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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준 유엔주재 한국대사] "안보리 결의, 북한 고통 가중…도발 지속시 유엔 회원 자격 문제될 수 있어"


오준 유엔주재 한국대사 (자료사진)
오준 유엔주재 한국대사 (자료사진)

지난 3월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대북 제재 결의 2270호가 시간이 갈수록 북한에 고통을 줄 것이라고 오준 유엔주재 한국대사가 밝혔습니다. 오 대사는 31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270호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을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며, 어떤 나라도 국제사회와 대결해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이 심각한 수준의 도발을 계속할 경우 유엔 회원국 자격을 제한하는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준 대사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이번에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 발사에 규탄성명을 채택했습니다만, 이 과정이 요즘 상당히 복잡해져서요. 러시아와 중국의 이의 제기가 눈에 띌 정도로 늘지 않았습니까?

오준 대사) 최근 1~2개월 사이에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수 차례 있었는데, 안보리 언론성명을 합의해 가는 과정에서 지난번엔 중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정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합의가 안 된 적이 있었죠. 하지만 이번엔 합의가 됐고 이번 언론성명을 통해서 그간의 미사일 발사 전체에 대해서 규탄하는 내용이 합의됐습니다. 그간 합의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현 시점에선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안보리 이사국들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기자) 결론적으론 그런데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언론성명이 나오지 못하기도 했고, 반대로 채택이 되기도 했기 때문에, 안보리 내에서 이 정도면 성명을 내야 한다, 이 정도면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그런 선 같은 게 있는 건가요?

오준 대사)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있었을 때는 안보리가 항상 성명이 아닌 결의안을 정식으로 채택했고 결의안에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었습니다. 그런데 그거보다 좀 낮은 수준의 도발에선 안보리가 언론성명 같은 걸 채택해 왔는데, 어떤 미사일까지가 꼭 채택이 되느냐 하는 선을 긋기는 굉장히 어려운데요. 보통 단거리 미사일 같은 경우엔 도발이 여러 차례 계속될 땐 성명이 나왔던 게 사실이죠.

기자) 오 대사님 최근 유엔 발언 가운데 북한의 유엔 회원 자격에 대한 언급이 있었거든요. 일각에선 북한이 계속 국제사회 규범을 어기고 보통국가 테두리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면 회원국 제명도 불사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강경론도 분명히 있고요. 하지만 한국 정부 차원에서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그건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오 대사님 최근 관련 발언은 혹시 한국 정부의 그런 기조를 일부라도 반영한 건 아닌가요?

오준 대사) 현재로선 북한의 회원국 자격에 제한이나 제재 조치를 취하기 위한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원칙적인 차원에서 저는 이야기를 한 것이고, 안보리의 결정을 이행하는 것은 유엔헌장 25조에 의해서 모든 유엔 회원국이 유엔에 가입할 때 지켜야 하는 의무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보리의 결정을 이행한다는 건 유엔의 다른 어떤 기구의 결정을 이행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고, 안보리의 결정을 지속적으로 위반한다는 것은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기본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저도 지적한 것이고, 과거 우리 (한국 정부) 발언에서도 그런 내용이 들어있었죠. 다만 그렇다고 해서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북한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키거나 제한하는 움직임은 아직 없습니다.

기자) 아직은 그렇지만, 말씀하신 헌장 25조를 지속적으로 위반할 경우에, 그러니까 북한이 지금 노선을 바꾸지 않고 더 극단적으로 갈 경우엔 한국이나 미국이나 배제할 수 없는 카드 아닌가요?

오준 대사) 그렇죠. 그런 논의가 보다 본격적으로 논의가 될 수 있는 그런 소지도 있죠. 지속적으로, 또 좀 더 심각한 수준의 도발이 계속된다면 그런 가능성을 물론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기자) 안보리에선 조금이라도 그런 논의가 된 적이 없습니까? 물론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대할 게 분명합니다만.

오준 대사) 안보리 내에서 그런 논의가 된 적은 없고요. 미국을 포함한 안보리 이사국들이 안보리 협의 과정에서 이런 위반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기본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회원국 자격 차원에서도 문제가 된다, 그런 발언은 있었죠.

기자)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2270호 채택 이후에 물론 아직 시간이 많이 지난 건 아니지만 북한에 서서히 라도 고통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오준 대사) 저는 2270 결의는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 중에 가장 포괄적이고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특히 대외 경제 활동을 하는 데는 심각한 제약요인이 된다고 봅니다. 북한이 현재로서는 그런 대외 경제 활동이 크지 않기 때문에 다른 정상적인 국가에 비하면 고통을 적게 받을지도 모르지만 제재가 계속 이행되고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고, 특히 북한이 경제를 개방하고 개혁해서 경제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그런 단계에선 심각한 제약요인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아무튼 2270호 채택 이후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단거리, 중거리, 잠수함 탄도미사일, 종류를 계속 바꿔가면서 쏘면서 유엔 결의를 위반하고 있는데, 제재 수위를 더 높이는 수순은 당장 밟기 힘들지 않습니까?

오준 대사) 북한이 처음 핵실험하고 10년이 다 돼 가는데요. 지난 10년 간 유엔 안보리에서의 제재 패턴은 북한이 핵실험을 했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예외 없이 새로운 결의를 채택하고 제재 수위를 높여왔는데 그 밖의 도발에 대해선 경고성이라고 할 수 있는 성명으로 대처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2270 결의가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제재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 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에 대한 억제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이렇게 도발을 계속하는 것이 결국 국제사회 전체와 대결하자는 것인데 어떤 유엔 회원국도 국제사회 전체와 대결해서 이길 순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그동안 대북 압박의 발목을 잡았던 나라는 주로 중국이었는데 최근엔 러시아 목소리가 부쩍 커져서요. 혹시 내부 논의나 아니면 개인적인 러시아 당국자와의 접촉 과정에서도 그런 부분을 피부로 느끼십니까?

오준 대사) 중국이나 러시아나 개별적 접촉이 아닌 유엔 회의를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여러 차례 이야기 하고 있는데 중국이나 러시아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용납돼야 된다는 건 물론 아니고요. 그런 것이 중지돼야 한다, 그런 것이 계속되는 한 제재가 필요하다, 하는 데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이견이 없죠. 다만 북한에 대한 압박을 하더라도, 다른 당사자들 역시 긴장을 고조시키는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것을 함께 표명함으로써 전반적 차원에서 자기들의 우려를 반영시키려고 하는 것 뿐이지 북한의 도발 행위를 두둔한다든지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든지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런데 또 다른 측면은 중국이나 러시아나 지금 당장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도 있고, 또 중국 같은 경우엔 남중국해 문제가 굉장히 첨예한 이슈고, 우크라이나, 시리아, 당장 생각나는 이슈도 많은데요. 세계 곳곳에 이해가 걸린 사안에서 미국하고 엇박자가 나면 두 나라가 북한 문제를 끌어다가 몽니를 부리는 측면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들거든요. 국제적 사안이 점점 복잡해지기 때문에 그에 따라서 북한 문제 협조 가능성 역시 줄어드는 건 아닌가 이런 우려도 있어서요.

오준 대사) 그런 협조에 있어서 지금 말씀하신 여러 가지 고려들, 그런 것들이 반영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큰 줄거리, 원칙적 차원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보유를 포기하게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해야 한다, 하는 그 부분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고 보고요. 전반적으로 제재가 제대로 이행돼 갈 것으로 봅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에도 유엔총회에 외무상을 파견하죠? 전에 리수용 외무상이 2번, 실무회담까지 합하면 3번 왔었고, 이번에 리용호 외무상이 뉴욕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렇게 3년 연속인가요, 외무상이 직접 총회 무대에 오르는 건 그만큼 북한 입장도 다급하다고 봐야 되나요?

오준 대사) 지난 2년 간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참석이나 활동 내역으로 볼 때는 어떤 특별한 북한의 입장을 계속 강변하는 것 외에 특별한 성과나 변화를 가져오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선 최소한 매년 열리는 유엔총회, 특히 세계 각국의 정상급이나 외무장관들이 참석하는 유엔총회에서 자기들도 목소리를 어느 정도 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지난 두 번 와서는 인권 압박에 반발을 했었고, 평화조약 체결하자는 얘기도 상당히 강조했었고, 아무튼 이런 일방적 주장들이 많았는데, 이번에 처음 유엔에 외무상 자격으로 오는 리용호의 경우엔 어떤 쪽에 무게를 둘지 예상하시는 게 있을까요? 대비 차원에서라도?

오준 대사) 지난 2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유엔에서의 북한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것이 핵, 미사일 개발로 인한 제재 문제이고, 또 매년 유엔 총회와 안보리에서 논의되고 있는 북한인권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북한이 자신의 입장을 강변해 보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 전체 유엔 차원의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의 외교 활동은 과거에도 보이지 않았고 현 시점에서도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자) 얼마 전에 태영호 북한 영국주재 공사가 한국으로 망명해서 큰 파장이 일었었고요. 또 전부 알려진 건 아니겠지만 북한 간부들 동요가 전보다 커졌다는 보고들이 많습니다. 확실히 이런 기류를 보시면서 북한 내부에 뭔가 이상 조짐이 생긴 걸로 파악하시나요?

오준 대사) 제가 뉴욕에서 근무하면서 판단하긴 쉽지 않은 얘긴데요. 그러나 지금 나오고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과 실제 탈북 사례를 최근에 볼 때는 북한 현 체제 전체가 내부적으로도 동요가 있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는 그런 징후들이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오준 유엔주재 한국대사로부터 유엔 차원의 대북 압박 노력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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