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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필립 윤 전 국무부 선임보좌관 “북한 핵실험 강행해도, 정치적 대가 적어”


지난해 6월 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 위성사진. (자료사진)
지난해 6월 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 위성사진. (자료사진)
북한은 3차 핵실험의 정치적 대가가 크지 않다고 보고 실험을 강행할 것이라고 전직 미 국무부 고위 관리가 말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선임보좌관을 지낸 필립 윤 플라우셰어스 재단 사무총장은 급격한 상황 악화를 막고 북한이 정확히 뭘 원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모든 당사국들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필립 윤 사무총장을 김연호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 외무성이 최근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은 사멸됐고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 이렇게 주장했습니. 어떡하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요?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선임보좌관을 지낸 필립 윤 플라우셰어스 재단 사무총장. (자료사진)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선임보좌관을 지낸 필립 윤 플라우셰어스 재단 사무총장. (자료사진)
필립 윤) 북한이 핵 문제에서 아주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거죠. 안보의 근간을 핵무기에 두겠다는 겁니다. 북한이 핵 협상의 길을 다시 열기 위해서 그런 건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대외정책에서 핵무기가 핵심이 됐다는 건 분명합니다. 물론 이건 미국과 국제사회에 엄청난 과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끝내 감행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를 감수하겠다는 건데요, 정치적으로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요?

필립 윤) 국제사회가 북한에 유감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은 그동안 해왔던 것 말고는 별로 없습니다. 중국이 이 문제에 나설 뜻이 없거나 능력이 없다는 건 분명합니다. 대북 금수조치가 강화되거나 미국과 한국의 연합훈련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정치적인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계속 밀고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텐데요,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필립 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와 비슷한 의미가 있을 겁니다. 미국은 상황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겠죠. 북한 정권은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 시대에도 건재하기 때문에 북한 문제를 심각하게 다뤄야 합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만 본다면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와 미국의 안보 상황에 변화를 가져온다고 볼 수 없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선제공격을 하면 자멸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 측도 잘 알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핵물질 확산 방지라는 핵심 사안을 어떻게 다뤄나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3차 핵실험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북한이 앞으로 핵물질을 훨씬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국제사회를 공격할 의도를 밝힌 조직과 단체에 북한의 핵물질과 핵기술이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기자) 한국 통일부 장관은 1, 2차 핵실험 때와는 달리 상황이 엄중하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없는 겁니까?

필립 윤)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 용인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한번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북한이 더이상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그리고 핵탄두 소형화와 미사일 확산도 중단하게 해야 합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걸 막고 북한이 정확히 뭘 원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모든 당사국들이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요,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이 공통의 접근방식을 마련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기자) 지난1999년이었죠. 미국의 빌 페리 전 국방장관을 수행해서 평양을 방문하셨는데. 그 때와 지금 상황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필립 윤) 제가 99년에 방문했을 때는 북한이 핵무기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그 당시에는 북한이 핵무기 계획 포기를 놓고 미국과 협상할 뜻이 있었다고 봅니다. 아직 갖고 있지 않은 걸 포기하는 건 가능하죠. 하지만 지금은 적어도 핵실험장 수준에서 북한이 핵무기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이걸 포기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그동안 엄청난 자원을 투입했고, 핵무기에 지도자 개인의 위신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99년 당시보다 훨씬 더 어려워진 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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