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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러시아, 냉전시대 한반도 정책으로 회귀"


지난해 11월 러시아를 방문 중인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오른쪽 네번째)와 북한 특사단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왼쪽 네번째) 및 러시아측 대표단과 모스크바에서 회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를 방문 중인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오른쪽 네번째)와 북한 특사단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왼쪽 네번째) 및 러시아측 대표단과 모스크바에서 회담하고 있다.

러시아가 냉전시대의 한반도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최근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는 북-러 관계를 경제적 이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겁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09년부터 5년 간 미국 국방장관실에서 한반도 담당 선임자문역을 지낸 밴 잭슨 미국 신안보센터 연구원이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북-러 관계에 관한 글을 기고했습니다.

잭슨 연구원은 `푸틴과 은둔의 왕국’이란 제목의 글에서 지난해부터 러시아가 북한과 급격하게 가까워지고 있는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잭슨 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과 이념적 갈등을 빚던 냉전 시기에 북한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1968년 북한이 미국의 정보함 푸에블로 호를 나포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로 꼽혔습니다.

당시 딘 러스크 미 국무장관은 안드레이 그로미코 소련 외무장관에게 중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사건을 회부하자 소련은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 통과를 막았습니다.

미국이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 호를 한반도로 이동시켜 전력을 증강하자 소련은 동해에 전투함들을 보냈고, 결국 미국은 엔터프라이즈 호를 한반도에서 철수했습니다.

반면 지난 1980년대 중반 소련이 개혁개방 정책을 시행하면서 양국 관계가 개선되자 소련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중요한 동반자 역할을 했습니다.

1985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가입은 소련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북한을 설득했기 때문에 가능했고, 1991년 북 핵 위기 당시 소련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단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는 겁니다.

두 나라의 이런 협력관계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 시절에도 이어져, 러시아는 북 핵 6자회담 과정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고 잭슨 연구원은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러시아와 그루지아의 전쟁을 시작으로 미-러 관계가 껄끄러워지기 시작했고 결국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는 냉전 이후 가장 적대적인 관계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잭슨 연구원은 러시아가 수 십 년만에 갑자기 북한에 경제적 차원의 관심을 보이고 정치적 교류를 늘리는 한편 합동 군사훈련까지 계획한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러시아는 냉전시대의 한반도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으며, 최근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는 북-러 관계를 경제적 이유만으로 설명하는 시각은 이런 큰 그림을 간과하고 있다는 게 잭슨 연구원의 주장입니다.

잭슨 연구원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러시아의 경제적 지원으로 숨통이 트였다며, 군사적 지원마저 받는다면 재래식 전투력도 회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는 북한이 새로운 위기를 조성하거나 제한적인 분쟁을 일으켜 미국의 관심을 유럽에서 동북아시아로 돌리게 하는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잭슨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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