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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북한의 뜬 별과 진 별: "김여정 뜨고 최룡해 혁명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013년 7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한국전 정전 6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에게 말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013년 7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한국전 정전 6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에게 말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지 4년이 지났습니다. 올해 북한의 권력지형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과 최룡해의 혁명화 등 굵직한 변화가 많았는데요. 2015년 평양의 권력 판도에서 ‘뜬 별’과 ‘진 별’을 최원기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올해 김정은 정권의 핵심인 ‘백두산 줄기’에서 가장 크게 뜬 별로는 김여정을 꼽을 수 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올 들어 현재까지 김 제1위원장을 25 차례나 수행하면서 실세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지난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는 주석단 뒤쪽에 서 있는 모습이 텔레비전 카메라에 포착돼 주목을 받았습니다.

올해 28살인 김여정은 한국의 차관급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직책을 갖고 있지만 실제 영향력은 그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한국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작년부터 공식적으로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전부 맡고 있고, 실질적으로는 선전선동부 부장이고 서기실도 김여정이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김여정이 뜬 별이라면 김경희는 ‘사라진 별’에 해당됩니다. 김일성 주석의 친딸이자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는 정권 초기에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12월 남편 장성택의 처형을 계기로 2년째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김정은 정권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인 ‘빨치산 줄기’에서는 최룡해의 혁명화가 눈에 띕니다. 빨치산 원로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최룡해는 2010년 9월 대장에 임명된 데 이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는 등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황병서에게 총정치국장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정치국 상무위원에서도 해임됐습니다. 그러다 지난 11월 치러진 리을설 인민군 원수의 장례식에서 국가장의위원 명단에서 빠지면서 신변이상설이 강하게 제기됐습니다.

한국 국정원은 최룡해가 백두산발전소 토사 붕괴 사고의 책임을 지고 지방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 같은 빨치산 줄기인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정도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인 정창현 국민대학교 교수는 혁명화의 사유에 따라 최룡해의 잠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창현] ”최룡해가 혁명화 교육까지 갔다고 하면 이게 지나치기 어려운 문제와 관련됐을 수 있기 때문에 공백이 좀 길어지는 것이 아닌가 보여집니다.”

정권 보위와 공안을 담당하고 있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3인방은 건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황병서는 올해 1백 차례 이상 김정은 제1위원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한 것은 물론 남북 8.25 합의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평양 아파트 붕괴 사고로 강등됐던 최부일 보안부장도 다시 소장에서 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 간부에 대한 감시와 인사를 담당하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는 조용원 부부장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조 부부장은 올해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 시찰을 37회 수행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횟수를 기록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박사입니다.

[녹취: 안찬일]“조용원이는 새로 떠오른 부부장이니까 아주 정통 당 관료로서 말단 지도원부터 올라간 사람인데 나이가 58세고 그러니까 김정은이가 상당히 신뢰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군부에서는 현영철 인민부력부장이 하루아침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한국의 국방장관에 해당되는 현영철은 야전에서 잔뼈가 굵은 군부 서열 2위의 고위급 인사였습니다.

북한 군 수뇌부의 잦은 교체와 이동에도 불구하고 군 총정치국에서 조남진과 염철성 부국장이 건재한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정창현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정창현]”전통적으로 총정치국장은 상징적인 존재이고, 실질적으로 총정치국에서 인사와 선전을 맡는 조직 부국장과 선전 부국장이 핵심적인 쌍두마차인데, 그렇게 때문에 조남진과 염철성 부국장은 특별한 과오가 없는 한 중요한 자리를 갈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분야에서도 인적 교체가 이뤄졌습니다. 군수경제를 10 년 넘게 챙겨온 제2경제위원회의 백세봉 위원장이 퇴진하고, 주규창 기계공업부장, 박도춘 당 비서 등이 물러났습니다.

이들의 빈 자리는 김춘섭 군수담당 비서와 조춘룡 제2경제위원장, 홍영칠, 홍승무 부부장 등 젊은 인사들이 채웠습니다. 다시 김진무 박사입니다.

[녹취: 김진무] "김춘섭이 군수담당 비서로 들어오고 백세봉이 제2경제위원장에서 물러나고 인물들이 대거 바뀌었다고 봐야죠.”

경제 분야에서는 노동당 정치국 위원이 된 오수용과 곽범기 계획재정부장, 안정수 경공업부장 등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또 내각에서는 박봉주 총리와 로두철 부총리 같은 경제전문 관료가 경제특구와 포전제 등 일련의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리용남 대외경제상이 러시아와 베트남과의 경제협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외교, 대남 분야에서는 김양건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부상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김양건은 지난 8월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8.25 합의를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아 ‘공화국 영웅’칭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난 9-10월 중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식 활동 9 차례 중 무려 6 차례를 수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반면 오랫동안 노동당 국제비서를 맡아왔던 김영일은 장성택 계열로 몰려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1990년대 미국과의 핵 협상을 담당했던 강석주 부총리 겸 국제담당 비서는 건강 문제로 대외활동이 힘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시 정창현 교수입니다.

[녹취:정창현]”강석주 비서가 지금 몸이 좋지 않아서 국제비서의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하지 못함에 따라 김양건 비서의 역할이 확대된 것 아닌가…”

전문가들은 내년 5월에 열리는 7차 노동당 대회를 계기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고령의 지도부가 물러나고 4-50대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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