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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북한 핵실험장 주변 주민 건강...탈북자들 "원인 모를 이상증세"


한국 국방부가 최근 공개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 사진. 지난 5차례의 핵실험 지점과, 지하갱도 입구 위치가 표시돼있다. 한국 군은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핵실험 준비를 마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한국 국방부가 최근 공개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 사진. 지난 5차례의 핵실험 지점과, 지하갱도 입구 위치가 표시돼있다. 한국 군은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핵실험 준비를 마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주민들이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김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탈북자 단체인 통일비전연구회는 최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인접한 함경북도 길주군 출신 탈북자 13명에 대해 면담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탈북자들은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거나 아니면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이웃 주민들을 자주 봤다고 증언했습니다.

통일비전연구회 최경희 회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최경희 회장/ 통일비전연구회] “당사자들은, 인터뷰했던 본인들은, 머리가 많이 아프고 메스꺼움을 많이 느끼고 있고, 미각, 맛을 잘 모르겠다고 하네요.”

3차 핵실험이 진행된 뒤 지난 2014년에 한국에 입국한 한 40대 탈북자는 2013년쯤부터 이유 없이 살이 빠지고 두통에 시달리는 등 까닭 모르게 아픈 사람이 주변에 많이 생겼다고 전했습니다.

또 핵실험을 3차례 겪고 지난해 탈북한 50대 여성도 3차 핵실험 직후인 2013년 5월쯤부터 갑자기 냄새와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밖에 지난 2차 핵실험 뒤 길주 지역에서 시력 저하와 불면증에 시달렸다거나 늑막염과 급성결핵에 걸리는 사람이 늘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이들 탈북자는 한국에 와서야 핵실험이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이런 현상에 대해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해외에 사는 탈북자들의 연합단체인 `국제탈북민연대'의 김주일 사무총장은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 가운데 1명입니다.

김 사무총장은 북한의 핵실험 장소인 함경북도 길주군 주민들이 핵실험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주일 총장] “지하 핵실험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하는데 그 풍계리 지대는 높은 산지형이다 보니까 길주군 주민들이 거기서 흘러나오는 물을 급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주민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기 때문에 지금은 크게 나타나지 않더라도 앞으로 2세, 3세에 걸쳐 방사능 오염 후유증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길주읍은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 만탑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한데 모이는 지형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탈북자는 길주읍 주민 대부분이 핵실험장에서 12km 떨어진 남석 저수지를 상수원으로 쓴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가장 안전하게 지하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런 북한 당국의 발표 때문에 현지 주민들은 핵실험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지난 9일 5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이번 시험에서 방사성 물질 누출 현상이 전혀 없었고, 주위 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지하 핵실험 직후 외부 대기로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았어도 방사능이 핵실험장 인근의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켰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방사능에 대량으로 노출되면 혈액, 위와 대장, 그리고 뇌와 척수를 손상할 수 있고 갑상샘암과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세슘, 스트론튬 등의 방사성 물질을 흡입하거나 음식을 통해 섭취하면, 소량이라도 인체에 오래 남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할 때마다 중국, 한국, 일본 등 주변국들은 자국 내 방사능 수치를 일정 기간 점검합니다.

방사능이 생명체와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현재 핵 보유국들은 과거처럼 지상이나 해상에서 핵실험을 하지 않고 지하 핵실험만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지하 핵실험장에는 안전장치를 겹겹으로 설치해 방사능 누출을 막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풍계리 주변 지역 주민들의 핵실험 영향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할 수 없다고 지난 9월 1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말했습니다. 정준희 한국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한국 통일부] “풍계리가 주요한 군사적인 어떤 지역이기 때문에 군사정보 사항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공개된 자리에서 저희가 말씀을 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 대변인은 그러나 풍계리 주변 지역 북한 주민들의 건강에 대한 핵실험의 영향은 ‘계속 확인해 보는 사항’이라고 말해 한국 정부가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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