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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신체제 비난...'한국 대선 개입 의도'


지난 9일 판문점 남측 지역을 바라보는 북한 병사. (자료 사진)
지난 9일 판문점 남측 지역을 바라보는 북한 병사. (자료 사진)
북한 관영매체들이 한국에서 10월 유신이 선포된 지 꼭 40년이 된 17일, 일제히 유신 체제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한국 여당의 대통령 후보를 흠집내려는 대선용 공세라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박정희 정권이 40년 전 행한 유신 선포로 당시 남한 국민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월 유신’이 북한의 남침 위협을 막고 안보를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밝힌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발언도 함께 비난하면서, 제2의 유신독재 부활을 막아야 한다고 선동했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 선포 40주년인 이날 하루 북한 매체들이 내보낸 이 같은 유신 관련 비난 글들은 7건이나 됐습니다.

북한이 유신 선포일에 맞춰 관영매체에 비난 글을 내보낸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입니다. 특히 여러 매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 문제를 집중 부각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새삼스럽게 유신 체제의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를 겨냥한 선거용 공세로 보고 있습니다. 유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남쪽 야당에서 유신에 대해서 비난을 하니까 자기들도 남쪽 사람들 들으라고 하는 소리지 북한 내부에서 논의가 되거나 해서 나온 그런 비난은 아니죠.”

한편 북한은 ‘10월 유신’ 선포 당시에는 이른바 남조선 혁명 전략 차원에서 침묵을 지켰다는 분석이 최근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북한대학원대학교와 미국 우드로윌슨 센터는 1972년 평양주재 구 동독과 루마니아, 불가리아 대사들이 본국에 보고한 외교문서와 미국 국무부 국방부 중앙정보국 합동 분석자료를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유신체제 수립을 비난할 경우 모처럼 만들어진 남북대화의 문이 닫혀 남조선 혁명의 입지를 잃을 것을 우려했다는 겁니다. 연구에 참여한 북한대학원대학교 신종대 교수입니다.

[녹취: 신종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대화의 통로를 통해서 남한사회의 야당이나 학생들을 고무 격려해서 박정희 정권을 장기적으로 위기에 빠뜨릴 수단 또는 채널이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유신에 대해서 비난을 하지 않기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했다는 그런 사실이 이번 문서를 통해서 밝혀지게 된 거죠.”

보고서는 또 당시 한국 정부는 유신을 선포하기 직전 북한 측과 비밀접촉을 갖고 유신을 위한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고 북측에 사전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습니다.

고려대학교 유호열 교수는 북한이 당시 침묵을 지킨 것은 거의 같은 시기에 1인 독재를 크게 강화한 주석제 사회주의 헌법을 공포하면서 스스로 유신체제를 비난할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40년이 지난 지금 유신체제를 새삼 집중 공격하고 나선 북한 측의 의도는 한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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