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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페리 전 미 국방장관] "북한 핵 개발 계속할 것...현실적 비핵화 목표 설정해야"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자료사진)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자료사진)

미국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재와 대화를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현실적인 대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장관 (1994-1997)을 지냈으며 1990년대 후반에는 대북정책조정관에 임명돼 북한과의 포괄적인 협상 방안을 담은 ‘페리 프로세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을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유엔 안보리가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대북 제재가 북한 김정은 정권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까요?

페리 전 장관) 유엔 안보리가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징벌적인 성격이 강한 제재안인데요,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핵, 미사일 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벌을 가하는 겁니다. 김정은 정권과 주민들이 아픔을 느낄 수 있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기자)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중에 어떤 것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으로 보십니까?

페리 전 장관) 북한 선박과 화물에 대한 검색을 강화한 겁니다. 해상 검색을 강화하면 북한이 핵개발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또 북한에 항공유 공급을 중단하기로 한 것도 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번 제재 결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핵 개발을 계속할까요, 아니면 관망하거나 비핵화 쪽으로 나올까요?

페리 전 장관)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핵 개발을 계속할 겁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핵과 미사일 개발이 자신의 최우선 국정목표라는 분명히 해왔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라는 징벌을 가한다 해도 핵 개발을 중단하지 않을 겁니다.

기자) 중국은 과거 대북 제재 실행에 미온적이었는데요, 이번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베이징이 입장이 바꿨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페리 전 장관)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한 것은 그런 것을 잘 보여줍니다. 긍정적인 변화죠. 또 중국이 나서서 해상검색을 철저히 해야 하고, 또 그럴 수도 있다고 보지만, 결의안 자체가 핵 개발을 막을 정도로 강력한 것은 아닙니다.

기자)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최근 비핵화와 평화협정이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8월 이전에 6자회담 또는 평화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시는지요?

페리 전 장관) 6자회담이나 평화회담이 언제 재개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 문제를 제기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봅니다. 과거 제가 한반도 정책을 다룰 때 미국도 비슷한 내용을 제안한 적이 있는데, 북측은 큰 관심을 보인 바 있습니다.

기자) 그러나 북한은 이미 헌법에 핵 보유국을 명문화해 놓은 상태인데, 그런 제안을 했다고 핵을 포기할까요?

페리 전 장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익과 불이익을 분명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불이익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발사를 한 데 대해 장기간에 걸쳐 징벌을 가하는 겁니다. 동시에 북한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는 카드, 예를 들어, 대북 경제 지원과 미-북 평화협정처럼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내용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 문제 해결이 쉽지 않고 또 복잡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이미 네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사실상의 핵 국가일까요?

페리 전 장관) 나는 북한을 이미 ‘사실상의 핵 국가’로 봅니다. 핵무기를 이미 만들었고 장거리 로켓도 발사했습니다. 다만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를 아직 개발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 것도 몇 년 안에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북한이 이미 사실상의 핵 국가라면 대북정책의 목표치를 좀 낮출 필요가 있나요?

페리 전 장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간단계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지만 단숨에 이를 달성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그 중간단계로 전술적인 목표를 만들 필요가 있는데, 나의 스탠포드대학 동료이자 핵과학자인 지그프리트 해커 박사가 제안한 ‘3개의 노(No)’ 원칙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3개의 노’란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더 이상 추가하지 않고, 핵무기 성능을 개선하지 않으며, 외국에 핵무기와 기술 이전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협상에 나설 경우 진전을 이룰 수도 있다는 겁니다. 비핵화를 이루려면 보다 현실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중국은 한반도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가 배치될 경우 자신들의 안보 이익이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시는지요?

페리 전 장관) 기본적으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는 방어체계입니다. 따라서 중국의 그런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반도에 언제쯤 사드가 배치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기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았는데, 과거 조지 부시 대통령처럼 워싱턴이 고위급 특사를 평양에 파견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페리 전 장관) 1년은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특사를 보내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북한에 특사를 보낼 이유와 명분이 있고 또 성공할 것인가 여부입니다.

기자) 현재 미국은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입니다. 만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 포괄적인 제의를 할까요?

페라) 제가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만,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 모종의 제안,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러려면 일단 선거에서 이겨야죠.

기자) 한국의 몇몇 정치인들은 북한의 핵 개발에 맞서 자체 핵무장 또는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페리 전 장관) 나는 한국이 자체 핵 개발을 하거나 미군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자는 데 반대합니다. 미국은 이미 한국에 핵우산을 비롯해 강력한 방어력과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핵무장과 전술핵무기 모두 불필요한 일입니다.

기자) 북한은 수 천 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미국이 자국에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지 말라는 것은 ‘이중기준’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페리 전 장관) 만일 모든 나라가 핵무장을 한다면 그것은 인류의 파멸을 가져오는 재앙을 가져올 뿐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지 핵무기를 늘이지 말고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핵확산금지조약 (NPT)을 보면 각국에 대해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는 내용 외에도 미국, 러시아 이런 핵 국가들에 핵무기 감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도 핵무기 감축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과거 핵 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으십니다. 평양의 정책결정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습니까?

페리 전 장관) 제가 과거 평양을 방문했을 때 말했던 것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때 지금보다 훨씬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금도 핵 개발로 인해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전력난도 심하고요. 따라서 핵을 포기하고 한국, 미국, 일본 등과 관계를 개선할 때 얼마나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따져보는 것이 현명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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