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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리수용 방중, 북한 비핵화 나아가는 계기 돼야"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면담을 계기로 양국 우호 관계의 중요성을 강하게 부각해 보도했다. 사진은 관련 기사를 1면에 게재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인민일보 해외판.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면담을 계기로 양국 우호 관계의 중요성을 강하게 부각해 보도했다. 사진은 관련 기사를 1면에 게재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인민일보 해외판.

한국 정부는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북한이 비핵화로 나아가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 부위원장의 면담 내용에 대한 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 내용은 온도 차가 컸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관련해 북한이 비핵화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의 2일 정례 기자설명회 내용입니다.

[녹취: 조준혁 대변인 / 한국 외교부] “중요한 것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입니다. 정부는 중국과 북한 간 관계가 북한이 국제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깨닫고 하루속히 비핵화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조 대변인은 시 주석이 리 부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고 한 언급을 거론하며,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엄격하게 이행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리 부위원장의 방중 기간 중국을 포함한 안보리 이사국들이 북한의 실패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채택한 데 대해, 중국이 북한의 도발과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원칙에 입각한 입장을 갖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심 측근이자 북한 외교사령탑으로 평가 받고 있는 리 부위원장은 지난달 31일부터 2박 3일 간 중국을 방문한 뒤 2일 오후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리 부위원장은 1일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과 리 부위원장의 면담 내용에 대한 북-중 양국 매체들의 보도 내용이 달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구두친서를 전달하고 ‘핵-경제 병진 노선’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2일 보도했습니다.

리 부위원장이 북한 당국이 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확인한 병진 노선에 대한 추진 의지를 분명하게 알린 점에 강조를 둔 보도 내용이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러면서 시 주석이 북한 대표단의 이번 방문에 대해 양국 두 당 사이의 전략적 의사소통을 위한 훌륭한 전통을 다시 보여줬다며 양국 친선을 발전시켜 나가려는 중국의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한 발언을 전했습니다.

시 주석의 발언 가운데 북-중 관계 중요성과 관계 강화를 희망하는 발언을 집중 부각시킨 겁니다.

반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북-중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시 주석의 언급들을 소개하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나 핵-경제 병진 노선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발언도 함께 다뤘습니다.

`신화통신'은 1일 시 주석이 리 부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적 행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발언이라는 분석입니다.

`신화통신'은 이와 함께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는 시 주석의 언급도 보도했습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이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안정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중국 측의 이른바 ‘한반도 3원칙’을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 비핵화를 간접적으로 촉구한 발언이라는 관측입니다.

양국 매체 보도 내용의 이런 차이는 이번 면담에서 북-중 양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견해차를 보인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한국의 북-중 관계 전문가인 신상진 광운대 교수입니다.

[녹취: 신상진 교수 / 광운대학교] “북한으로서는 7차 당 대회에서 일단 병진 노선이 결정사항이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중국 측에 또 국제사회에 전달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여지고, 또 중국 입장에선 비핵화를 추진하면서 압박 뿐 만 아니라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리 부위원장이 핵-경제 병진 노선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는데도 시 주석이 비핵화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특히 중요한 것은 중국이 명시적으로 핵 문제에 대한 이견을 표면화시켜서 북한을 궁지에 몰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보면 중국이 북한을 궁지에 몰아서 압박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서 북한에 대한 회유 설득과 같은 지렛대를 유지하면서 상황 관리에 나서려는 시도의 모습을 보인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이 때문에 중국이 앞으로 압박 일변도로 북한을 다루기 보다는 북 핵 협상 재개에 초점을 맞춰 북한을 설득하는 작업을 병행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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