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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김정일, 2009년 남북정상회담 제안"


북한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현장을 방문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 2011년 9월 2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북한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현장을 방문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 2011년 9월 2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9년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회담이 무산된 이유가 북한 측의 무리한 대가 요구였음을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한국의 한 언론과 가진 퇴임 인터뷰에서, 지난 2009년 추진된 남북정상회담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이 이런 뜻을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를 통해 전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당시엔 쌀이나 보리를 달라는 식이 아니라 그냥 만나고 싶다고 했다며,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핵 문제에 진전이 있다면 만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원 총리를 통해 김 위원장이 서울로 답방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원 총리가 김 위원장이 먼저 만나자고 했으니까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게 좋겠다고 설득해 북한을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뒷얘기도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자신을 만나겠다고 한다니까 그 밑에 있는 김양건 같은 사람이 실무적으로 연락을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2009년 싱가포르에서 여러 번 접촉한 일도 이런 남북정상간 간접적인 교감이 있고 나서 이뤄진 일이었음을 확인한 겁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선 김 위원장 밑에서는 한국 대통령이 북한에 오려면 당연히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제까지 해 오던 방식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었던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 같은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할 의도가 있었다면 북측의 요구를 들어주고 정상회담을 했을 것이라고 말해 북측이 정상회담 대가를 요구했음을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다만 대가 요구가 김 위원장의 지시였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며, 김 위원장은 그런 것을 떠나서 만나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임태희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 해 10월 ‘VOA’와의 통화에서 김 부장이 2009년 10월 싱가포르에서 만나 식량 지원 문제를 거론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자신이 그 대가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고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돌려보내는 이른바 ‘프라이 카우프’ 방식의 인도적 교환 사업을 요구했고 북측도 이를 수긍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수 억 달러 규모의 현물을 요구했고 이것이 걸림돌이 돼 한국 통일부와 북한 통일전선부 사이의 실무급 회담을 하다가 끝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 전 장관입니다.

[녹취: 임태희 전 노동부 장관] “나중에 듣기로 장관급 회담은 이뤄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실무자 회담을 하다가 깨진 것으로 그렇게 들었어요.”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된 뒤 북한은 이듬해 3월 이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판을 7개월 만에 재개했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하면서 한반도를 극도의 긴장 상태로 몰아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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