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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 보기] 중국, 북한 껴안기 나서나


지난달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옆자리에 앉아 있다. (자료사진)
지난달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옆자리에 앉아 있다. (자료사진)

지난주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ARF)에서 북한과 중국이 밀착 행보를 과시하면서 양국 관계 진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 핵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양국 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은 낮지만 사드 배치를 명분으로 중국이 북한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가에선 미국과 한국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이 ‘북한 껴안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중국해 문제에 이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으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졌기 때문입니다.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입니다.

[녹취: 김한권 교수] “중국은 이미 사드 배치 발표 전 시진핑 주석과 리수용 부위원장의 만남을 통해 제재 국면과 북-중 우호신뢰관계를 분리해 접근할 것이라는 모습을 보인 바 있습니다. 즉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구도를 감안해 북 핵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활용하는 방안을 실행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한국 내 사드 배치 이후 전략적 균형이 필요하다는 명분과 이유를 가지고 중국이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중국이 사드의 실전배치를 막기 위한 대미, 대남 압박카드의 하나로 북한을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조짐은 지난주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ARF에서도 확인됐습니다. 당시 한국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드러낸 북한과의 ‘밀착 행보’가 향후 북한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ARF를 계기로 이뤄진 북-중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 5월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중국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간 회동 이후 양국 간 복원되는 고위급 채널의 하나로, 이 연장선상에서 북-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계속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중국이 사드 문제 등과 연계해 대북 제재의 강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장 대북 제재에서 이탈하지는 않겠지만 제재의 빈틈을 이용해 북한 ‘숨통 틔우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은 민생 부문의 경우 대북 제재의 예외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SK경영경제연구소 이영훈 수석연구원은 최근 북-중 무역통계를 볼 때 중국 정부가 제재를 강력하게 이행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제재 이행 의지가 이전보다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가 북한에 대한 수출입 금지 품목을 발표한 지난 4월 이후 북-중 무역은 두 달 간 감소하다 6월 들어 다시 늘어났습니다.

이 기간 중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 철광석의 대중 수출은 물량과 금액 모두 70% 이상 크게 늘어났습니다. 제재에 포함되지 않은 의류나 아연 등의 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중국 지방 정부 차원에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지속하거나 접경 지역에서의 밀무역 단속에 적극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동북아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 동북아연구원장] “식량은 제재 대상이 아닌데다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밀수의 경우 제재와 상관없이 이뤄지는 부문입니다. 식량의 경우 하루에도 수 천t씩 밀수를 통해 들여올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량 가격이 안정적인 것도 중국으로부터의 밀수 등을 통해 시장에 식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됐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리수용 부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중국에 식량 지원이나 경제협력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낙후된 변경 지역의 개발이 시급한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자국의 기업과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고강도 제재를 지속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사드가 실제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북-중 간 군사교류협력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단국대학교 이동민 교수입니다.

[녹취: 이동민 교수] “중국은 냉전시대에 북한에 해오던 무기 지원을 1994년 김일성 사망을 계기로 경화 결제를 요구하게 되면서 사실상 중단시켰고 이후 북한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군사기술 이전이 될 만한 무기들은 판매하지 않고 통제를 해온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격앙된 분위기 속에 일부 중국과 해외에 있는 강경파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을 재무장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한 사안입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중국 군부가 미국과 한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북-중 군사교류협력을 복원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행보가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줘 5차 핵실험을 비롯한 추가 도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중국은 북 핵 문제에 대해 구조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중국의 북 핵 정책에 그대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북 핵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또 다른 한편에선 북한 체제와 정권의 불안정을 가져오는 조치를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죠. 이는 남북한 모두에게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줘 북한의 경우 자신들이 어떤 짓을 하든 중국이 보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한국 내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최고의 수혜자는 북한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 중국은 미국과 한국의 사드 배치 검토 발표 이후 북 핵 문제보다 사드 배치를 막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지난달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과 잇단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사드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고립에 직면한 북한 역시 중국을 최대한 활용해 대북 제재 공조의 균열을 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드와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미-한-일과 중-러 간 갈등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북한이 지난달 9일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것도 대화를 강조해온 중국을 의식해 대북 제재 공조를 깨뜨리기 위한 의도라고 한국 정부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중 관계 악화의 핵심 요인인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양국관계가 급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동북아연구실장입니다.

[녹취: 박병광 실장] “ARF 때 북-중 양국이 보여준 것처럼 앞으로도 필요할 때 겉으로는 가까운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은 있지만 북-중 관계가 근본적으로 과거와 같은 혈맹관계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북 핵 문제로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라는 국제법과 국제기구의 결의사항을 완전히 도외시한 채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중국은 사드 배치도 반대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 역시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주요 2개국 (G2)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무시한 채 핵 개발을 지속하는 북한을 껴안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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