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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교관 부부, 파키스탄 노상서 술 팔다 적발


파키스탄 세관 당국이 지난 2013년 1월 카라치에서 불법 밀매 단속 중 압수한 주류를 태우고 있다. (자료사진)
파키스탄 세관 당국이 지난 2013년 1월 카라치에서 불법 밀매 단속 중 압수한 주류를 태우고 있다. (자료사진)

파키스탄주재 북한 외교관 부부가 길거리에서 술을 팔다 적발됐습니다. 이미 주류 밀매와 밀수 등에 연루됐던 북한 현지 공관이 이번에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외교관 부부가 파키스탄의 최대 도시 카라치에서 주류 밀매 혐의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현지 소식통은 6일 ‘VOA’에 북한 무역참사부 정모 서기관과 부인이 지난 1일 카라치의 대규모 주택단지 DHA (Defense Housing Authority)에서 현지인들에게 ‘시바스 리걸’ 등 위스키를 팔다 적발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주류 밀매가 노상에서 이뤄져 이를 수상히 여긴 목격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는 설명입니다.

해당 북한 외교관 부부는 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외교관 면책특권으로 기소되지 않고 풀려났습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파키스탄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공관 운영 자금 등을 자체 조달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주류 밀매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외교관 특권을 이용해 면세점에서 술을 싼 값에 구입한 뒤 기득권층 거주지인 DHA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해 온 겁니다.

파키스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주류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이들이 남긴 차액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통 40달러 정도를 주고 들여온 양주 한 병은 70~1백 달러, 30달러 정도인 맥주 한 박스는 1백 50달러 넘는 현금을 받고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소식통은 주로 DHA지역에 거주하는 사업가들이 접대용 등으로 몰래 술을 구입한다며, 자금난을 겪는 북한 외교관들에게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2년 전 공관과 숙소를 중심으로 주류 판매를 하다 적발된 뒤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연결된 고객에게 길거리에서 직접 물건을 넘기는 수법을 써 온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카라치주재 북한 무역참사부 주재원들은 지난 2013년 1월 현지 주민과 외국인들에게 술을 팔다 적발돼 파키스탄 당국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공관을 주류 보관소로, 외교관 차량을 배달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주요 고객인 민간인들과 식당, 외국인 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 등에게 술을 공급해 온 겁니다.

당시 북한 현지 공관 대표를 맡고 있던 노주식 무역참사가 추방 위기에 몰렸지만 중간에 수사가 흐지부지되면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노 참사는 이후 임기를 끝까지 마치고 평양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키스탄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또 같은 시기 항생제 ‘세픽심’을 싱가포르에서 항공편으로 대량 밀수하려다 적발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미 2009년 북한으로 귀임한 김국평 1등 서기관의 이름으로 허위 면세신청을 한 뒤 무게 7백kg, 시가 12만 달러에 달하는 약품을 불법 반입하려고 한 사건이었습니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당시 이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현지 소식통은 파키스탄 당국이 이번에 적발된 북한 외교관 부부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두 나라의 외교관계 등을 감안해 기껏해야 경고 수준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현지 북한 외교관들이 2년 동안 주류 밀매와 밀수 활동으로 3차례나 적발됐고, 인접국인 방글라데시 정부도 지난달 금괴를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북한 외교관을 추방한 전례가 있어 향후 파키스탄 당국의 조치가 주목됩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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