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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에볼라 차단 조치 4개월...외국인 관광, 대북 지원 영향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 순안 공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검역을 강화한 가운데, 위생복을 입은 의무 요원들이 공항 주변에 대기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 순안 공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검역을 강화한 가운데, 위생복을 입은 의무 요원들이 공항 주변에 대기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지난 4개월 간 에볼라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엄격한 조치를 취하는 동안 관광객 등 외국인들의 출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관광과 인도주의 지원이 큰 영향을 받았는데요, 전문가들은 북한의 취약한 보건체계로는 만일 에볼라가 발병할 경우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에볼라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은 지난해 10월25일이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당시 조치에서 모든 외국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했습니다. 또, 외교관과 국제 구호단체 요원 등 공식 방문객들, 심지어 해외출장 후 복귀하는 자국민과 그들의 가족에 대해서도 21일 간 격리돼 의료진의 관찰을 받도록 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북한 입국이 원천봉쇄 되면서 북한전문 여행사들은 4개월 간 개점휴업 상태로 있었습니다.

미국 동부 뉴저지의 북한전문 여행사 `우리투어스'의 안드레아 리 대표는 최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관광에만 전념하는 사업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격을 받았다”며 금지 조치가 해제되면 즉각 관광을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역시 북한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 베이징의 고려여행사도 북한 당국의 조치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닉 보너 사장] "I understand the restriction, but I think you know it’s quite clear that.."

고려여행사의 닉 보너 사장은 “에볼라 통제 조치를 이해는 하지만, 에볼라가 이 지역에서 위험요소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특히 4월로 예정됐던 평양 국제마라톤대회에 외국인 선수 출전이 금지된 데 대해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관광업체들 뿐아니라 민간단체들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싱가포르의 대북 교류단체인 ‘조선 익스체인지’는 북한의 에볼라 통제 조치로 인해 수 천 달러 상당의 기부금과 계약금을 잃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아브라미안 이사] "They said to us if you can’t guarantee this program will run by the end of.."

조선 익스체인지의 안드레이 아브라미안 이사는 `VOA'에, “사업이 3월 중 시작된다는 보장을 해줄 수 없어 기부금을 잃었다”고 밝혔습니다.

구호단체들의 활동도 위축됐습니다.

미국의 구호단체인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은 지난 12월 북한에 지원품을 보내려던 계획을 연기했습니다.

[녹취: 린튼 대표] "We have a responsibility to our donors to confirm delivery and arrival..."

이 단체의 하이디 린튼 대표는 지원물품이 제대로 도착해서 분배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기부자들에 대한 책임이라며, 북한이 격리 조치를 해제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지원도 할 수 없다고 말습니다.

호베르투 콜린 평양주재 브라질대사도 `VOA'에 “북한의 조치로 외국 공관과 국제기구, 비정부기구들이 업무 활동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 WHO는 에볼라 때문에 국경을 통제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었습니다. 타릭 자사레빅 세계보건기구 대변인입니다.

[녹취: 자사레빅 대변인] "WHO does not recommend any travel ban and doesn’t recommend.."

세계보건기구는 에볼라 사태와 관련해 여행을 금지하거나 국경을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권고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사레빅 대변인은 여행 금지나 격리 조치는 에볼라에 감염됐거나 감염 의심자와 접촉한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서아프리카에서 발병한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 외국인 관광객의 국경 출입을 금지한 전세계 유일한 나라입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그 이유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북한의 의료체계가 취약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정권과 국가가 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보건 전문가들도 북한의 취약한 의료체계로는 에볼라에 대응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5년부터 2011년까지 대북 지원 활동을 했던 카타리나 젤웨거 미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연구위원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 당국이 주민 한 명 당 1년에 지출하는 보건비용은 2012년에 미화 45 달러로 추정됐다"며 북한의 보건체계가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에볼라와 같은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지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북한 내 유엔 활동을 총괄했던 제롬 소바쥬 전 유엔 상주조정관도 북한의 보건체계가 극도로 취약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북한 당국이 매우 효과적으로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에볼라가 발병하더라도 널리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아프리카에서는 에볼라 환자 격리와 시체의 올바른 처리가 이뤄지지 못해 문제가 됐다는 것입니다.

[녹취: 소바쥬 전 조정관] "What needs to happen is North Korean health system needs to work more closely.."

소바쥬 전 조정관은 국경 통제에 대한 대안으로 “북한 보건당국이 세계보건기구와 좀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며 “북한 당국은 언제든지 WHO로부터 여러 보건 문제에 대해 조언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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