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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남양-도문 잇는 교량 건설 협정 체결


지난 2012년 북-중 접경 도시 도문 국경에서 군인들이 철조망을 보수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2년 북-중 접경 도시 도문 국경에서 군인들이 철조망을 보수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중국이 두만강 국경 지대에 다리를 건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중국의 도문과 북한 남양을 잇는 다리를 왜 건설하는지, 그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일 평양에서 남양과 도문을 잇는 북-중 국경에 “다리를 공동 건설하고 관리하는 내용의 협정이 체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협정식에는 북한 외무성의 박명국 부상과 리진쥔 평양주재 중국대사가 참석했습니다.

현재 중국의 도문과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 사이에는 지난 1941년에 세워진 100 미터 길이의 ‘도문교’가 있습니다.

북-중 양국이 기존의 도문교를 보수 확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다리를 건설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인 국민대학교 정창현 교수는 도문교 옆에 새 다리를 건설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창현]”관례를 보면 기존 도로 옆에 새 다리를 놓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런 사례가 훈춘과 원정리를 연결하는 두만강 다리가 있었는데 바로 옆에다 새 다리를 놨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남북물류포럼 김영윤 대표는 중국이 도문에 새 다리를 놓으려는 것은 라진-선봉 보다는 청진항 진출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영윤]”도문 쪽에서 바로 청진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중국 쪽에서는 청진항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도문-남양을 거쳐 청진으로 가려는 포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중 양국이 1천400 km에 이르는 국경지대 곳곳에 다리를 건설하기로 한 것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중국 수뇌부는 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접경지대의 낡고 노후화된 다리가 문제가 됐습니다. 다시 김영윤 대표입니다.

[녹취:김영윤]”2009년에 중국이 동북 지역 개발계획을 발표했는데, 당시 14 개 중에서 9 개 인프라 건설이 북한과 연결된 것인데, 라진, 동북 3성에서 바로 바다로 나가기가 힘드니까, 라진-선봉, 청진을 통해 바다로 나가기로 하고 인프라 건설에 신경을 써온 겁니다.”

북-중 간에 합의된 일련의 다리 건설 계획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신압록강 대교’입니다. 중국의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이 다리는 기존 ‘조중우의교’의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우려에 따라 건설이 시작됐습니다.

이 공사는 지난 2009년 10월 당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방북해 평양의 동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이어 양국은 2010년 2월 단둥에서 신압록강대교 건설과 관리를 위한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협정에 따르면 4년 간의 공사를 통해 왕복 4차선 다리를 건설하고, 필요한 공사비 22억 위안, 미화 3억4천만 달러는 전액 중국이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5 년이 지난 지금도 ‘신압록강 대교’는 미완성 상태입니다. 지난 5월 단둥 현장을 방문했던 김영윤 대표의 말입니다.

[녹취: 김영윤]”제가 얼마 전에 그 쪽에 가서 봤는데, 중국 쪽에는 3천 미터 이상의 다리가 완공돼 있는데, 다만 난간, 전기 시설이 등이 안돼 있지만 85%는 돼 있는데, 완공 안된 이유는 북한 쪽의 연결도로가 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신압록강 대교’가 완공되지 못한 배경에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함께 2013년 12월 발생한 ‘장성택 처형’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장성택이 살아 있었더라면 신압록강 다리는 완성됐을 겁니다. 그런데 장성택이 처형되면서 친중파가 내리 숙청되면서 결국 다리가 완공 안됐는데, 이건 중국보다는 북한 쪽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죠.”

장성택 처형은 또 다른 북-중 경제협력 사업이던 ‘황금평 특구’ 사업도 중단시켰습니다. 장성택은 2011년 중국을 방문해 압록강 하구에 ‘황금평 특구’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는데 처형 이후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리 건설이 경제협력 문제지만 북-중 간 정치, 외교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이번 남양-도문 교량 건설도 지연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시 안찬일 박사입니다.

[녹취: 안찬일] ”도문에 도문교를 건설하는 문제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로켓을 쏘면 아마 중국이 브레이크를 걸고, 그렇게 되면 다리, 도로, 철도 건설도 침체 상태에 빠져들 공산이 큽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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