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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한국전 정전 60주년] 2. 잊혀진 사람들


한국전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혔다가 2003년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온 전용일(오른쪽) 씨.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될 위기에 처했었지만,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귀환에 성공했다. 서울에 온 전용일 씨가 가족과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국전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혔다가 2003년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온 전용일(오른쪽) 씨.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될 위기에 처했었지만,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귀환에 성공했다. 서울에 온 전용일 씨가 가족과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는 27일은 6.25 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당시 협정은 적대행위를 일시적으로 멈추고 항구적인 평화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는데요, 그 상태가 60년이나 지속되고 있습니다. 저희 `VOA'는 어제(22일)부터 60주년을 맞은 정전협정을 다섯 차례로 나눠 살펴보는 기획보도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전쟁포로와 전시 납북자 문제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획보도: 한국전 정전 60주년] 2. 잊혀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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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침공. 3년 넘게 한반도를 피로 물들인 6.25 전쟁. 그리고 1953년 7.27 정전협정 체결.

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60년이 지나면서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져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한에서 귀환하지 못한 수 만 명의 국군포로와 전쟁 중 인민군에 납치돼 끌려간 10만 명에 달하는 한국인 납북자들입니다.

당시 유엔군에 따르면 국군 실종자는 8만2천여 명. 하지만 돌아온 포로는 불과 8천3백여 명 뿐이며 80 명은 1994년 이후 자력으로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복귀했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지난 2000년 한국에 입국한 국군포로 유영복 씨는 정전 60주년을 맞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녹취: 유영복 씨] “국군포로들을 그렇게 많이 억류하고 다 부려먹고 이제는 쓸모가 없이 폐품이 된 늙은이 몇 명 남은 것마저 보내주지 않고 있잖아요. 그런 비인도적 만행을 용서할 수 있어요? 저는 전세계가 합심해서 정전 60주년을 맞아 북한의 이런 비인도적 만행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전시 납북자 가족들 역시 정전 60주년을 맞는 마음이 착잡합니다.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의 말입니다.

[녹취: 이미일 이사장] “핵 문제만 이야기하지 마시고 사람 문제,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전시 납북자 문제를 같이 이야기 좀 해 주셨으면. 사람의 중요성,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는 경중을 따질 수 없는 거잖아요.”

한국의 박선영 전 국회의원은 전시 납북자와 국군포로 가족들이 이산가족 가운데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박선영 전 의원] “이산가족 상봉을 얘기 하시는데요. 이산가족 중에 가장 가슴 아픈 이산가족이 누굽니까?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이산가족이죠. 그래서 저는 이 문제가 모든 남북대화의 기초가 되어야 신뢰가 쌓인다. 왜냐하면 규범을 지키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이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북으로 끌려간 전쟁포로들은 대부분 상화청년탄광, 무산탄광, 학포탄광 등 탄광에 배치돼 강제노동을 했고, 납북자들 역시 사살되거나 강제노역에 동원됐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국군포로와 전시 납북자의 존재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전 60주년을 미국의 침략에 대한 `전승절'로 왜곡시켜 대대적인 체제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조국해방전쟁 승리 예순 돌을 뜻깊게 맞이하고 있는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전승의 역사를 계승하시어 미제와의 총포성을…”

북한 농업과학원 출신인 탈북자 이민복 씨는 북한 주민들이 대부분 이런 북한 당국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들 역시 의용군 출신이거나 스스로 자원해서 남은 사람들로 알고 있다는 겁니다.

국군포로 유영복 씨는 국군포로나 납북자들 모두 불가피하게 북한에 적응해야 했다며, 북한에서 낳은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주위에 알리지도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영복 씨] “미안하죠. 미안하니까 말을 못했고 북한에서 내가 국군포로다 그러면 자식들이 상처를 당할까 봐 그런 말을 못한 거죠.”

이민복 씨는 이런 배경 때문에 남북한이 진정한 통일과 화해를 하려면 전쟁역사에 대한 진실과 진정한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북한 주민들에게 바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녹취: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전쟁의 원인을 바로 정확히 가르쳐 주는 것은 증오를 없애고 통일을 이룩하는 디딤돌을 만드는 겁니다. 전쟁 초기 참가자나 38선 주민에게 조용히 물어봐라. 그럼 바른 판단이 나옵니다. 다 얘기해 줍니다. 그래서 6.25의 근원이 김일성에 의한 북한의 침략이란 확신이 들어가면 남한과 미국을 미워할 게 없죠.”

박선영 전 의원은 전쟁포로와 전시 납북자 문제는 모두 국제법 위반 행위라며 이제라도 한국과 국제사회가 적극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선영 전 의원] “국군포로와 전시 납북자 문제는 국제법 위반 사항입니다. 둘 다 제네바협약 위반이구요. 전쟁범죄이기 때문에 시효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전 60년이 되도록 이 문제를 완전히 묻어두려고 하고 국민들에게 잊으라고 강요하는 듯한 정책은 정말 잘못됐다고 보고요. 이제 정전 60주년이면 한 회기를 보낸 겁니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한국 정치권과 국제사회에서는 늦게나마 국군포로와 전시 납북자 문제를 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는 지난 달 25일 국군포로를 조속히 송환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이에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2010년 6.25전쟁납북피해자들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또 미 하원은 지난 2011년 한국전쟁 포로와 실종자, 납북자의 송환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반인도범죄 혐의를 규명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전시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6.25 전시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최근 유엔 조사위원회로부터 관련 자료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미일 이사장] “유엔에 COI (조사위원회)가 조직이 됐잖아요. 그래서 저희한테도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관련 자료 근거들, 북한에 전쟁 사실을 알리는 것과 피해자들의 문제를 공식 제기할 겁니다. 그래서 그 것을 준비하고 있고 또 10월 유엔의 날에 국제 심포지엄을 할 계획입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은 ‘북한인권백서’에서, 북한의 민간인 전시 납치 행위는 국제법상 ‘반인도 범죄’와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실질적인 해법보다는 아직 상징적 차원에 머물고 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관련자 생사 확인과 상봉 역시 진전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북한에 남은 국군포로는 5백여 명, 그리고 전시 납북자 역시 생존자가 극히 적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국군포로 유영복 씨는 북한 당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을 한국으로 보내줄 것을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녹취: 유영복 씨] “북한은 늘 민족 대단결의 평화를 부르짖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이젠 부려 먹을대로 다 부려먹고 국군포로 없다. 하지만 80 명의 국군포로들이 넘어왔고 북한에서 죽은 포로들의 가족들이 한국에 왔잖아요. 이 것을 세계가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억지주장하지 말고 이젠 인도주의 차원에서 몇 명 남지 않은 국군포로를 돌려준다면 전세계가 그래도 북한이 마지막으로 인권 문제에 대해서 마음을 열었다고 인정 받을 수 있잖아요. 그런 태도를 북한이 해 줬으면 하고 호소하고 싶은 거죠.”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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