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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미국서 일본군 위안부 실화 담은 영화 시사회 열려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 인근 애난데일 메시아 장로교회에서 열린 영화 '귀향' 시사회에서 조정래 감독이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 인근 애난데일 메시아 장로교회에서 열린 영화 '귀향' 시사회에서 조정래 감독이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최근 미국 여러 도시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들의 아픔과 삶, 소망 등을 담은 영화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뉴스 풍경] 미국서 일본군 위안부 실화 담은 영화 시사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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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진도 씻김굿]

한국 전라도 진도 지방에서 만들어진 ‘씻김 굿’의 한 장면입니다. 한국 무속신앙의 의식인 이 씻김 굿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 받고 있습니다.

죽은 자와 산 자의 영혼을 연결해 평안을 빌어준다는 진도 씻김굿에서 무속인은 작두나 신칼을 사용하지 않고 흰 무복을 입는 등 소박하고 정숙하기까지 합니다.

영화 ‘귀향’을 제작한 조정래 감독은 ‘진도 씻김굿’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 위안부로 동원됐다 숨진 여성들의 한을 달래고 생존자들의 고통을 위로하는 도구로 영화에 등장시켰습니다.

‘귀향 (Spirits Homecoming)’은 당시 일본 군의 성 노예로 희생 당한 피해자들의 혼령이나마 고향으로 가길 염원하는 생존자들과 감독의 뜻을 담아 영화 제목에 혼을 뜻하는 ‘귀’, 고향을 의미하는 ‘향’을 썼습니다.

[효과: 영화 예고편 “아버지, 아이고 정민아!”]

영화는 곱디 곱던 14살 시골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일본 군의 성 노예로 끌려가면서 시작됩니다.

어린 소녀들이 화물열차에 타고 끌려간 곳은 중국 지린성, 영화는 일본 군이 소녀들을 데리고 가는 과정과, 이들이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소녀들은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일본 군의 성 노예인 동시에 일본 군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우정을 쌓는 모습도 담고 있어 평범한 소녀들이 전쟁의 희생양이 됐음을 느끼게 합니다.

영화 속 장면들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과 역사자료 등을 토대로 재현됐습니다.

특히 당시 17세 나이로 3년 간 위안부로 살았던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을 재현한 장면은 피해자들의 처참한 인권 유린 현장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효과:강일출 할머니" 당신도 우리처럼 안당려면.."]

올해 88세인 강 할머니는 일본 군이 병에 걸린 소녀들을 집단으로 구덩이에 넣고 태워 죽이는 장면을 기억해 ’ 태워지는 처녀들’ 이란 제목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그림은 조정래 감독이 영화 `귀향’을 제작하게 된 동기가 됐습니다.

영화는 피해자들의 피맺힌 한을 현 세대가 풀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 제작을 맡은 조정래 감독은 지난 달 29일 워싱턴 시사회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있다며 심경을 밝혔습니다.

[녹취: 조정래 감독] “정말 뭐라고 표현하지 못할 만큼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왜냐면 저는 2001년에 할머니 나눔의 집에 봉사활동을 한 이후로 계속 봉사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은 할머니들과 같습니다.”

조 감독은 영화가 한 번 상영될 때 마다 억울하게 죽어간 20만 여 위안부 피해자들의 혼이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정래 감독] “저는 진심으로 이 영화가 한번 상영할 때 마다 정말 한 분의 소녀들의 영령께서 돌아오신다고 믿습니다.”

위안부 문제가 한국과 일본 사이에 민감한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현실을 반영하듯 영화 ‘귀향’이 완성되기까지는 숱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기업들의 지원과 후원은 전혀 없었고, 감독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극우단체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습니다.

조감독은 각본이 완성된 후 10여년만인 지난해 초 인터넷 기금모금 사이트에 영화 제작 목적과 내용을 소개했고 40일 만에 20만 달러의 기금이 마련됐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4월 촬영을 시작해 두 달 만에 마쳤고 마무리 과정을 거친 이 영화는 오는 24일 한국에서 개봉됩니다. 7만5천여 한국 시민과 해외 한인들의 후원이 이뤄낸 성과입니다.

출연배우와 미술 조명 등 제작진은 재능기부 형식으로 돈을 받지 않고 봉사했고, 주인공 소녀 역을 맡은 여배우와 일본 군 병사 역을 맡은 배우 5 명은 일본 거주 한인들인 점도 눈길을 끕니다.

조 감독은 이들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영화에 참여했다며 고마움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조정래 감독] “너무나 당당하게 이 역을 맡겠다 했다. 부모와 상의 끝에 꼭 이 역을 하고 싶다고 해서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서 모녀가 함께 출연했습니다.”

[효과: 영화 예고편 " 미안하다 나 혼자만 돌아와서 미안하다."]

조 감독은 이 영화가 위안부 관련 문화자료가 될 것이라며, 올 봄 일본에서도 상영된다고 말했습니다.

[효과: 영화 예고편 " 언니야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집에 가자."]

한국과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죄, 반성과 일본 측의 책임 인정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 피해자들은 이 합의를 거부하고 있는데요, 시사회를 주관한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이정실 회장은 미국 내 일본인들의 최근 동향을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정실 회장]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을 쓴 한국 분이 계세요. 이 분 책 속에서는 할머니들이 돈을 후하게 받고 일한 창녀였고 많은 분이 즐겼다고 적혀있어요. 백악관에도 한국 위안부들이 미군을 위해서도 일했다는 등의 내용을 미국 교과서에 내 달라는 청원운동을 하고 있고, 현재 4천 명이 서명을 했어요."

한국의 세종대 박유하 교수가 쓴 ‘제국의 위안부’는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에 동시에 묻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해 오는 3월 전세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워싱턴에서 대규모 행사를 갖기로 했다며 한인들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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