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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이란 핵 협상, 북한에 부정적 신호 줄 것"


존 케리 미 국무장관(중간 왼쪽)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중간 오른쪽) 등이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공식 성명을 듣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중간 왼쪽)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중간 오른쪽) 등이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공식 성명을 듣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미국과 이란의 극적인 핵 합의가 북한 핵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이란의 핵 능력과 지도부의 협상 의지가 전혀 다른 점을 들어 북한에 비슷한 전략과 조건을 적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란 핵 협상 타결을 누구보다도 주시할 나라가 북한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앞으로 미국 등과의 협상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논거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앤드루 스코벨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이란의 각별한 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이 이번 협상에 대한 이란 측 견해를 이미 경청했거나 곧 문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앤드루 스코벨 연구원]

두 나라가 서로 핵 개발 현황과 협상 조건 등을 비교해 보며 구체적인 셈법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이란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든 미국 정부가 선뜻 북한에 손을 내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양측이 처한 현실의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존 박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연구원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두 나라의 협상 의지부터가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박 연구원]

핵 개발 중단과 경제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카드에 적극적 관심을 보인 이란과 달리 북한은 협상테이블에 복귀하겠다는 분명한 신호조차 보내지 않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한 관리는 지난달 31일 ‘VOA’에 6자회담에 아무 미련도 남아 있지 않다며 비핵화를 전제로 한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설령 북한이 협상에 관심을 보이더라도 “심각한 협상”에 임할 의지는 없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패트릭 크로닌 연구원]

북한은 과거 협상과 합의를 되풀이 했지만 이에 상응한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고 여기는 만큼 이란처럼 핵 계획 속도를 늦추려고 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겁니다.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 역시 이란 해법이 북한에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북한이 핵 보유국일 뿐 아니라 핵무기를 정권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는 점이 이란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북한의 핵 개발은 이란과 달리 정권의 생존을 위한 측면이 크다는 항간의 주장과 맥을 같이합니다.

존 박 연구원도 이란보다 월등한 단계에 올라 선 북한의 핵 능력을 두 나라를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중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존 박 연구원]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이 이런 차이를 유리한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우라늄 농축 시설을 축소하게 될 이란에서 확산 활동의 새 통로를 열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북한과 이란의 핵 확산과 관련한 협력 의혹은 그동안 미국 조야에서 끊임없이 흘러 나왔습니다. 이란이 북한으로부터 핵무기 제조 기술을 습득해 왔고 핵 물질 확보에도 나설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이 북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이란처럼 평화적 핵 이용 권리와 우라늄 농축 시설 유지를 협상의 전제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겁니다.

존 박 연구원은 원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이란과 외부 경제로부터 고립돼 있는 북한이 체감하는 제재 효과의 차이 역시 북 핵 협상을 어둡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존 박 연구원]

이란에는 제재 해제가 직접적인 당근책이 될 수 있지만 중국, 러시아 등의 간접 지원을 받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절실함이 덜 하다는 설명입니다.

패트릭 크로닌 소장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이른바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고 러시아와도 협력을 강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을 느슨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제약은 미국 정부의 지극히 부정적인 대북 인식과 겹쳐 북한과의 새 협상 동력을 만들어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오바마 행정부에 이란과 북한 핵 문제를 연이어 다룰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차관보]

다만 이란 핵 협상에 적극 협력한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등 북한을 상대하는 과정에서도 더 큰 역할을 맡는다면 매우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크로닌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2.29합의를 파기한 전력이 있는 북한과 비슷한 종류의 협상을 시도할 신뢰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패트릭 크로닌 연구원]

그러면서 북한으로부터 강력한 대화 신호가 나오지 않는 한 오바마 행정부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지극히 불투명한 대북 협상에 할애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오히려 북한이 이란 핵 협상 타결을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데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포브스’ 컬럼니스트는 이란이 서방의 감시를 피해 핵 개발을 계속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북한이 이런 이란에 관련 시설과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든 창]

또 앤드루 스코벨 연구원은 북한이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중동 쪽으로 쏠린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 환기시키기 위해 모종의 행동에 나설지 모를 일이라고 우려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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