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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국경지역 경비 강화...탈북 어려워져"


지난해 11월 중국 접경 도시 신의주 인근 압록강변에서 북한 군인이 경계근무 중이다.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중국 접경 도시 신의주 인근 압록강변에서 북한 군인이 경계근무 중이다. (자료사진)

북-중 국경지역의 경비가 크게 강화돼 북한 주민들의 탈북이 매우 힘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들은 최근 발생한 북한 군 탈영병의 중국 주민 살해 사건 등 여러 이유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북-중 국경지역의 상황이 현재 어떻습니까?

기자) 최근 몇 년 사이에 최악이라는 게 현지 소식통과 탈북 지원단체의 지적입니다. 북한 고아를 중심으로 탈북민 구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한국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김성은 목사] “지금 상황은 압록강과 두만강 할 것 없이 개미 새끼 한 마리 못 넘어올 정도로 경계가 심합니다. 중국도 굉장히 심하지만 북쪽도 중국이 긴장하는 만큼 긴장된 상황에서 경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양쪽이 다 이렇다 보니 지금 상황에서 탈북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김 목사는 지난 8일 어렵게 연락이 된 북한 측 지인으로부터 당분간 연락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경비가 강화된 게 구체적으로 무슨 이유 때문인가요?

기자) 여러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중국에서는 최근 접경 마을에서 발생한 북한 군 탈영병의 주민 살인 사건과 공안당국의 치안 강화를 들 수 있습니다. 북한 측도 경비를 크게 강화했는데요.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의 여파와 ‘사회주의 정치사상 강국’을 강조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 후속 조치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겨울이면 강이 얼어붙어 도강이 쉽기 때문에 북-중 양측 모두 연례적으로 경비를 강화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유엔총회 결의안과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가 국경 경비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겁니까?

기자) 북한 당국은 유엔 회원국들이 탈북자들의 거짓 증언에 속아 북한인권 결의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유엔총회가 지난달 채택한 결의안은 사실상 북한 수뇌부를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강력을 내용을 담고 있어서 북한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었죠.

진행자) 당시 북한이 인권운동을 하는 탈북자들을 “인간쓰레기’라면서 관련 동영상까지 연쇄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김성은 목사는 유엔총회 결의안 문제가 불거지면서 북한 당국이 국경 경비를 더욱 강화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피부로 느끼는 게 뭐냐 하면 유엔에서 계속 인권 문제를 얘기했을 때 북한은 그 인권 문제가 다뤄지는 게 탈북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유엔의 인권결의안 얘기가 나오면서 계속적으로 국경 상황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 (탈영병 살인) 사건까지 터지면서 아주 심각합니다, 지금.”

진행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 영향이란 지적은 어떤 얘긴가요?

기자) 김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사회주의 정치사상 강국 건설’을 상당히 강조했는데요. 그 여파가 국경지역에 1차로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 내용 잠시 들어보시죠.

[녹취: 김정은] “ 올해에 우리는 사회주의 정치사상 강국의 불패의 위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중략) 당의 위력한 무기인 사상을 틀어쥐고 사상사업을 공세적으로 벌여 우리 혁명의 사상진지를 철통같이 다져나가야 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신년사’ 분석에서 “김 제1위원장이 5대 교양과 당의 전투력 강화 등 사상사업을 공세적으로 벌이자고 한 것은 앞으로 내부통제 강화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고 평가했었습니다. 한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어제 (8일) ‘VOA’에 “북한의 사상과 통제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것은 탈북자들과 외부 정보, 한류 등 이른바 `황색바람'이기 때문에 그 통로인 북-중 국경지역의 경비가 더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중국마저 경비를 강화하다 보니 두만강과 압록강 상류 뿐아니라 국경 전체 분위기도 얼어붙었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중 관계가 장성택 사망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냉랭해지면서 국경지역도 두루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지난달 27일 연변 허룽시에서 북한 군 탈영병이 주민 4 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은 물론 중국 내 여론까지 악화되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이 탈영병이 도주 중 총격을 받고 다쳐 치료를 받다 지난 7일 사망했다고 확인했는데요, 이런 사건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국경 경비와 불법 도강자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국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중국 당국이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접경지역 단속과 경비를 강화했다구요?

기자) 네, 공안 당국이 접경지역 마을에서 검문과 치안을 강화했다고 중국 지역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공안 당국은 특히 사건이 발생한 허룽시 주택들을 일일이 방문해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훙광 전 중국해방군 난민군구 부사령관은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 기고문에서 중국이 접경지역에 전자감시장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인들의 불법 월경이 빈발해 기존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중국 접경 마을에서 북한 군인이나 탈북자들이 연루된 범죄들이 해마다 계속되면서 민심도 상당히 악화됐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현지 조선족과 탈북자들이 서로를 증오할 정도로 상황이 매우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두리하나선교회 대표인 천기원 목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천기원 목사] “탈북자들이 처음에는 조선족들한테 평판도 좋고 서로 많이 도왔는데 지금 한국에 와 있는 사람들도 그렇고 서로 원수처럼 돼 있으니까. 조선족들은 탈북자라면 이를 갈고 마찬가지로 탈북자들은 조선족이라면 이를 갈고. 그런 거 보면 관계는 매우 나쁘다고 볼 수 있죠.”

천 목사는 접경지역에서 발생하는 범죄 뿐아니라 여러 복잡한 문제가 조선족과 탈북자들 사이에 얽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령 중국에서는 일부 조선족들이 탈북자들을 매매하거나 노동착취를 해왔는데, 한국에서는 탈북자가 오히려 조선족을 무시하다 보니 관계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어쨌든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북한에서 자유세계로 탈출하려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앞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 같군요.

기자) 네, 적어도 올 1분기까지는 그런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관련 단체들과 현지 소식통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경 경비가 강화되면 탈북 비용도 올라가기 때문에 한국이나 자유세계에 정착한 뒤 가족을 데려오려는 탈북자들에게도 큰 부담이 됩니다. 소식통들은 북한 내부에서 주민 1 명을 한국까지 데려오기 위해 적어도 미화 7-8천 달러 이상이 들었는데, 당장은 계산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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