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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김정은의 핵 정책..."더 과감하고 위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수소탄시험 성공에 기여한 핵 과학자들과 기술자, 군인건설자, 노동자, 일군들에 대한 '당 및 국가표창' 수여식이 진행되었다고 지난달 13일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수소탄시험 성공에 기여한 핵 과학자들과 기술자, 군인건설자, 노동자, 일군들에 대한 '당 및 국가표창' 수여식이 진행되었다고 지난달 13일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거부한 채 핵 능력 고도화를 통해 핵 보유국 지위 확보에 주력해왔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김정은 시대의 핵 정책이 김정일 때보다 과감하고 위험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기습적인 4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김정은 체제의 핵 정책이 과거 김정일 때보다 훨씬 과감하고 공세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핵 정책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던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 달리 핵 보유를 제도적으로 공식화하고 핵 능력을 지속적으로 증강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 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입니다.

[녹취: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둘 다 근본적으로는 크게 다를 게 없지만 김정은의 핵 정책이 훨씬 더 과감합니다.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대해 신경을 덜 쓰면서 훨씬 더 과감하게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일보다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핵 정책은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밝힌 대로 가고 있고 핵 능력이 증강될수록 북한의 입장은 훨씬 더 강화될 수밖에 없어요.”

실제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비핵화 대화는 거부한 채 핵 능력 강화를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왔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집권 직후 헌법 전문에 핵 보유국임을 명시한 데 이어 이듬해 새로운 국정목표로 ‘경제-핵 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채택하고 핵 보유에 대한 법제화 작업까지 마무리했습니다.

당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발언입니다.

[녹취: 김정은 제1위원장] “오늘 전원회의에서는 현 정세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경제건설과 핵 무력건설을 병진시켜 나갈 데 대한 중요한 문제를 토의 결정하였습니다.”

사실상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핵 보유국 지위 확보를 통해 정권 안정을 도모하고 취약한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전옥현 전 한국 국가정보원 제1차장입니다.

[녹취: 전옥현 전 한국 국정원 제1차장] “체제 기반이 취약한 김정은 정권으로선 주민들에게 내세울 치적이 필요한데 당장 좋은 실적을 내기가 어려운 만큼 핵 보유를 통해 위기를 조성해 체제 결속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핵무장을 완성해 핵 보유국이라고 강조함으로써 헌법에 명시한 병진 노선이 성공했다고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실제로도 그 길로 가고 있으니까 김정은의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헌법에 핵 보유국임을 명시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자신들의 기존 주장을 뒤집은 것으로 스스로 약속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9.19 공동성명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실제 핵 보유국 법령에서 자신들의 핵무기는 정치적 흥정물이 아니며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핵 억지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핵무기 사용에 관한 최종 명령권자와 공격대상까지 명시하고, 핵 무력 중심의 전략전술 완성을 강조함으로써 핵을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북한은 핵 보유국 법제화 작업과 함께 핵 능력 고도화를 위한 기술적 향상에도 주력해왔습니다. 2013년 병진 노선에 따라 6년 전 6자회담 합의로 불능화했던 영변의 5㎿ 흑연 감속로를 재가동한 북한은 이후 지난 4년 간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에 박차를 가해왔습니다.

지난달 7일 한민구 한국 국방부 장관의 북한 4차 핵실험 관련 국회 국방위 보고입니다.

[녹취: 한민구 국방부 장관] “(수소폭탄의 경우) 원자폭탄보다 100배 내지 1000배의 괴력을 갖기 때문에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4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북한은 계속 핵무기의 성능을 고도화한다든지 소형화하는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성공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현재 북한이 약 40여㎏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국방부가 9·19 공동성명 발표 이듬해인 2006년 추정한 30여㎏보다 10㎏가량 늘어난 겁니다.

한국 국방부는 또 북한이 무기용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한 농축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며, 핵무기 소형화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고, 전략군을 설치해 비대칭 전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다고 한국 국방부는 평가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과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보유를 최우선 국가 목표로 내세우고 만큼 앞으로도 자신들의 시간표에 따라 추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 핵 전문가인 김태우 전 한국 통일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김태우 한국 통일연구원장] “사람이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듯 핵을 보유한 국가는 핵 군사력 운용을 위해 끊임없이 핵실험을 해야 합니다. 북한은 강대국들처럼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을 개발해 핵 실험을 하지 않고도 핵무기 관리와 성능 점검 및 핵 개발에 문제가 없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핵실험을 계속할 겁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조직, 시설 등 모든 기반을 갖추고 있는 셈이라며 인도나 파키스탄과 같은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서 미국과 군축회담을 원하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실제 4차 핵실험 이후 연일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그러나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4차례나 핵실험을 감행하며 강력한 핵 개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의 기자회견 발언입니다.

[녹취: 윤병세 외교부 장관] “북한의 4차 핵실험이라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올해 외교부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북한에 대한 보다 분명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고 6자회담 틀 내 5자 간 공조를 통해 대북 압박을 강화해 나가면서 한-미-일, 한-미-중 등 3각 협력도 창의적으로 활성해 나가고자 합니다.”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로서 9.19공동성명의 이행 조치를 담은 2·13 과 10·3 합의를 끌어냈던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핵을 포기하는 것이 갖는 것보다 이익이라고 판단하기 전까지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란 핵 문제에 기울인 단호한 의지와 노력을 북 핵 문제에도 보여야 한다고 천 전 수석은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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