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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북한 추진 경제특구, 경제적 타당성 부족"


지난달 16일 북한과 캐나다 등 여러나라 경제 전문가들이 평양 양각도국제호텔에서 경제특구 개발에 관해 토론했다.
지난달 16일 북한과 캐나다 등 여러나라 경제 전문가들이 평양 양각도국제호텔에서 경제특구 개발에 관해 토론했다.
북한이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10여 개의 경제특구를 신설하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제특구가 성공하려면 면밀한 타당성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평양 인근과 북-중 국경지대 등에 경제특구 14곳을 신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과 일본 언론들은 최근 북한의 국가경제개발위원회가 작성한 투자제안서를 입수했다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종합개발구 4곳과 공업개발구 3곳, 농업개발구 2곳, 관광개발구, 수출가공구에 개성첨단기술개발구까지 모두 14곳을 경제특구로 지정했습니다.

지역별로는 평안남도 남포시 와우도에 수출가공구를 설치하고 함경남도 북청과 함경북도 어랑에 농업개발구, 황해북도 신평과 함경북도 온성에 관광개발구를 신설키로 했습니다.

또 평양 근처에 수출가공구 2곳을 설치하고, 개성공단 근처에는 첨단기술개발구를 별도로 둘 예정입니다.

강원도 마식령과 함경북도 온성에는 관광개발구를 두고 스키, 골프장 등 외국인을 위한 전문 관광지를 만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각 경제특구의 외자 유치 목표는 7천~2억4천만 달러이며 법인세율은 14%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특히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50년에 걸친 토지의 장기 이용, 개발권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북한은 경제특구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민간기구인 ‘조선경제개발협회’도 발족시켰습니다.

한국 IBK 경제연구소의 조봉현 박사는 북한이 민간 기구를 앞세워 경제특구를 추진하는 것은 과거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박사] “북한 당국이 나서서 그동안 몇 년 간 계속 여러 투자 유치 등을 진행했지만 국제사회 대북 제재라든지 주변 영향 때문에 제대로 진행이 안 되다 보니까 민간이라는 모자를 씌워 내세워 해 보겠다는 북한의 속내가 작용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제특구를 한꺼번에 14개나 추진하는 것은 경제적 타당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박사]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의지를 갖고 숫자는 많이 늘렸지만.. 지금 황금평도 특구로 지정했지만 말뚝만 꽂아놓고 진전은 없거든요, 이렇게 백화점식으로 나열하지 말고 4-5개를 집중적으로 특구로 만드는 것이 좋은데, 의욕이 너무 앞서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가 많습니다.”

강원도 마식령에 스키장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단지를 만드는 것도 현실성이 부족한 계획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1990년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경제정책 자문역을 지낸 방찬영 박사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녹취: 방찬영 박사] “스키장을 건설하려면 엄청난 재원을 가져다가 투자를 해야 합니다. 또 운영이 돼야 하는데 지금 평양이나 북한 사람들 중에서 스키장과 호텔에 가서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몇 없기 때문에, 그 유지 비용이 엄청나게 듭니다.”

한국 동국대학교의 김용현 교수는 경제특구가 성공하려면 외국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기본적으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제도적 측면을 만들어야 하고 국제사회와 남측에 대한 신뢰를 주어야 투자와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1991년 나진선봉 특구를 만든 이래 신의주 특구와 금강산 관광특구, 황금평 특구 등을 추진했습니다.

이처럼 지난 22년간 북한이 추진한 경제특구는 7-8개에 달하지만 현재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것은 개성공단이 유일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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