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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 한반도 정세...미사일, 대북 전단 변수


지난 8일 남북한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점을 찾았다. 이날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오른쪽)과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이 악수하고 있다.
지난 8일 남북한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점을 찾았다. 이날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오른쪽)과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이 악수하고 있다.

남북한이 다음달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는 등 모처럼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대북 전단이 남북관계를 좌우할 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경우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크게 요동칠 전망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남북한 고위급 접촉에서의 `8.25 합의' 이후 서울-평양 간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남북한은 지난 8일 판문점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고 다음달 20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국의 이덕행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수석대표입니다.

[녹취: 이덕행]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남북 각각 100 명씩 상봉하기로 하고, 거동이 불편한 상봉자에 한해서는 한 분이나 두 분의 가족이 동행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북한에서도 8.25 합의 이행을 다짐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꾸어 가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박봉주 내각총리도 “온 겨레가 북-남 고위급 긴급 접촉에서 이룩된 합의 정신을 귀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남북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한 걸음만 삐끗하면 언제라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현재 남북관계는 살얼음판이고 일종의 도박이 진행 중인데 표면적으로 여러 합의가 이뤄졌지만 실제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지 우려되는 바가 많습니다.”

특히 한국의 대북 전단 살포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남북관계를 좌우할 양대 변수로 꼽히고 있습니다.

우선 대북 전살 살포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의 탈북자 단체는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을 기해 수 십만 장의 전단을 날려보낼 계획입니다.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연합의 박상학 대표입니다.

[녹취:박상학]”보통 작게 보내면 20-30만 장, 많이 보내면 50만 장 보내는데, 10월10일에는 당연히 보내려고 하고 있죠.”

그러나 대북 전단을 날릴 경우 북한이 이른바 ‘최고존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이를 빌미로 남북관계를 파탄 낼 소지가 있다고 안찬일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안찬일]”대북 삐라가 변수인데, 북한은 삐라를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으로 보고 이를 막아달라는 것인데, 우리 정부로서는 이를 표현의 자유로 보기 때문에 막을 수가 없기 때문에 상황이 10월10일 이후에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한 탈북자 단체는 지난해 10월 10일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전단 120만 장이 담긴 20여 개의 풍선을 날렸습니다. 그러자 북한 군이 풍선을 겨냥해 고사총을 발사하고 이에 대응해 한국 군이 기관총을 발사해 긴장이 고조된 바 있습니다.

대북 전단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입니다. 북한은 이미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 노스’에 따르면 2012년에 발사된 은하 3호 보다 더 큰 로켓을 쏠 수 있는 발사대 증축 작업을 이미 끝냈고, 최근에는 로켓 엔진 연소실험을 마쳤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6월 완공된 국가우주개발국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방문해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 입니다.

[녹취: KCNA ] “인공지구위성 제작 및 발사국 지위는 적대 세력이 부정한다고 달라지지 않으며 누가 반대한다고 해서 절대 포기할 사업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북한에서 로켓 개발을 담당하는 우주개발국 백창호 과학연구개발 부소장도 미국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신형 인공위성을 개발 중”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로켓을 발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백창호 ]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인공위성이 완성되면 발사에 앞서 국제기구에 통보하면 기자 선생도 알게 될 것입니다.”

북한이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전후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경우 현재의 남북 간 화해 분위기는 곧바로 깨질 공산이 큽니다. 또 고위급 접촉 이후 중단된 대북 확성기 방송도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과거 남북 군사회담에 참여했던 문성묵 한국전략문제연구소 통일전략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명백한 도발 행위로 이는 비정상적인 사태이고, 그런 차원에서 이번 8.25 합의 3항에 따라 그것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앞서 남북한은 지난 8월25일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의 모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다”고 합의한 바 있습니다.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경우 김정은 제1위원장은 값비싼 정치적, 외교적 대가를 치를 공산이 큽니다.

현재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로켓을 발사할 경우 안보리가 자동적으로 개입해 대북 추가 제재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가뜩이나 냉랭한 북한과 중국 간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박형중 박사는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일단 국제적으로 유엔이 승인한 대북 제재에 중국이 확실하게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앞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10월에 장거리 로켓 대신 중,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장거리 미사일을 쏘지 않고 중,단거리 미사일 정도… 안보리 추가 제재는 피하면서 나름대로 김정은의 입지는 높이고 국제사회에 부응 하는 체 하면서 자기 식으로 판을 이끌어 가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12월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이듬해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그러자 유엔 안보리는 대북 제재 결의 2094호를 채택해 북한의 항공기와 선박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기업과 개인에 대해 강력한 금융제재 조치를 취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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