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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유엔 북한 인권 조사위 설립] 3.전망과 과제


지난 1월 탈북자 강철환·신동혁 씨 가족 구금상태에 대한 유엔 결정문 공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북한 반인도범죄철폐 국제연대(ICNK)의 재러드 겐서 법률고문. (자료사진)
지난 1월 탈북자 강철환·신동혁 씨 가족 구금상태에 대한 유엔 결정문 공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북한 반인도범죄철폐 국제연대(ICNK)의 재러드 겐서 법률고문. (자료사진)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21일 사실상 만장일치로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 혐의를 가릴 조사위원회 설립을 결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지난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국제사회의 가장 강력한 조사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저희 VOA는 조사위원회 설립이 현실화 된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에 관해 살펴보는 특집 기획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마지막으로 조사위원회의 활동과 과제에 대해 전해 드리겠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2009년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현직 국가원수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녹취: 오캄포 수석검사] “The judges decided today that Omar Al Bashir shall be arrested…”

수단의 오마르 알-바쉬르 대통령에게 다르푸르 지역에서 발생한 살해와 강간, 고문, 약탈 등 7가지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의 책임을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겁니다.

유엔 안보리는 앞서 2004년 다르푸르에서 발생한 반인도적 범죄를 규명하기 위해 조사위위원회(COI) 설립을 결의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다르푸르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기로 결의한 지 4년 만에 국가 지도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겁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국제형사재판소의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 수석검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국제형사재판소에서 국가 지도자에 대한 면책특권은 더 이상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오캄포 수석검사] “There is no immunity for head of states before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지도자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시기는 이제 지구상에서 끝났으며, 자국민을 박해하는 지도자는 반드시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겠다는 겁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21일 북한에 관한 조사위원회 설립을 결의한 것은 이런 움직임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줄리 리베로 제네바 국장의 말입니다.

[녹취: 리베로 국장] “It’s a clear message to North Korea that UN can’t …”

북한에 관한 조사위원회 결의는 유엔이 북한의 인권 범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겁니다.

인권 전문가인 한국 국회의 새누리당 소속 하태경 의원은 반인도적 범죄를 규명하고 범죄자를 밝히는 게 조사위원회의 주요 책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태경 의원] “기존의 인권 조사는 인권 실태를 알리는 목적이었다면 이번 조사의 목적은 범죄자에게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범죄자가 누구인지 적시하고 그 것이 밝혀지면 국제 사법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그런 의미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의 근거가 된 로마규약에 따르면 반인도적 범죄는 전쟁범죄, 대학살, 침략 범죄와 더불어 유엔의 처벌 대상이 되는 가장 심각한 인권 유린 행위를 말합니다. 국민에 대한 살인과 현대판 노예화, 불법 감금, 고문, 성폭력, 임의적 구금 등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거나 만연돼 있다면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된다는 겁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 결의는 이미 “북한에 조직적으로 만연돼 있는 심각한 인권 유린를 규탄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사의 초점은 책임자 규명과 그에 따른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등에 맞춰질 공산이 커 보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규명하고 북한 지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국제법 전문가인 제라드 겐서 북한 반인도 범죄 철폐 국제연대 (ICNK) 법률 자문은 조사위원회 설립과 실질적인 북한의 인권 개선 사이에는 아직 간극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겐서 고문] “There are remains long way to go as I describe…

우선 조사위원회를 가동하기 위한 유엔의 인력과 재정 확보가 필요하고, 기존의 수많은 증언들을 검증해야 하며, 권고안에 따른 대응을 위해 유엔 회원국들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는 겁니다.
겐서 고문은 북한이 로마규약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반인도적 범죄가 규명된 뒤 책임자들을 제소하려면 수단처럼 유엔 안보리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겐서 고문] “China can stop action from taking place…”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북한을 너무 자극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조사 초기부터 중국과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유엔의 북한 조사위원회는 설립에 1-2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며 3명의 위원과 10 여 명의 인력이 적어도 내년 1월까지 포괄적인 조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조사단이 북한에 들어가 현장조사를 하기 힘들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The greatest obstacle is that the international community continues to have no access…”

과거 다른 나라의 조사위원을 담당했던 전문가들 역시 현장 방문이 조사 성공의 성패를 가름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 내 탈북자 사회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다시 하태경 의원의 말입니다.

[녹취: 하태경 의원] “시리아의 사례를 보면 재판에 증인과 증거가 제일 중요하지 않습니까? 증인이 지금 한국만 하더라도 2만 5천 명의 탈북자가 있습니다. 충분한 증언을 들을 수 있는 임계 숫자 이상인 거죠. 그리고 인권 가해자를 밝히는 것은 북한 정권을 잘 밝힐 수 있는 고위급 탈북자들이 한국에 꽤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통해 실체를 밝힐 수 있습니다. 또 위성사진이 발달해서 가령 정치범 수용소를 조사할 경우 수감자들이 머무는 집과 사람들까지도 위성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물증까지도 충분히 준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런 조사위원회 활동이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타 코헨 객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포괄적인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사위원회’란 지렛대를 사용해 북한 정부와의 인권 대화가 가능하도록 하고, 세계인권선언을 조선어로 번역해 학교와 정부 기관에 배포하며, 국제조사단의 정치범 수용소 사찰과 폐쇄, 북한 주민들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전략들이 준비돼야 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또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 담당 특별대표를 임명해 유엔 기구들의 인도적 지원과 인권 개선을 포괄적으로 조율하며 설득과 압박을 병행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유엔의 ‘조사위원회’ 란 강력한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바쉬르 수단 대통령이나 전범 재판을 받다가 숨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테인 셰인 버마 대통령처럼 개혁개방을 통해 국가를 재건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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