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방 중단해야"...남 "소모적 논쟁" 반박

한국 정부는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된 ‘비방 중단’ 문제를 놓고 북한이 소모적 논쟁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한국 정부 당국자의 발언과 언론보도를 문제 삼으며, 고위급 접촉 합의 이행이 엄중한 기로에 놓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11일 밤 발표한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 서로에 대한 비방을 중단하기로 한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와 언론의 비방중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변인 담화는 이에 따라 남북한이 모처럼 마련한 합의가 엄중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밝혔습니다.

담화는 또 ‘북한이 한국 정부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속된 말로 국물도 없다’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 당국자들부터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을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한국 청와대의 입장 표명에 대해, 이는 무능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하지만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은 소모적 논쟁이라고 일축하며 건설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통일부 박수진 부대변인의 기자설명회 내용입니다.

[녹취: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대로 북한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은 진정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소모적인 논쟁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보다 건설적인 방향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나오기를 바랍니다.”

박수진 부대변인은 또 한국 국민은 헌법상 표현과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으며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국민들의 기본권리를 제한할 수 없음을 재차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고위급 접촉 대표단 대변인의 이번 담화가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남한에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선물을 주면 자기들이 원하는 걸 받을 줄 알았는데 그게 교착상태에 빠진 거죠. 이에 따라 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북한이 전통적으로 써왔던 도발과 협상이라는 카드가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향후 북한은 초 저강도의 도발로 긴장을 조성하면서 대남 유화적인 협상 국면을 유지하는 형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

북한은 지난 6일 한국 정부의 적십자 실무접촉 제의를 거부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같은 중대한 인도적 문제는 적십자 간 협의로 해결될 성격이 아니라며, 고위급 접촉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시사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미-한 연합 독수리 훈련이 끝나고 북한의 정치일정이 마무리되는 3월 말에서 4월쯤 북한이 고위급 접촉을 다시 제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남북대화를 조속히 재개해 시급한 이산가족 문제부터 해결한다는 방침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지난 7일 적십자 실무접촉에 응할 것을 촉구하는 전통문을 북한에 보낸 만큼 일단 북한의 반응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