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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핵 억지력 확보 가시화…재래식 전력 도발 잦아질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모습을 지난 3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아래쪽에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가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모습을 지난 3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아래쪽에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가 보인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8개월 만에 이뤄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다양한 정치적, 기술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변국들 사이에 얽힌 이해관계를 모두 고려한 치밀한 전략의 산물이라는 건데요. 효과적 대응 수단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AN) 국제관계국장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 한국의 갈등을 노린 측면이 다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면 사드 배치 역시 필요 없다는 한국 정부의 논리에 맞서 오히려 위협적 존재감을 더 부각시키면서 중국이 보여줄 수 있는 지지의 한계를 시험해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입니다.

아울러 경제적 성과가 저조한 상황에서 국가안보의 진전을 내세우고, 제재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 역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이유로 꼽았습니다.

고스 국장은 특히 중국이 북한의 이번 핵실험을 자국에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갈 수 있다며, 중국의 지지 없이 효과적인 대북 제재가 어려운 만큼 미국과 한국 정부에 사드 배치 결정을 재고하라는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미 국방정보국 정보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벡톨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올해 초 핵실험 이후 다수의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온 북한이 거세지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추가 핵실험이라는 초강수로 맞받은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밴 잭슨 아태연구센터 부교수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재래식 전력을 활용한 도발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는 데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밴 잭슨 부교수]

북한 스스로 핵 억지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할 경우 보복 당할 위험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무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잭슨 부교수는 북한이 핵 억지력의 “결승점”을 가시권 안에 뒀다는 판단 아래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를 하는 것으로 진단하면서, 김정은 정권 들어 핵실험은 물론 미사일 시험발사 빈도까지 전례 없이 높아진 건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핵실험이 의도한 정치적 동기 외에 기술적 목적에 대해서는 핵 전문가들 사이에 다소 엇갈린 분석이 나왔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추가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입수할 수 있는 기술적 정보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소형화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 물질 양을 줄이는 기술을 습득할 경우 폭발력은 오히려 더 키울 수 있다는 예를 들면서, 한 번의 핵실험으로 다양한 측면을 점검하고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번 핵실험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폭발력이 10kt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미뤄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5차례의 실험을 거치며 핵 역량을 이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을 볼 때, 비록 대기권 재진입이라는 도전과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미 어떤 중장거리 미사일에도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 소형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실질적 기술 진전 보다 핵 역량 과시 측면이 더 강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올리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핵 보유국들의 핵 개발 사례를 봐도 불과 8개월 만에 추가 핵실험을 하는 것은 정상적인 핵 개발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으로 보기에 너무 이르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은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브루스 벡톨 교수는 같은 해에 두 차례 핵실험을 강행하고 역대 최대의 폭발력을 과시한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며, 수위 높은 제재 성명을 내는 게 능사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강력한 제재를 실제로 이행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유엔 제재와 별개로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가 아시아 주요 동맹국들과 공조해 돈세탁과 무기 확산 등에 관여한 북한 기관을 옥죄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개인을 단순히 명단에 올리는 데 그치는 대신 일일이 추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밴 잭슨 부교수는 앞으로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과 비슷한 형태의 도발이 더욱 잦아질 가능성을 상정해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무력 행사에 강력하고 신속하면서도 집중적인 보복대응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의 핵 개발이 더 오래 지속될수록 중지시키는 것이 더 어려워지지만, 현 시점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딜레마라고 말했습니다. 대북 제재만으로는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만큼 북한에 다른 길을 제시해야 하는데 북한이 갖고 있는 단 하나의 자산을 포기시키기 어려운 일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그나마 최선의 방법은 북한에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핵 물질 생산을 제한하도록 출구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협상이 재개돼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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