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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


지난 2월 시리아 북부 터키 접경 도시 알데르바시야에서 쿠르드족 주민들이 터키 군의 공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월 시리아 북부 터키 접경 도시 알데르바시야에서 쿠르드족 주민들이 터키 군의 공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ISIL)이 중동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가면서 국제사회의 큰 우려를 낳고 있는데요, 국제사회와 함께 ISIL에 맞서 싸우고 있는 쿠르드족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쿠르드족을 알아봅니다. 조상진 기자입니다.

“쿠르드족은 누구인가?”

쿠르드족은 터키와 이라크, 시리아와 이란의 산악지대에 주로 거주하는 산악 민족입니다. 아랍인, 터키인, 페르시아인(이란)에 이어 중동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진 민족인데요. 단 한 번도 자신들의 나라를 가져보지 못해서 ‘지구의 미아’, ‘중동의 집시’로 불리기도 합니다.

쿠르드족 인구는 약 2천500만 명에서 최대 4천만 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터키에 약 1천500만 명 이상, 이란과 이라크에 각각 500만 명 이상, 시리아에 150만 명 가량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쿠르드족은 일반적으로 인도유럽어계의 방언으로 알려진 쿠르드어를 사용하는데요, 터키와 이라크의 쿠르드 자치구역과 자치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해당 국가의 언어와 쿠르드족의 언어를 공용어로 인정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쿠르드족의 종교와 역사”

쿠르드족은 대부분이 이슬람 수니파에 속하지만 이란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은 시아파에 속해있습니다. 또, 소수이기는 하지만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인 알레비파에 속하거나 기독교나 야지디교를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중세 시대 이슬람의 영웅인 살라딘(Saladin)이 바로 쿠르드족 출신으로 알려졌는데요. 살라딘은 12세기 말, 유럽의 기독교와 중동의 이슬람교 간의 종교전쟁이었던 3차 십자군 전쟁 당시 유럽 연합군인 십자군에 정복당할 위기에 처해 있던 이슬람 연합군을 위기에서 구해낸 인물입니다.

하지만 현재 이슬람권에서는 살라딘이 쿠르드인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이 거의 금기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쿠르드족의 자긍심을 키워 그들의 독립의지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이 같은 사실을 감추려 한다는 것입니다.

쿠르드족은 주로 목축에 종사하며 오랜 세월 유목민으로 생활해 왔는데요, 이들의 거주지는 원래 중세부터 근대에 걸쳐 광대한 영토를 갖고 있던 오스만 제국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뒤, 영국과 프랑스에 의해 만들어진 자의적인 국경선에 의해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 아르메니아로 나뉘게 되었고요. 당시 쿠르디스탄이라는 국가 설립을 약속받았던 쿠르드족은 자신들의 나라를 갖지 못한 채 결국 각 나라에 귀속되게 되었습니다.

"왜 쿠르드족은 독립된 국가를 갖지 못했나"

쿠르드족이 독립된 국가를 수립하지 못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하는데요, 크게 국제 정세에 따른 외부의 문제와 쿠르드족 내부의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쿠르드족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국가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쿠르드족의 운명이 좌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인데요.

한 예로 터키령의 쿠르드족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20년에 체결된 세브르 조약으로 독립국가를 약속 받았는데요. 하지만 터키 지도자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이를 거부하면서 로잔 조약에 의해 취소됐습니다.

또 이란령 쿠르드족은 2차 세계대전 후 자치정부를 수립했지만, 도움을 주던 소련군이 이란에서 철수하면서 해체되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이라크령의 쿠르드족은 1991년 걸프전 당시 페슈메르가라는 자체 민병대를 구성해 미국을 도와 이라크에 항전하며 독립국가를 꿈꿨는데요,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에 의해 5천 명 이상이 죽임을 당하는 등 박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외부적인 요인만으로 쿠르드족이 독립국가를 세우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중동 각지에 오랜 기간 흩어져 지낸 쿠르드인들은 각각 터키계, 이란계, 이라크계, 시리아계로 나뉘어 독자 세력화했는데 이 때문에 독립에 대한 열망이 하나로 뭉쳐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녹취: VOA 뉴스]

쿠르드족이 아랍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졌지만 국가를 이루지 못한 소수 민족으로서 번번히 독립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내용의 VOA 뉴스 내용 들으셨는데요, 이처럼 이들은 각각 터키의 쿠르드 노동자당(PKK), 이란의 쿠르드 민주당(PDKI), 이라크의 쿠르드 자치정부(KRG), 시리아의 쿠르드 민주동맹당(PYD)을 구성해 쿠르드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지만 단결된 힘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같은 쿠르드족끼리도 세력에 따라 정치적 목적이 다르고, 또 거주 지역이 나뉘면서 단일화된 모습을 보이기가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쿠르드족은 왜 ISIL과 싸우나"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ISIL)이 중동지역에서 세력을 넓혀나가면서 쿠르드족 역시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러시아, 시리아, 터키 등과 더불어 ISIL에 대항해 싸우고 있기 때문인데요, 터키의 쿠르드 노동자당과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의 페슈메르가군이 연합해 ISIL에 맞서 싸우고 있고, 시리아의 쿠르드 민주동맹당과 민병대도 연합군과 함께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녹취: 마수드 바르자니 자치수반]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정부 수반인 마수드 바르자니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이 바로 쿠르드족을 위한 독립국가를 세울 적기’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쿠르드족은 이렇게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독립국가를 수립하고 인정받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목적과 함께 엄청난 양이 매장돼 있는 쿠르드족 거주지역의 유전을 ISIL 세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독립국가를 꿈꾸는 쿠르드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상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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