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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 '핵심실세' 리영호, 전격 해임


지난해 12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오른쪽)의 옆에 섰던 리영호 총참모장.
지난해 12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오른쪽)의 옆에 섰던 리영호 총참모장.
김정은 체제의 북한 군부에서 핵심 실세로 알려진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모든 당직에서 해임됐습니다. 갑작스런 실세의 퇴진에 여러 관측들이 무성한 가운데 한국 정부는 북한 권력층 내부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15일 정치국 회의를 열어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모든 당직에서 해임했습니다.

북한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녹취: 북한 조선중앙통신] “회의에서는 리영호 동지를 신병 관계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직무에서 해임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총참모장 자리에서도 해임됐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리 총참모장은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이 후계자 시절 군부를 장악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정세가 불안정하다는 징후로 이번 조치를심상치 않게 보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기자간담회에서 “리 총참모장의 해임 배경을 김정은 체제 권력 개편의 하나로 보기엔 사안이 엄중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리 총참모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 때 운구를 담당했던 8명 가운데 한 사람”이라며 “북한에서 신병에 이상이 있다고 모든 직위에서 해임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고 전격적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굳이 모든 직위라고 언급한 자체가 총참모장 해임도 포함된 것으로 본다”며 “이번 조치는 리 총참모장의 계급장을 다 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신병 문제라고 밝힌 데 대해선 “지난 8일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행사 때 리 총참모장의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있는지 발견하지 못했다”며 건강 문제 보다는 권력층 내부의 돌발 상황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엇갈린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리 총참모장이 포병 출신의 전형적인 군인으로 외화벌이 등 군부의 체제보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탓에 김 제1위원장의 눈밖에 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입니다.

[녹취: 한국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 “기존 정치권에 있던 사람들이 리영호를 볼 때 답답하고 같이 일하기 부담스런 그런 사람이 아니었겠느냐, 그래서 김정은 시대에 이걸 숙청이라고 볼 순 없고 중책에서 빼는 걸로 그렇게 봐야 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다른 권력 실세들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려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주도하는 당의 군부 장악 과정에서 리 총참모장이 걸림돌이 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민간인 출신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으로선 순수군인으로서 부하들의 신망이 높은 리 총참모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권력층 내부의 갈등에서 비롯된 조치로 분석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 제1위원장의 권력 승계를 돕도록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용한 인물이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김 제1위원장의 권력 장악에 문제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선 북한 군부의 세대교체 신호탄일 수 있다며 후임 인사가 나오면 이번 조치가 어떤 의도에서 나왔는 지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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