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최근 탈북민을 대상으로 북한에서 일어나는 인권 범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북한 내 인권 범죄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국제형사재판소 설립 과정”
국제형사재판소는 영어 이름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의 머리글자를 따서 흔히 ICC라고 줄여서 부르는데요. 대량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전쟁 범죄, 침략범죄를 저지른 개인이나 국가를 심리하고 처벌하는 국제기구입니다.
대량학살과 같은 극악한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상설 국제형사재판소의 필요성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요, 냉전에 따른 양극화로 결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냉전이 끝난 뒤 1990년대 들어 르완다나 보스니아에서 인종학살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들 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제 형사재판소가 세워졌는데요. 하지만 영구적이고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면서 1998년에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을 위한 로마 회의가 열렸고요. 여기에서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 근거인 ‘로마 규정’이 탄생했습니다.
이후 1998년 7월 17일에 유엔 전권 외교 사절 회의에서 설립 의견이 채택되었고요, 2003년 3월 11일, 로마 회의 규정에 의거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국제형사재판소가 설치되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역할”
흔히 국제형사재판소 ICC와 국제사법재판소 ICJ를 혼동하지만,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역할을 하는데요, 국제형사재판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의 이야기 잠시 들어보시죠.
[녹취: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은 국제사법재판소가 유엔회원국들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만을 취급하는 것과 달리 국제형사재판소는 대량학살죄,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를 저지른 개인이나 국가에 대한 재판을 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만들어짐으로써 국제사회가 신속하게 전쟁범죄 등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있는 사법체계가 제도화되었는데요, 각 나라가 해당 범죄자의 기소를 꺼릴 경우, 국제형사재판소의 독립 검사가 기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재판권은 로마 규정이 발효된 2002년 7월 1일 이후에 벌어진 범죄행위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또, 로마 규정 비준국들은 자동으로 재판소의 관할권에 동의하게 되어 있는 “자동적 관할권”에 따라 범죄발생국과 범죄인의 국적이 로마 규정 비준 당사국인 경우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직접 재판소에 사건을 회부하는 경우에는 비준 당사국이 아니더라도 관할권을 실행할 수 있게 했는데요, 이러한 규정 때문에 국제형사재판소 비준 당사국이 아닌 북한의 인권침해 책임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요청에 따라 회부하고 재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구성"
국제형사재판소는 재판부와 서기국, 검찰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재판부는 임기 9년의 18명의 판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국 최고 법원의 판사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서 형사재판 실무경험이 있는 사람, 또는 국제법 관련 실무경험자만이 국제형사재판소의 판사가 될 수 있습니다.
검찰국은 국제형사재판소를 구성하는 부서와 달리 독립 권한을 갖고 있는데요, 체결국 회의에서 선출한 수석 검찰관들이 재판을 위한 수사 부문을 담당하고, 재판소의 자산이나 업무가 잘 관리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기국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사법적 기능 이외의 업무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임기 5년의 재판소 서기가 이끕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성과와 한계"
국제형사재판소의 첫 판결은 2012년 3월, 콩고 민주공화국의 무장단체 지도자였던 토마스 루방가에 대한 재판이었는데요. 루방가는 어린아이들을 전쟁에 참여시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국제형사재판소는 코트디부아르의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을 반인도범죄 혐의로 법정에 세웠고요, 우간다 반군 지도자 조셉 코니, 수단 대통령 오마르 알 바시르를 전쟁범죄 혐의와 집단 학살 혐의 등으로 기소했는데요. 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 체포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범죄 피해자 ICC 증언 영상]
아프리카에서 자행된 인권 범죄의 피해자인 마키안다카마 씨는 국제형사재판소에서 한 증언을 통해, 사건 이후 마을 사람들로부터 사람이 아닌 짐승 취급을 받았다고 고백했는데요, 21세기에도 여전한 인권 침해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죄를 묻는 데 국제형사재판소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대부분의 재판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문제에 집중돼 있어, ICC의 편향성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강대국이나 주요 국가들의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일례로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미군이 다른 나라에서 전투를 벌이다 발생할 수 있는 전쟁 행위에 대해 기소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 밖에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터키와 같은 나라들이 참여를 거부하고 있고요, 이집트와 이란, 이스라엘, 러시아 같은 나라들은 서명에는 참여했지만, 비준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부 국가들이 국제형사재판소가 자국법과 상충하는 문제나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문제, 규정의 모호함 등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경찰권과 강제력이 없는 국제형사재판소가 최초 설립 당시에 기대했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상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