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고려할 때 유엔의 대북 제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최근 남북 당국회담 결렬의 주된 요인이었던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놓고 남북한이 기싸움을 계속하는 양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20일 금강산관광 재개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의 ‘벌크 캐시’ 즉, 대량현금 이전 금지조항을 위반하는지 여부에 대해 딱 잘라서 관련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유엔 제재를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유엔 제재의 핵심은 북한에 들어가는 물건이나 돈이 대량살상무기와 관련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선 관광대금이 핵무기 개발 자금 등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 당국자는 개성공단 임금의 경우엔 대량살상무기와 무관하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유엔 제재와 무관하게 지속하고 있다며, 금강산관광 대금 문제도 그런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강산관광 대금의 경우 은행계좌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외교행낭 등을 통한 대규모 현금 밀반입 등을 겨냥한 ‘벌크 캐시’ 조항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전달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객원연구위원인 차두현 박사는 금강산관광대금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의혹을 씻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차두현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만약에 그 문제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벌크 캐시’를 건너가게 한다는 게 규정 자체에는 걸리지 않지만 취지하고는 위반될 수 있다는 계산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거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도 이런 이유로 한국 정부가 금강산관광 재개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다른 한편으론 남북 3대 통로나 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조성 제안 등을 관철시키기 위한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한국 정부 입장에선 북한 핵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선뜻 금강산관광 재개를 비롯해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조치를 취하는데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고 그런 점에서 금강산관광 재개에 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남북한은 이와 함께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선결조건을 놓고도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0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선 관광객의 신변안전 장치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한국 측의 입장에 대해 이미 2009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평양 방문 때 최고 수준의 담보를 약속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21일 이에 대해 관광객 신변안전 문제는 민간인이 아닌 남북 당국 간에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녹취: 박수진 통일부 대변인] “금강산관광에 대한 정부 입장은 우선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실질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서 우리 기업의 재산권이 보장되고 정상적 관광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이 것은 당국 간에 이뤄져야 할 사안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금강산관광은 2008년 한국 측 관광객인 박왕자 씨 피격 사건 이후 중단됐고 한국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한 북한 측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보장, 관광객 신변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등 3대 조건이 선행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