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내일 (22일)부터 이틀 간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남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합니다. 남북관계가 장기간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들의 회동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문 기사 보기] 'Officials From Two Koreas Could Confer at Summit'
일명 ‘반둥회의’로 불리는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가 22일부터 이틀 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립니다.
반둥회의 6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행사에는 90여 개 국가의 정부 수반이나 정상급 인사들이 모입니다.
남북한도 각각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하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들의 접촉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노광일 대변인입니다.
[녹취: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현재로서는 그런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같은 행사장에 있다 보니까 조우할 기회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만난다면 정상회의 첫 날인 22일 회의장이나 같은 날 저녁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주최하는 갈라 디너쇼에서 마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10년 전 반둥회의 50주년 행사 땐 당시 이해찬 한국 국무총리와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만나 남북 당국자 회담 재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 달리 남북 갈등이 깊은 상황이라서 회동 가능성이 낮고 설사 만난다 하더라도 알맹이 있는 대화가 오가긴 어려우리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남북한이 한반도 쟁점 현안을 놓고 대립하는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조연설은 정상급 인사들이 먼저 하는 관례에 따라 김 상임위원장이 황 부총리 보다 앞서 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 핵이나 인권 문제가 황 부총리 연설에 포함될 지 여부를 묻는 ‘VOA’의 질문에 미리 말하지 않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김 상임위원장의 연설 내용을 보고 대응 수위를 고민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둥회의가 과거 비동맹국가들이 주축이 된 회의이니만큼 남북한 쟁점을 부각시키긴 어려운 자리지만 핵이나 인권 등 현안에 대한 상반된 입장이 각자 연설에 담길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남북 당국 간 불신의 골이 깊고 한반도 현안에 대해서 입장 차가 워낙 크고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 해외무대에서 남북한이 부딪힌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정치적 부분에 있어서는 북한인권 문제가 나온다면 남북 간 엇박자가 있지 않겠느냐 저는 그렇게 전망합니다.”
이와 함께 이번 행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참석해 북 핵과 과거사, 영토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동북아 국가 정상급 인사들의 양자 접촉 여부도 관심거립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중-일, 북-중, 북-일 등의 양자 회동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남북한과 중국 일본의 정상급 인사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인 만큼 물밑 외교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