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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제 김정일상' 제정..."우상화 방편"


지난 16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주기 추모 행사.
지난 16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주기 추모 행사.
북한이 민족 자주와 세계 평화 등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주겠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을 붙인 상을 제정했습니다. 시상을 국제적인 범위로 밝힌 이 상은 사망한 김 위원장을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로까지 우상화하려는 방편이라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국제 김정일상’을 새롭게 만든 명분은 민족의 자주성을 위한 투쟁과 세계 자주화와 평화 실현 그리고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한 외국의 저명 인사들을 기리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또 이를 위해 최근 인도의 뉴델리에 세계 저명인사들이 참가한 국제 김정일상 이사회가 만들어졌고 수상자는 김 위원장 생일에 즈음해 상장과 금메달 그리고 컵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 위원장이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지 21년을 맞아 ‘국제 김정일상’을 제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생존했던 지난 1993년에도 이와 비슷한 ‘국제 김일성상’을 제정해 지금까지 해마다 시상을 해 왔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이윤걸 대표는 김일성상의 수상자는 주체사상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린 인물들이 주로 받았었다며 결국 북한 지도자와 체제 이념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국제 김정일상도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사망한 김 위원장을 국제적인 지도자로 포장해 대내외에 선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임재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임재천 고려대 교수] “김일성을 사회주의 운동의 지도자로 이미지를 만들었듯이 국제 김정일상 제정도 마찬가지로 김정일이 사회주의 운동 그리고 진보 운동의 특출한 지도자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 더 심해지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윤걸 대표는 세습 정권과 독재로 얼룩진 북한이 이런 상을만든 게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북한의 입장에서 자국 국민들을 수백만이나 굶어 죽이는 일 사람들이 해외에서 자주 평화 또 다른 새로운 이념을 생각하는 김정일을 우상화하는 상을 만들었다는 것은 말이 안되죠”

이윤걸 대표는 또 수상자 선정기준에 있어서 주체사상 전파에 초점을 맞췄던 김일성상과는 달리 김정일상은 선군정치의 관점에서 반미나 반제국주의를 명분으로 군사적 행동에 나선 인물이나 단체들을 고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이와 함께 세계 저명인사들이 참여한 국제 김정일상 이사회를 만든 것 또한 이 상의 객관성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과거 김일성 시대부터 인도 뉴델리 등 세계 각지에 친북인사들에게 돈을 대고 주체사상 연구소 또는 이사회 등의 이름을 붙인 조직들을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정보 기관 출신 한 인사는 과거 비동맹 운동에 참여했던 나라 등에 북한을 추종하는 인사들이 있었고 북한은 이들을 금전적으로 후원하면서 국제적인 선전활동에 활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윤걸 대표도 한 때 서른 개 정도의 이런 조직들이 북유럽과 중남미 그리고 일본 등지에 있다가 자금 문제 등으로 많은 곳이 문을 닫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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