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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북한, 개성공단 관련 박근혜 대통령 잘못 파악"


3일 개성공단 남측 잔류 인원이 모두 철수한 가운데, 텅 빈 세관 진입로에 경찰이 서있다.
3일 개성공단 남측 잔류 인원이 모두 철수한 가운데, 텅 빈 세관 진입로에 경찰이 서있다.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 상태가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섣부른 근로자 철수 결정이 현재의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개성공단 사태는 지난 달 9일 북한의 근로자 철수 조치가 직접적인 발단이 됐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조선중앙방송]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

그러자 한국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할 남북 실무회담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류길재] “개성공단 정상화는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하며, 북측이 제기하는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길 바란다.”

그러나 북한은 대화 제의를 거부한 데 이어 한국 측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의 방북도 불허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또다시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이 거부하자 4월26일, 개성공단 내 한국 잔류 인원의 전원 귀환을 결정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10년간 남북 평화와 화해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은 잠정폐쇄 상태를 맞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개성공단과 관련해 세 가지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선 개성공단 폐쇄 책임을 지게 됐다는 겁니다.

북한은 당초 한국 측을 압박하기 위해 근로자 철수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측 조치로 공단 가동이 중단된 데 이어 남북 실무회담마저 무산되자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한국 측 인원을 철수시켰고, 이로써 북한은 공단 잠정폐쇄의 책임을 떠안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잘못 파악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을 잘못 본 것 같아요. 박근혜 정부는 신뢰와 원칙을 지키는데, 신뢰 프로세스라는 뜻을 잘 모르고, 약속을 지켜야 신뢰가 생기는 건데, 이걸 모르고 약속을 깼죠.”

두 번째 딜레마는 ‘유훈’ 문제입니다.

개성공단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6.15 공동선언이 만들어 낸 남북 합작사업입니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은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같은 남북간 군사적 갈등 상황에서도 가동돼 왔습니다.

또 북한도 개성공단이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비본질적인 이유로 개성공단의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북한 수뇌부는 스스로 유훈을 어기는 결과를 낳았다고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지적합니다.

[녹취: 안찬일] “공단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이기 때문에 잘 유지하는 것이 존엄을 유지하는 것인데, 문을 닫게 되면 김정은은 자가당착에 빠지는 겁니다.”

세 번째 딜레마는 개성공단 근로자와 주민들의 불만입니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북한 근로자 5만3천 명과 그 가족까지 합해 20만 명이 넘는 북한 주민들에게 생계를 제공해 왔습니다. 또 북한 당국도 연간 9천만 달러 상당의 외화 소득을 올려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실업자 신세가 되거나 생계 수단을 잃었습니다.

안찬일 소장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겉으로 표현은 안해도 내심 북한 당국에 대해 불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그동안 북측 근로자들은 공단에서 잘 먹고 초코파이 받아가면서 일 잘했는데, 공단이 멈추면서 모내기 전투 나가고, 천당에서 지옥으로 바뀌면서, 이 사람들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죠.”

전문가들은 이밖에 북한의 ‘신용’ 문제를 지적합니다.

한국과 미국에서는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신용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용을 중시합니다.

그런데 북한 수뇌부는 김정일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약속한 개성공단 약속을 파기함으로써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대외적 신용을 잃었다는 겁니다.

한편 강인덕 전 장관은 개성공단에 대한 전력 공급 문제를 놓고 남북한 접촉이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우리가 보내는 전기가 단순히 개성공단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이게 가야만 급수 시설이 움직이거든요. 당장 끊을 수가 없어요. 그 대신 우리가 이걸 조건으로 원하는 원부자재를 달라는 교섭창구로 이용할 수 있겠죠.”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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