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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김정은의 양복 차림, 할아버지 김일성 따라하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당 대회 후 첫 공개행보로 기계설비 전시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당 대회 후 첫 공개행보로 기계설비 전시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입니다. 북한 김정일 제1위원장이 7차 노동당 대회 개회식에서 양복을 입고 등장했습니다. 그동안은 공식 행사에서 주로 인민복 차림으로 나왔는데요, 갑자기 양복을 입은 이유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김일석 주석을 따라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을 박형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6일 북한의 7차 노동당 대회 개막식이 열린 평양 4.25 문화회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검은색 줄무늬 양복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흰색 와이셔츠에 회색 넥타이를 매고, 왼쪽 가슴에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휘장을 달았습니다. 호피무늬의 뿔테안경도 눈에 띕니다.

김 제1위원장이 양복 차림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북한 조선중앙TV 당 대회 방송] "동지들! 조선로동당 제6차 대회가 진행된 때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기간은 우리 당의 오랜 역사에서 더없이 준엄한 투쟁의 시기였으며 위대한 전변이 이룩된 영광스러운 승리의 년대였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같은 날 밤 녹화방송을 통해 이 같은 모습으로 개회사를 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영상을 약 15분 동안 내보냈습니다.

양복을 입은 김 제1위원장의 모습이 노동신문에 사진으로 공개된 적은 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노동당 제1비서에 오른2012년 4월 제4차 당 대표자회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된 2014년 4월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 때입니다. 자신의 정치적 지위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때마다 양복을 입어온 셈입니다.

7차 노동당 대회 개막식에 양복을 입고 나타나자 이번에도 새로운 직위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김 제1위원장은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됐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른바 ‘양복 정치’는 할아버지 ‘김일성 따라 하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아버지 김정일은 주로 인민복을 입었습니다. 할아버지 김일성은 양복을 즐겨 입었는데, 의상과 관련된 김정은이 통치 행태를 김일성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이번에 쓰고 나온 뿔테 안경도 김일성 주석이 즐겨 쓰던 것입니다.

한 손에 종이를 들고 연설하는 모습이나, 연설할 때 한 손가락을 치켜드는 손짓도 김일성 주석과 비슷합니다.

이전에도 김 제1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옷차림과 행동을 자주 연출했습니다.

지난겨울 북한 선전 매체에는 김 제1위원장이 펑퍼짐한 검은색 코트를 입고 현장지도에 나서는 모습을 자주 내보냈습니다.

김일성 주석도 살아생전 통이 넓은 검정 코트를 즐겨 입었습니다.

양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몸을 흔들며 걷는 모습도 두 사람이 닮았습니다.

담배를 즐겨 피우거나, 밀짚모자를 착용한 모습도 젊은 김일성 주석을 모방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김 제1위원장이 이렇게 할아버지의 모습을 흉내 냄으로써 그의 정치적 후광을 이용해 권력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라고 분석합니다. 다시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김정일 위원장 시기에는 국내외 경제, 대외 압박 등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과도적 상황에서 선군 정치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 김일성 시대에서는 나름대로 풍요하고, 여유가 있었다는 측면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 역시 할아버지를 흉내내려 했을 것입니다.”

일본 교도통신도 “ 각종 매체를 통해 조부와 유사한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경제와 대외 관계가 비교적 순탄했던 김일성 시대를 떠올리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시대 개막’을 공식화한 이번 7차 노동당 대회에서 보여준 김 제1위원장의 모습은 과거 4차 노동당 대회 당시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재연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이번 7차 당대회는 김정은이 완벽한 ‘김일성’으로 다시 등장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봅니다. 이것은 1961년 9월에 개최된 4차 당대회 이후 북한 사회주의가 최고의 부흥기를 맞은 시기를 그리워 하고 있는 건데요. 이번에 김정은이 김일성과 똑 같은 모습을 하고 나타남으로써 김정은을 믿고 따르면 다시 그런 부흥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입니다”

노동신문도 당대회를 앞두고 1960년대를 '황금의 시대'라면서 김일성 주석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향수를 자극한 바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김 제1위원장의 양복이 ‘경제적 여유’를 과시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지도자, 즉 서구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드러내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데올로기적이고, 독재적인, 공포적인 독재자의 모습에서 탈피해서 부드럽고 풍요롭고, 여유를 가진 이미지를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나아가 경제정책이나 대외정책의 변화를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한국학센터의 쿠르바노프 소장입니다.

[녹취: 쿠르바노프 소장] “북한이라는 사회는 뭔가 항상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대회 이후 첫 공식 행보로 군사시설이 아닌 경제시설을 양복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항상 북한은 배경이나 초상화, 생김새, 옷차림이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7차 노동당 대회 이후 지난 13일 첫 공개행보로 기계설비 전시장을 시찰하며 또 양복을 입었습니다.

인민복을 입고 현장 지도에 나섰던 과거와 분명 다른 모습입니다.

하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복을 벗고 양복을 입은 것처럼 대외정책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선택할지 예단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북한의 지금까지의 통치형태는 국내외 변수가 많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남북관계, 북미, 북중 관계가 개선된다면 계속 양복을 입고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긴장이 고장된다면 다시 인민복을 입고 현지 지도에 나설 가능성이 많습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은 1984년 당시 구 소련과 동유럽 방문을 마치고 양복 차림으로 귀국했습니다. 그리고 내부개혁과 경제개혁 등 여러 변화를 모색한 바 있습니다.

36년 만에 열린 노동당 대회에서 할아버지와 같은 차림으로 등장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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