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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스콤, 현금 잔고 4억 달러 북한에 묶여 있어'


지난 2008년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평양에서 3세대 휴대전화 네트워크 개통식을 가졌다. (자료사진)
지난 2008년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평양에서 3세대 휴대전화 네트워크 개통식을 가졌다. (자료사진)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업을 하고 있는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4억 달러의 현금 잔고를 본국으로 송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김연호 기자입니다.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 (OTMT)이 새 회계감사 보고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이 보고서는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지난 해 9월 말 현재 오라스콤의 재무재표를 분석한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라스콤이 75%의 지분을 갖고 있는 북한 휴대전화 회사 고려링크는 수익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고려링크의 수익은 지난 해 1분기 7천4백만 달러에서 3분기에는 8천1백만 달러로 늘었습니다.

또 지난 해 1월부터 9월까지 고려링크의 총수익은 2억3천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40% 넘게 증가했습니다.

이같은 수익 증가는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 증가에 힘입은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가입자 수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오라스콤은 지난 해 5월 말 현재 가입자 수가 2백만 명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고려링크의 순자산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해 1분기 말 4억2천만 달러에서 3분기 말에는 5억1천만 달러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에 따라 현금 잔고도 같은 기간 3억3천만 달러에서 4억2천만 달러로 30%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고려링크가 4억 달러가 넘는 현금 잔고를 보유하고 있어도 이집트 본국으로 송금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회계감사 보고서는 이 문제를 별도의 특기사항으로 지적하면서 북한 당국의 규제 때문에 현금 잔고를 외화로 바꾸지 못하고 북한 원화의 형태로 남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금 잔고가 4억2천만 달러에 이른다는 것은 북한의 공식 환율을 적용했을 때 그만큼 될 것이라는 추산치에 불과한 겁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이 현금 잔고를 특정한 영업과 자본 비용에만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고려링크의 현금 잔고는 ‘비유동성 금융자산’으로 처리됐습니다.

오라스콤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도 공개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불만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사위리스 회장은 지난 해 11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배당금이 회수될 때까지 더 이상 북한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해 1월부터 9월까지 고려링크의 자본지출은 모두 4천만 달러로 휴대전화 기지국 건설과 전화케이블, 장비 구입 등에 주로 쓰였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미국과 유럽연합 등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사실도 지적했습니다.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고려링크의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지만 제재가 강화될 경우 금융 조달이나 오라스콤 본사와의 금융 거래, 북한 내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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