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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 워싱턴서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지난 2011년 한국을 방문해 주미 대사관에서 연설한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가 협상 수석대표. (자료사진)
지난 2011년 한국을 방문해 주미 대사관에서 연설한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가 협상 수석대표. (자료사진)
미국과 한국이 어제(16일)부터 워싱턴에서 양국간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들, 백성원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미-한 원자력협정, 내년이면 만료된다구요?

기자) 예, 내년 3월 시한이 끝나니까 1년도 채 안 남았습니다. 지난 1974년 개정된 이후 41년만입니다. 그동안 에너지 환경이라든가 한국의 위상이 크게 달라져서요, 협정을 현실에 맞게 고치기 위해 양국이 머리를 맞댄 겁니다. 미국에선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가 협상 수석대표를 맡았구요, 한국에선 박노벽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전담대사가 나섰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담이 벌써 6번째라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협상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 10월 워싱턴에서 시작됐고요, 이후 지난 해 2월까지 5차례 만났습니다. 미-한 양국 입장이 그만큼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금 두 나라 간 동맹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런 말들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원자력협정 개정 만큼은 자칫 양국 신뢰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민감한 사안입니다.

진행자) 어느 부분에서 입장이 그렇게 엇갈리는 걸까요?

기자) 바로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문제로 집약됩니다. 재처리부터 설명을 드리면요. 에너지를 만들려면 우라늄 연료봉을 원자로에서 태워야 하는데요. 그 부산물로 플루토늄이 생깁니다. 이걸 추출하는 과정을 핵연료 재처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생기는 플루토늄이 핵무기 원료로 전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이 우려하는 게 바로 그 거죠?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재처리를 하면 핵폐기물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폐기장 확보가 절실한 한국으로선 이번 기회에 재처리 권한을 꼭 갖겠다는 겁니다. 또 한 가지 미국이 걱정하는 건 바로 우라늄 농축 문젭니다. 역시 설명이 좀 필요한데요. 천연우라늄 안엔 우라늄 235가 0.7% 들어있습니다. 원자핵분열을 할 수 있는 양이 딱 그만큼이라는 겁니다. 이걸 그대로 핵연료로 쓰려면 중수로라는 특수한 원자로를 써야 되는데요. 많이 비쌉니다. 그래서 일반 원자로를 쓰는데 그러려면 우라늄 235 비율을 2~5%로 높여줘야 합니다. 이게 우라늄 농축입니다. 이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직접하겠다, 이게 또다른 한국의 요구사항입니다.

진행자)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 두 가지를 살펴봤는데요. 한국은 이런 활동 하지 마라, 그게 미국의 입장인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지난 1974년 한국에 원자력 발전 기술과 설비를 지원하면서 미국의 동의 없는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을 금지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용한 핵연료로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이 협정 시한이 내년 3월로 다가옴에 따라 이런 규정을 반드시 고치겠다는 입장이구요.

진행자) 마냥 그런 요구를 할 순 없고, 한국 측 논리는 뭔가요?

기자) 우선 기존 협정은 한국에 원자력발전소가 한 기도 없던 시절에 만들어 진 거라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원자력발전소 23기를 지었고, 전체 전력의 35%를 원자력에서 얻고 있는 원자력 5대 강국 아니냐, 따라서 에너지 주권을 좀 보장해 달라, 그런 논리입니다. 게다가 현재 폐기장 용량이 오는 2016년께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습니다.

진행자) 안정적인 연료 수급과 늘어나는 핵연료 폐기물 처리를 위해 농축과 재처리가 허용돼야 한다, 그런 요구로 정리되는데요.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미국으로선 입장이 난처하겠군요.

기자) 네, 미국이 우선 걱정하는 건 국제적인 비확산 체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입니다. 미국이 북한과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선 강경 대처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한국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할 경우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10여 개국과도 원자력협정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거든요. 따라서 여기 미칠 영향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 의회 일각에서 한국과의 원자력협정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양국간의 입장이 팽팽한데요. 협상이 잘 안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기자) 그럼 예정대로 내년 3월 미-한 원자력협정이 만료되는데요. 일각에선 이런 상태가 돼도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는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론상으론 한국 원자력발전이 중단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한국 원자력발전이 미국의 기술, 설비, 재료 등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 또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 관련 시설이나 부품 등을 수출하는 근거도 미-한 원자력협정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핵심 기술이 여전히 미국산이기 때문에 원전 수출도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 극단적인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양국이 조심스런 접근을 하겠군요?

기자) 네. 두 나라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와중에도 파국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협상에서 결론이 안날 경우 다음 달 7일 미-한 정상회담 전까지 양국 수석대표 간 협상을 통해 최대한 타결을 이끌어 낸다는 방침입니다. 그 때까지도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만나 담판지을 가능성도 있구요. 또 현행 원자력협정 개정을 1~2년 정도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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