져가는 착취와 무시를 당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그려냈습니다.

실제로 2003년 쑨즈강이라는 후베이성 출신 농민공이 광저우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요, 밤에 산책을 하다가 신분증이 없다는 이유로 체포돼 구속 수감되었다 간수들에게 구타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건은 중국 내 인권과 호적 제도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베이징으로부터 시작된 호적 제도 개편 바람”

이렇게 호적 제도 개편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높아짐에 따라서 중국 정부와 각 지방 정부에서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데요.

특히 그 동안 호적 제도로 인한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베이징에서 이런 호적 제도를 개편하는 안을 공표하고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 의견의 주요 내용은 바로 농업 호적과 비농업 호적, 이른바 농촌 호적과 도시 호적의 구분을 없애고 주민 호적이라는 이름으로 통일한다는 것인데요.

베이징시는 당국이 제시한 학력 기준을 충족하거나 우수노동자 표창을 받은 기록 등 8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누구나 베이징시 주민호적을 받을 수 있도록 취득 요건을 완화했습니다.

이 같은 베이징시의 조치에 뒤이어 중국 내 30개 지방 당국도 주민호적제를 추진중인데요.

그러나 호적 취득 요건이 지나치게 높아서 사실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거 농민공 출신인 사람들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오히려 새로운 호적 제도 개편이 1등 시민과 나머지 시민을 구분하는 새로운 잣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중국의 호적 제도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상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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